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저격수 자처하며 스포트라이트 집중…배신자 프레임 공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곱지 않은 시선
한 의원 노림수는 명확하다. 보수 최전방 공격수임을 부각시킴으로써 향후 복당의 대의명분으로 삼고, 내친김에 보수 리더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플랜이다. 그러나 한 의원에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 제거는 좀처럼 넘기 힘든 난제다. 한 의원의 최근 모습이 국민의힘 내부 ‘공한증(한동훈 공포증)’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월 30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 2차 개각 직후 후보자들 면면을 본 여권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사전에 개각 단행 자체를 몰랐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았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조차 미국 출장길에 이를 들었을 정도였다.
한동훈 의원은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어느 누구보다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개각 발표 바로 다음날인 8월 31일부터 칼을 빼 들었다. 타깃은 김승원 후보자였다. 예결위원인 한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 의원이 코로나 신약 개발 관련 청탁을 받고 식약처장에게 청탁한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며 “이런 분을 법무부 장관으로 모셔도 되겠나”라고 직격했다.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는 2021년 브로커 양 아무개 씨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업체의 청탁을 받고 당시 식약처장에게 해당 치료제의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했었다. 검사 출신이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한 의원이 이를 다시 꺼내며 포문을 연 것이다.
예결위에서의 예행연습을 끝낸 한 의원은 9월부터 본격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그는 9월 2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9월 3일에는 김 후보자와 당시 법원 영장판사와의 유착 여부를 쟁점화했다. 9월 4일에는 양 씨와 김 후보자의 과거 녹취록을 폭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양 씨는 2021년 10월 7일 김 후보자와의 통화에서 “오빠, 전에 말씀드린 교수님 건이다. 지금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 치료제 관련해서 (심사 신청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오빠는 양 씨가 김 후보자를 부르는 호칭이고, 교수님은 의약품 제조업체 제넨셀 오너 강 아무개 씨다.
‘오빠’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언론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고, 한 의원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한 의원은 9월 4일엔 2024년 8월 서울서부지검이 김 후보자를 알선뇌물혐의로 소환조사한 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구형 계획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 의원은 검찰이 당초 김 후보자에 대해 징역 8개월 구형을 할 예정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승원 후보자는 양 씨와 관련 “2022년 2월 사적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9월 5일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때리면서 녹취록을 꺼냈다. 이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2년 2월 9일 양 씨와의 통화에서 “동생, 보고 싶어서 눈에서 눈물이 나네 그냥”이라고 말했고, 이에 양 씨는 “오빠, 지금 달려갈게. 어디야”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와 양 씨가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한 의원은 9월 7일 공격 대상을 여권 전체로 확대했다. 양 씨와 해당 제약사 대표가 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언급한 문자메시지 내용을 폭로했다. 여기엔 “내일 최 의원님 우리 삼실(사무실) 와요 1시. 지금 승원옵(오빠)은 국감 때문에 끝나야 한다는데 제가 최 의원님 쪼르께요(조를게요). 송영길 의원은 여우라서 돈 줘야 움직여요”라는 내용이 있다. 승원옵은 김 후보자였고, 최 의원은 최재성 전 의원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한 의원이 개인기를 펼치면서 복당을 위한 진입 공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징계 정국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친한계 의원들은 한 의원의 청문회 투입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한동훈 한 명이 거대 여당과 홀로 싸우고 있다. 그동안 무기력하고 집안싸움만 했던 1야당에게선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면서 “국민의힘이 태클을 걸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한 의원을 지원사격해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9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김 후보자) 사건의 공론화를 주도하고 있는 건 한 의원”이라며 “반드시 청문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청문회에) 들어가는 방법은 국민의힘 당적을 회복하고 국민의힘 의원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지도부에서 한 의원에 대한 징계를 취소, 또는 정지해 청문위원으로 넣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의원이 이번에 실력 발휘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에게 박힌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없애는 수준까지 이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언제부터인가 한 의원에게 따라다니는 유승민 전 의원 사례가 다시 소환된다. 한때 친박 중의 친박이었던 유 전 의원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통령 핵심 참모이자 브레인이었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간 직후부터 금이 갔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유 전 의원은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은 격분했다. “배신의 정치”라는 말까지 꺼내들면서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을 내쳤다.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했고 사실상 정치적 낭인이 됐다. 2016년 20대 총선 국면에서 공천 배제됐고, 새누리당(옛 국민의힘)을 탈당, 무소속 출마 끝에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동을에서 당선됐고 가까스로 복당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을 창당, 대선후보까지 됐고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더욱 더 멀어져갔다. 유 전 의원은 긴긴 유랑 생활 끝에 2020년 봄 총선 때 친정인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배신자 프레임은 좀처럼 벗을 수 없었고 유 전 의원 앞에는 장애물만 가득했다. 2021년 대선 경선에서 패했고, 2022년 경기도 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경선에 나섰지만 또다시 쓴잔을 마셨다. 2023년 3·8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배신자 프레임이 또다시 앞길을 막았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앞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채 아직까지 막고 있는 형국이고 한동훈 의원 앞길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언제든지 허들을 놓아둘 게 뻔하다”라며 “신의를 신조로 내세우는 보수 정당에서 배신자 프레임은 벗기가 너무나 어렵다. 한 의원도 이번 청문 정국에서는 잘했다 하더라도 정치적 고비마다 이 프레임이 끝내 발목을 잡고 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권파는 한 의원 활약에 떨떠름한 모습이다. 이들은 공공연히 “한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선을 긋는다. “적의 적이라고 해서 결코 동지는 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장동혁 대표는 9월 8일 ‘펜앤마이크TV’에 나와 한 의원의 오빠 녹취록을 겨냥, “자꾸 오빠를 강조하는 것은 김 후보자에 대한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오빠 로비가 문제가 아니라 로비의 결과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주목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홍준표 전 시장도 9월 9일 SNS에 “자기 핸드폰은 스무 자리 이상 비번을 걸어 아무도 못 보게 해놓고 남의 핸드폰은 얄팍한 법지식(을) 활용해 무제한 훔쳐보면서 (그 내용을) 편집까지 했다면 이런 비열하고 야비한 짓이 어디 있느냐”라고 한 의원을 때렸다. 홍 전 시장은 이어 “서초동 편집국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었겠느냐”면서 한 의원이 검사 시절 언론 플레이에 능숙했다는 사실을 소환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한 의원과 거리를 뒀다. 그는 9월 10일 기자들과 만나자 한 의원의 청문회 참여 요구에 대해 “국회법은 상임위별 교섭단체와 무소속 의원 정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소속 의원을 우리 당 의원과 같이 사·보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의원에 대한 징계 취소·정지 요구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당의 징계가 어떤 필요성에 의해 잠시 정지되는 것은 그 당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 의원이 여권을 공격하는 것과 정치적 정도를 걷는 것은 다르다”며 “당내에서는 한 의원의 이번 공세를 두고 시원하다는 평이 있기는 하지만 저 칼날이 언제 내부를 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있기에 한 의원에 대해 당사 문을 열어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복당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장 대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 journali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