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물갈이 나서, 비당권파 자충수 및 국회 일정 등도 호재…통합 없는 쇄신안 땐 내홍 재점화될 수도

장동혁 대표는 8월 12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당원 중심 정당론, 당대표 권한 등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당 조강특위(조직강화특별위원회) 재가동과 관련, “당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당원들이 원하는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당협위원장을 임명하겠다”며 “당원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제 개혁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협위원장 ‘대폭 물갈이’를 추진하냐는 물음에는 “더불어민주당 및 이재명 정부와의 싸움에 열중하지 않았던 분들, 놀다가 지방선거 공천에만 관심 있던 분들은 교체할 때가 됐다”면서 “지금 20%가 싸우고 있는데, 80%가 싸우는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장 대표는 “제대로 열심히 싸우지 않았던 분들을 계속 당협위원장으로 두면 당원 불만이 계속 쌓이며, 그런 분들이 총선에 출마하면 패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8월 말이 되면 당협위원장들의 임기가 끝난다. 그동안 임기가 종료되면 당연히 그냥 다시 연장하는 것으로 해왔는데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면서 “당헌·당규에는 당협위원장의 임기가 마쳐지면 전당원투표를 하든, 책임당원투표를 하든, 아니면 다른 방법들을 통해 교체하게 돼 있다”고 못 박았다.
각 지역 조직을 담당하는 당협위원장 물갈이 방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협위원장은 총선 공천 때 해당 선거구 후보 선출이 확실시된다. 통상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은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별도 절차 없이 재임명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장 대표 발언에 따르면 이번 조강특위에서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절차를 밟아 당협위원장을 갈아치우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조강특위 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장 대표 유튜브 발언이 나온 바로 당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도 최고위 논의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 공모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당헌·당규상 (현역 의원에 대한) 예외가 따로 있지 않다”며 “다른 정당도 다 일괄해서 원내·외 상관없이 같이 진행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장 대표 최측근으로 꼽힌다.
정가에선 장 대표의 물갈이가 ‘반장동혁 세력’을 겨누는 것으로 본다. 조강특위는 장 대표 발언 바로 다음날인 13일, 8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당협위원장 임기를 자동 연장하지 않고 일괄 사퇴하도록 한 뒤 당원 투표를 통해 재선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결정해달라는 내용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다.
8월 13일 기준, 사고 당협은 모두 32곳으로 파악된다. 이곳들에 대해선 조강특위가 즉시 선출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과거 당무감사위에서 위원장 교체를 권고한 27곳 당협에 대해서는 6·3 지방선거 과정을 평가해 교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당시 최고위가 결정한 바 있다. 최고위에서 사고 당협으로 지정되면 조강특위에서 마찬가지로 보강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는 사고 당협이나 당무감사위가 교체를 권고한 당협이 아니지만, 시·도당위원장 등의 의견을 청취해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수렴될 경우 당무감사위 및 최고위로 보내 사고 당협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 사무총장은 교체 방식을 두고 8월 13일 “전 당원에 의한 (투표) 방식일지, 책임당원이 (투표)할지, 운영위원회에 위임할지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정 사무총장은 “당원들로 선출되는 것이라면 국회의원뿐 아니라 현 당협위원장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현 당협위원장이 늘 당원과 소통하고, 당에서도 당원과 활동할 기준점을 많이 제시했기에 충실히 이행했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항간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를 폈다. 그러나 당원 투표로 교체가 이뤄진다면 장동혁 지도부의 입김이 강하게 투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한목소리다.
국민의힘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도 띄웠다. TF 역시 장 대표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수단이 가능성이 높다. TF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전원 대상 온라인 설문, 광역·기초 단체장 및 의원 간담회 등을 실시하고 전직 국회의원 및 원로의 의견을 담아내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정치는 입구가 있을 뿐 출구가 없다고 할 만큼 스스로 은퇴하겠다는 정치인은 찾기 어렵다”며 “그만큼 차기 공천에 목숨을 거는데 장 대표가 이 카드를 쥐고 흔드는 동시에 친한계에 대한 징계 정국까지 만들면서 내년 여름 전당대회 재신임, 이를 통한 2028년 총선 공천권 행사도 노리는 메가 플랜을 시작했다”고 내다봤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경남, 그리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전격 등판한 대구를 지켜내면서 최후 방어선을 만들어낸 장 대표는 빗발치는 조기 퇴진론 속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명분으로 기사회생의 단초를 마련했다. 대여투쟁에 앞장서며 선관위 특검을 관철시키는 성과를 냈다.
정치권에선 비당권파 ‘대안과미래’, 친한계 등의 자멸도 장 대표의 ‘정치적 행운’ 중 하나로 꼽는다. 대안과미래를 사실상 이끌던 TK(대구·경북) 출신 권영진 의원은 ‘멱살잡이’ 파문으로 징계 위기에 놓였다. 한동훈 의원이 참석했던 토론회에서 나온 이른바 ‘돌려차기’ 발언은 친한계 발목을 잡았다. 장동혁 반대 세력의 발언권이 봉쇄된 셈이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당시 대표와 가족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게시됐다는 이른바 ‘당게 사건’ 역시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친한계는 여러모로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사 결과가 한 대표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한동훈 의원 복당이 물 건너 갈 뿐 아니라 친한계가 와해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중진 안철수 의원까지 친한계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며 장 대표를 지원사격했다. 안 의원은 8월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당 밖의 특정인에게 봉사하고, 이를 위해 ‘렉카’질을 하며 당을 분열시키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에서 없어져야 한다”며 친한계를 직격했다. 그리고는 “더불어민주당의 ‘86 운동권’에 버금가는 ‘복당 운동권’이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며 차기 총선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정국 일정 역시 장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9월 이후 국정감사 준비와 연말 예산 정국이 본격화되면 당권을 둘러싼 내부 공방이 설 자리는 줄어들 전망이다. 여권 역시 부동산 덫에 빠지면서 장 대표의 공격 포인트는 점점 올라가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8월 1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 2028년 총선까지 장 대표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계속 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황교안 (전) 대표 식으로 대안 없이 어영부영 가다가 당은 대패하고 본인은 부정선거로 가지 않았냐”며 “장 대표도 그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계속 당권을 쥐고 가지만 황교안 전 대표처럼 강성 노선으로 일관하다 끝이 허망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장 대표는 8월 28일 당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내 복수 의원들에 따르면 당원권 강화와 대여 투쟁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강경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쇄신안 발표 후 당 내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지지층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침묵하는 지지층이 더 많다”면서 “장 대표가 쇄신안에서 통합 메시지를 내지 못할 경우 퇴진 요구는 다시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이 새로운 지도부 출범에 따른 지지도 상승을 이뤄내느냐 여부도 장 대표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8월 12일 채널A 유튜브에 출연, 장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표면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분들이 현재는 없는데, 완전히 사그라진 건 아니고 일단 잠복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장 대표가 내년 8월까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개인적 생각을 말씀드리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확답을 피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월13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가 “(장 대표가) 연말이 됐든 내년 2월이 됐든 내년 8월이 됐든 결국은 임기를 더 넘길 수는 없다”고 언급, 장 대표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 journali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