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진보 진영이 기존의 정치적 관례를 깬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원내 제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다는 관례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깨졌기 때문에 용혜인 의원의 이번 행보만을 유독 새삼스럽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용혜인 의원은 8월 31일 소셜미디어(SNS)에 “당 소속 유일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 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라고 적었다. 필자는 이런 용혜인 의원의 언급에 위성정당이 가진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판단한다.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그리고 연합정치시민회의(시민사회 추천 몫) 등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여기에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은 없다. 용혜인 의원의 소속 정당인 기본소득당은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등과 함께 새진보연합을 구성한 뒤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선택을 통해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대표가 의원 배지를 단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서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투표했다면 결과적으로 기본소득당 역시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과 추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추론’과 ‘해석’일 뿐, 구체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주장은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 결과는 추론이나 해석으로 설명돼서는 안 된다. 대의민주주의는 이론적으로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국회나 다른 국가 기관에 위임해 국가를 운영하게 하는 체제인데, 권리를 위임하려면 위임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한 것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 그 자체이지, 그 구성 정당들을 보고 투표했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더구나 위성정당 명칭 자체가 민주당을 쉽게 연상시키는 ‘더불어민주연합’이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는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한 당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당과 같은 군소 정당을 보고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에 정당 투표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렇다면 소수 정당의 어려움을 주장할 수도 없다. 유권자가 확실히 선택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위험에 대해 이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을 확보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더라도, 이들 소수 정당의 권익과 생존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당위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을 통해 당선된 군소 정당 의원들이 소속 정당에 원대복귀 하더라도 거대 정당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소수 정당만의 특징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드물었고, 심지어 위성정당 해산 이후 모(母)정당과 합당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 정당의 후보가 위성정당을 통해 의원이 된 이후 자신의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니 위성정당이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인데, 위성정당을 통해 의회에 진출한 정당들이 ‘소수 목소리’의 존속이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과 같이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른 정당들이 현 사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정치권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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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journali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