교제폭력 등 책임 묻는 과정서 반복 연락·접촉이 되레 스토킹 혐의로…선행 피해 호소자 문제 제기 제약 우려

그런데 교제 피해를 먼저 호소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항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접촉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스토킹 혐의로 고소되는 사례가 나오며 법 강화의 역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 신고에 따른 초기 조치는 그 이전 갈등의 책임 소재도 함께 판단하기보다 당장의 위험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우 홍민기와 전 여자친구 A 씨 사이의 공방에서도 이른바 ‘역고소’ 논란이 제기됐다. A 씨는 8월 19일 홍민기와 교제하는 동안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며 관련 내용증명과 부상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이튿날에는 교제 기간 임신과 임신 중절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자료로 산부인과 진료 내용과 초음파 사진, 홍민기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 당시 통화 녹취도 제시했다.

8월 27일 홍민기의 소속사 페이블 컴퍼니는 입장문을 내고 A 씨를 사문서위조와 공갈미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21일과 24일 고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A 씨 역시 홍민기에 대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양측의 진실 공방은 수사기관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홍민기 측의 고소로 A 씨는 교제 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스토킹 혐의 피의자가 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역고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반응의 배경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강화된 스토킹 처벌 제도가 오히려 선행 갈등의 당사자를 스토킹 피의자로 돌려세우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 스토킹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은 반복된 연락이나 접근 자체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행위의 내용과 정도뿐 아니라 당사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쌍방의 언동과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종합적인 판단에 이르기 전 수사 단계에서 관계의 전후 맥락이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느냐다. 이에 대해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연인이나 전 연인처럼 여러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에서는 신고 시점의 반복적인 연락만으로 전후사정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며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상대의 스토킹 신고가 앞선 피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아닌지도 수사 과정에서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