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오는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U-18 대표팀을 이끄는 정윤진 감독(덕수고)은 8월 25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정윤진 감독 외에 청원고 김수관, 중앙고 남인환, 전주고 최대곤, 순천효천고BC 정진 감독 등이 코치로 합류했다.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U-18 대표팀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왼쪽부터 하현승, 한규민, 곽도현, 윤예성, 박근서, 김민훈. 사진=류나현 PD하현승(부산고) 윤예성(인창고) 박근서(서울디자인고) 김민훈(광주진흥고) 곽도현(부산공업고) 한규민(대전고) 등 투수 6명, 엄준상(덕수고) 이호민(경남고) 남현우(서울컨벤션고) 강인규(청주고) 우주로(대전고) 안우석(경남고) 등 내야수 6명, 박보승(경남고) 장민제(충암고) 조희성(유신고) 황성현(덕수고) 등 외야수 4명, 포수 원지우(강릉고), 전영훈(세광고) 등 총 18명의 고교 선수들이 선발돼 대표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총 8개국이 참가해 경쟁을 벌이는데 대한민국은 대만과 같은 B조에 속했다.
정윤진 감독은 대표팀 소집 전부터 퓨처스리그 팀들과의 연습 경기를 준비했다. 8월 27일 울산 웨일즈, 28일 NC 다이노스(우천 취소), 3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후 대학 팀들과 두 차례 더 연습 경기를 치른 후 9월 5일 대만으로 향한다.
전체 2순위 또는 3순위 지명이 예상되는 박근서는 울산 웨일즈를 상대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류나현 PD8월 27일 오후 6시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U-18 대표팀과 울산 웨일즈와의 연습 경기에는 10개 팀 KBO리그 스카우트 관계자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9월 21일에 개최하는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의 몸 상태와 기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시작 직후 내린 비로 인해 한 차례 중단됐다가 7회말 폭우가 쏟아져 경기가 일찍 종료되는 등 비와 높은 습도로 인해 양 팀 선수들 모두 힘든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U-18 청소년 대표팀이 6-2 역전승을 거뒀다.
청소년 대표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근서는 3이닝 동안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경기 시작 후 우천으로 30분 가량 대기했다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갔고, 34개의 투구 수로 상대의 많은 범타를 끌어내면서 실점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계약한 엄준상은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사진=류나현 PD두 번째 투수로 나선 곽도현은 우완 파이어볼러라는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2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 투수 김민훈은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야수 중에선 4번 타자로 나선 1루수 이호민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7회 대표팀의 빅이닝이 만들어진 결정적인 상황이 이호민의 3루타였다.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계약을 맺은 엄준상도 유격수로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고, 타석에서 1타수 2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나가는 등 3출루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이호민은 오랜만의 실전 경기와 프로팀 선배들을 상대로 역전승을 만들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실전 경기를 치른 지 너무 오래돼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했는데 (연습) 첫 경기부터 3안타도 치고 운 좋게 3루타도 나와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다. 프로 선배님들과의 경기가 어떠할지 내심 궁금했는데 확실히 구속도 빠르고 그에 따른 구위도 뛰어나서 처음에는 타석에서 약간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팀 주장 엄준상은 경기 후 기자에게 “(이)호민이가 경기 전에 쓰레기 주우면 안타 나온다며 쓰레기 줍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호민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엄준상은 “같은 타자이지만 타석에서의 이호민은 뭔가 멋지고 웅장해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울산과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이호민은 롯데 자이언츠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류나현 PD장타력을 뽐내는 경남고 이호민은 유력한 1라운드 후보로,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마침 이날 문수야구장에는 롯데 박준혁 단장이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했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인 박근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등판 앞두고 세운 목표가 무실점과 투구수 50개였는데 3이닝 동안 50구가 아닌 34구로 잘 막았고,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었다. 오늘은 구속 욕심보다는 대표팀의 수비가 뛰어나 야수들을 믿고 제구된 공을 던지며 땅볼을 유도했다. 프로 선배님들을 상대한다고 해서 더 비장한 각오로 임하진 않았고, 평소 선수들을 상대하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박근서는 2순위 두산과 3순위 KIA의 관심을 받는 투수다. 두산이 1라운드에서 서울고 내야수 김지우(이번 청소년 대표팀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빠졌다) 지명 여부에 따라 3순위 KIA의 지명 선수가 달라질 수도 있다. 박근서가 어느 순번에 호명될지가 관심사다.
한편 전체 1순위가 유력한 하현승은 8월 28일 윤예성, 한규민과 함께 NC 다이노스와의 연습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면서 등판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하현승은 2025 WBSC U-18 야구월드컵 이후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달고 청소년 대표팀에 합류했다. 뉴욕 양키스의 300만 달러 오퍼를 최종 거절하고 국내 잔류를 선언하면서 유명세가 뒤따랐다. 그는 관련 질문에 여전히 다부진 입장을 전했다.
