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삼성·KB 등 하회 비율 90% 넘어…기업가치 높게 제시할수록 주관권 유리, “주관사별 장기 성과 공개해야”

기술특례상장은 기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일부 완화된 재무 요건을 적용받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도입돼 2013년 4월 전 업종으로 확대됐고, 반지형 혈압계 개발기업 스카이랩스 상장으로 누적 300곳을 기록했다. 이 300개 사는 IPO로 8조 원을 조달했으며, 올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코스닥 신규 상장 시가총액의 62.0%를 차지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곳 중 5곳(알테오젠·레인보우로보틱스·펩트론·에이비엘바이오·로보티즈)이 기술특례기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기술특례기업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대비 평균 147% 증가했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주가 성과를 보면 공모가를 지켜낸 기업은 5곳 중 1곳에 불과해 제도의 외형적 성장과 상장 후 주가 성적표는 엇갈렸다. 기술특례기업 300곳의 공모가와 9월 8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스팩 합병 16곳과 상장폐지 기업 5곳을 제외한 279곳 가운데 223곳(79.9%)이 공모가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값은 마이너스(-) 62.5%로, 비교 대상 기업의 반가량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62.5% 이하였다. 공모가 대비 90% 이상 하락한 기업도 33곳으로 집계됐다.
대표 주관 건수 1위인 한국투자증권은 주가 비교가 가능한 60곳 가운데 42곳이 공모가를 밑돌아 하회 기업 수도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증권은 37곳 중 27곳, NH투자증권은 36곳 중 25곳이었다.
대표 주관 건수 상위 9개 증권사 각각의 공모가 하회 비율을 비교하면, 하나증권이 100%(13곳 중 13곳)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 95.2%(21곳 중 20곳), KB증권 94.1%(17곳 중 16곳), 키움증권 90.9%(22곳 중 20곳), 대신증권 80.6%(31곳 중 25곳), 신한투자증권 78.6%(14곳 중 11곳) 순이었다. 상위 9개사를 제외한 증권사가 주관한 28곳 중에서는 24곳(85.7%)이 공모가를 밑돌았다.

일례로 대신증권이 대표 주관한 신약 개발 기업 파라택시스코리아(옛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상장 당시 제시한 추정 실적을 크게 밑돌았으며 현재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2019년 상장 당시 2023년 매출 1393억 원과 영업이익 734억 원을 전망했지만 실제 매출은 1억 원, 영업손실은 403억 원이었다. 공모가는 6만 원이었으나 거래정지 전인 지난 4월 7일 종가는 416원이었다. 이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중단·매각 예정 사업을 제외한 세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재차 넘으면서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지만 회사가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해 정리매매와 상장폐지 절차는 보류됐다.
일부 기술특례기업의 주가 부실 문제는 주가 하락을 넘어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기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술특례기업은 25곳으로, 전체 코스닥 관리종목 136곳의 18.4%였다. 관리종목은 재무상태나 주가·시가총액, 공시 등 상장 유지 요건에 문제가 생긴 기업을 투자자에게 알리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거나 별도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폐지 절차나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을 따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넘어갈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관리종목 지정률은 일반기업보다 기술특례기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4일 공개한 최근 5년(2021년 1월~2026년 8월) 신규 상장사 통계를 보면, 관리종목 지정 이력은 기술특례기업이 5.9%(188곳 중 11곳)로 일반기업의 3.5%(287곳 중 10곳)보다 높았다.
상장 유지에 실패해 증시에서 퇴출된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10일 기준 5곳이다. △유네코(옛 에코마이스터)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옛 샘코) △셀리버리 △파멥신 △인트로메딕 등이 해당됐다. 대표 주관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2곳, 대신증권·DB증권·KB증권이 각각 1곳을 맡았다.

현행 주관사 책임 강화 장치가 대표 주관사 교체와 인수단 참여를 통해 우회될 수 있어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3년 이내 주관한 기술특례기업이 상장 후 2년 안에 관리종목이나 회계·재무 위험 등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증권사는 후속 기술특례 IPO의 일반청약자에게 주가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공모주를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을 6개월간 부여해야 한다.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인수한 주식을 팔지 못하는 보호예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그러나 한 IB 업계 관계자는 “책임 강화 대상 증권사가 대표 주관을 다른 증권사에 넘기고 인수단으로 참여하면 거래에 계속 관여할 수 있다”며 “보여주기식 제재만 있을 뿐 자정 노력을 끌어낼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관사의 책임 기간을 늘리기보다 주관사별 장기 성과를 비교·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특례기업은 상장 당시 시장성과 상업성이 확인되지 않아 주관사가 3~5년 뒤 성과까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장기간의 성과에 대한 (사후적) 책임을 지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10년간 각 증권사가 주관한 기업의 성과를 비교하면 기업 발굴과 실사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며 “이런 평가가 시장과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