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보고 2회·현장조사 2회·청문회 3회 거쳤지만 올공 투표지 재검표 무산…여야 이견에 결과보고서 채택 불투명

특위는 지난 6월부터 중앙선관위와 각급 선관위를 상대로 투표용지 부족 원인과 선거 당일 보고·대응 체계를 조사했다.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와 올림픽공원 등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으며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선관위 구성과 감사·감독 체계, 사전투표제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세 차례 청문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과 시간대별 투표자 수 오입력, 선관위 내부 보고체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CCTV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인원이 최대 91명까지 늘어난 사실도 제시됐다.
특위는 당초 8월 1일까지였던 활동 기간을 31일까지로 30일 연장했다. 8월 10일 3차 청문회를 열고 18일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지 약 247만 장을 재검증한 뒤 28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한다는 일정이었다. 활동 기간 연장의 사실상 핵심 목적은 재검표였다.
하지만 재검증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선관위 특검이 입회한 가운데 재검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특검 출범 이후에도 참여 방식과 검증 절차를 놓고 당내 의견이 갈렸다. 특검은 검사와 수사관, 감식 인력을 보내 이상 투표지를 확인하고 광학장비를 이용한 비파괴검사를 할 수 있다는 방안까지 국회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은 27일 “국조특위 차원의 공개 재검표는 물 건너갔다”고 밝혔다. 특검의 비파괴검사 방안까지 제시됐음에도 당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면서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이 과정에서 간사직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국민의힘 김은혜·주진우·최보윤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재검표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들 위주 재검표는 범죄자에게 증거를 맡기는 꼴”이라며 특검의 철저한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도 특검 요청을 반영할 구체적인 검증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추가 회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특위 위원들은 “이미 여야가 합의했던 올림픽공원 개표소 보관 투표함 재검표를 철저히 무산시켰다”며 국민의힘 책임론을 폈다.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기자회견 뒤 “국민의힘이 내부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재검표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재검표 무산은 국조의 마지막 절차인 결과보고서 채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위는 28일 전체회의에서 두 달간 조사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위증·불출석 증인 고발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개최와 보고서 채택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활동 종료 전까지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해도 기관보고와 현장조사, 청문회에서 확보한 증언과 자료는 남는다. 다만 무엇을 사실로 판단하고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를 담은 특위 차원의 공식 조사 결론은 내놓지 못하게 된다. 결과보고서는 국조의 조사 경과·결과와 처리 의견을 담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는 공식 성과물이다. 한 달간 활동 기간까지 늘리고도 연장의 핵심 과제인 재검표와 두 달 조사를 종합하는 결과보고서가 모두 무산될 경우 ‘핵심 결과물 없는 국조’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특위 위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은 재검표 무산 뒤 “보고서 채택 등 나머지 과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활동 기간을 한 달 연장한 핵심 이유였던 재검표를 하지 못한 이상 남은 절차의 의미도 퇴색됐다는 취지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조특위를 통해 상당히 진상이 규명된 측면이 있다”며 결과보고서는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사를 중심으로 끝까지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조가 매듭짓지 못한 부분은 특검 수사로 넘어간다. 수사 대상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통계 관련 의혹을 비롯해 선관위의 채용·계약 등 각종 비위 의혹이 포함돼 있다. 특히 특검이 국조특위 재검표에 직접 감식 인력을 보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던 만큼 국조에서 끝내 열어보지 못한 올림픽공원 개표소 보관 투표지를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지 관심이 모인다. 윤상현 위원장은 “특검에 모든 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국회의 선관위 국조특위 운영이 정쟁화되면서 당초 우려된 결말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예상했던 대로 국회 안에서 너무 정쟁화된 상황이라 제대로 되기 어려웠다”며 “국회에서 정치 쟁점화된 부분은 내려놓고 출범한 특검의 수사 결과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을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국회는 고강도 선관위 쇄신안을 놓고 개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