“결정하기까진 힘들었지만 결정 후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더 많은 야구를 배우고, 좋은 선배님들을 보고 배우며 실력을 쌓는다면 나중에 더 좋은 기회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KBO리그를 보고 꿈을 키운 만큼 야구 팬들의 응원을 받고 뛰고 싶었다.”
194cm의 장신인 하현승은 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늘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체중이 늘었다고 해서 몸이 무거워지면 안 되기 때문에 러닝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작년에 2학년 막내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을 포함해 외국 선수들과의 승부가 정말 궁금했고, 부딪혀 보고 싶었다. 올해도 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게 됐는데 친구들과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으며 개인 최고 구속도 찍는 등 대만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 13년 만에 대표팀 이끄는 정윤진 감독 "코치·선수가 이끄는 대표팀 되길"
U-18 청소년대표팀을 이끄는 정윤진 감독은 지난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개인 통산 4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국내 고교 야구 감독 최다승 기록 보유자다. 1994년 모교 덕수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7년 감독으로 선임된 후 20년 동안 전국대회 21회 우승 등 고교 야구 명장으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20년간 고교야구 무대에서 활약한 정윤진 감독은 2013년 이후 13년 만에 청소년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류나현 PD정 감독은 13년 만에 청소년 대표팀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2013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감독을 맡았고, 그 이전에는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코치(감독 이종운)로 합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당시 청소년 대표팀 주요 선수들을 살펴보면 내야수에 오지환(LG) 김상수(KT) 안치홍(키움) 허경민(KT) 등이, 외야수에는 박건우(NC) 정수빈(두산) 등이 눈에 띈다.
“2008년은 야구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해다. 그 해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기운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지 않았나. 야구인으로서는 최고의 한 해였고, 내가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정 감독은 당시 유격수 자원들이 많아 포지션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오지환을 비롯해 김상수, 허경민, 정주현 등이 고등학교에서 유격수를 맡았다. 그 선수들의 자존심이 대단했다. 포지션을 정해야 하는데 선수들의 자존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명씩 면담을 통해 네가 왜 3루를 봐야 하는지, 왜 2루수가 더 적합한지를 설명하면서 포지션을 배분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의기 투합해 국제대회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우승을 이룬 모습이 정말 대견했다.”
2013년에는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었던 정윤진 감독은 13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됐고, 대만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그동안 덕수고 야구부를 이끄느라 대표팀을 맡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지금 정도면 다시 대표팀 지도에 나서도 될 것 같아 대표팀 감독 응모에 응했고,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무엇보다 김수관, 남인환, 최대곤, 정진 감독 등이 흔쾌히 대표팀 코치직을 수락해줘 고마웠다. 여기 뽑힌 선수들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야수들이다. 이들과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정 감독에게 코치로 시작해 감독으로 400승이라는 대기록을 이룬 소감을 물었다. 정 감독은 이렇게 대답한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이고, 모교 후배들과 함께 울고 웃는 생활이, 과정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감독이 된 이후부터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 우리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학교와 감독을 보고 온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명이라도 대학에, 프로에 보내려고 내 인생을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시기 질투가 많았다. 고교 감독으로 20년을 한 팀에서 자리 잡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나. 선수들로 인해 기쁨도 느꼈고, 선수들로 인해 아픔도 경험했다. 그만두는 날까지 후회 없이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정 감독은 그동안 여러 차례 프로팀 코치직 제안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정중한 거절 의사를 전했다고 말한다.
“거절보다는 내가 그 정도의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나는 모교 감독으로 남는 게 맞았다.”
400승을 이룬 감독이 꼽는 잊지 못할 경기는 어떤 내용들로 채워져 있을까. 정 감독은 “나로 인해 2010년 대통령배대회 3연패에 실패했을 때와 청룡기대회 3연패를 이뤘을 때(2012년~2014년)”를 꼽았다.
“2010년 대통령배 결승전(상대는 휘문고)에서 내 욕심으로 경기를 망쳐 준우승에 머물렀고, 준우승 직후 제자들이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이 울었다. 다시는 내 손으로 뭘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청룡기대회 3연패를 이룬 2014년에는 결승전에서 충암고 상대로 엄상백이(한화) 9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기록하며 우승을 일궜다. 그때는 내가 나서기보다 선수들을 믿고 맡겼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다. 완전 반대되는 상황들이지만 그 두 장면이 엇갈리며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남았다.”
정 감독은 13년 만에 청소년 대표팀을 맡게 됐지만 이번에도 자신이 나서기보다는 코치들이, 선수들이 이끌어가는 대표팀이 되길 바랐다. 선수들이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청소년 대표팀인 만큼 태극마크의 의미와 무게에 걸맞은 경기들이 펼쳐지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