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57전 56승, 부상 복귀 뒤 16경기 연속 2-0 완승…야마구치 꺾고 64년 대회 역사 다시 써

장기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9월 8일을 기점으로 100주 연속 1위 수성 기록을 세웠다. 이전에도 일정 기간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었다. 그간 1위 자리에 올랐던 기간을 합하면 165주(9월 30일 기준)에 이른다.
앞서 2025년 안세영은 11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배드민턴 여자 단식 최고 기록을 세웠다. 77경기를 치러 73승 4패, 승률 94.8%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가 집계한 한 시즌 60경기 이상을 치른 단식 선수 중 역대 최고 승률이었다.
2026년 성적은 더 압도적이다. 아직 시즌은 진행 중이지만 2025년의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이번 결승전 포함 57경기 56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승률은 98.2%에 이른다.
안세영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우승을 놓친 두 대회 가운데 전영 오픈에서는 이번 시즌 유일한 패배를 당하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일본 오픈에서는 32강 통과 이후 부상으로 기권했다.
완벽해 보이던 안세영이 흔들리는가 싶었으나 이는 기우였다. 약 1개월간의 휴식 이후 8월 중순부터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서운 점은 모든 경기를 게임스코어 2-0으로 승리, 부상 복귀 이후 '무실게임'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졌다. 32강부터 일정을 시작한 안세영은 맹렬한 기세로 금메달을 향해 달려갔다. 32강에서는 1, 2게임을 모두 21-5로 승리하며 20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16강, 8강 역시 각각 35분, 33분만이 소요됐다.
8강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8강에서 만난 라차녹 인타논(태국)과는 경기 후 나란히 서서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사진 촬영에 임했다. 안세영은 “내 롤모델이었던 선수다. 언제 은퇴할지 모른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추억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타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 참가임을 밝혔다. 인타논 역시 안세영과 만든 추억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안세영에게 간단한 태국어를 알려줬고 안세영이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천적 관계도 무너진 지 오래다. 최근 8경기 전적에서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7승 1패로 압도하고 있다. 이번 4강 역시 2-0(21-5 21-12)으로 40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두고도 특별한 언급을 남겼다. 그는 천위페이에 대해 “어느 위치에서든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결승에서는 안세영의 정상 등극 이전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던 야마구치를 만났다. 안세영에게 야마구치는 이번 대회 아쉬움이 남는 상대였다. 여자 단식 개인전에 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만나 게임을 내준 바 있었기 때문이다.
9월 23일, 한국과 일본은 여자 단체전 4강에서 만났다. 첫 경기는 안세영과 야마구치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안세영은 2-1(21-9 18-21 21-11)로 승리했다. 9월 내내 이어오던 '무실게임'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다만 안세영의 아쉬움은 기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어진 경기에서 팀 동료들이 패배를 안으며 최종 스코어 1-3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탓이다.
단체전의 아쉬움을 안세영은 여자 단식 결승에서 풀어냈다. 경기 초반에는 밀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1게임 첫 득점을 야마구치에게 내줬고 한동안 끌려가는 경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8-8 동점을 만든 이후 안세영은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2게임에서는 비교적 압도적인 모습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게임 막판 20-9 상황, 안세영이 서브를 넣었다. 야마구치가 받아친 셔틀콕이 그대로 라인을 벗어났다. 금메달 확정의 순간, 안세영은 두 주먹을 쥐고 크게 포효했다.
3년 전 항저우에서도 안세영은 금메달을 따낸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금메달은 의미가 달랐다. 항저우 대회 당시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에 막 올라선 시기였다. 결승에서는 천위페이를 상대로 무릎 부상까지 입었음에도 경기를 끝까지 치러 정상에 올랐다.
이후 안세영의 위치는 달라졌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5년에는 여자 단식 한 시즌 최다인 11개 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2026년에는 승률을 98%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3년 전 항저우에서는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면 이번에는 모두가 노리는 그 자리를 지켜내야 했다.
결과는 같았다. 3년 전에는 부상을 안고 정상에 올랐고 이번에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왕좌를 지켰다. 이로써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역사상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타이틀을 방어한 인물은 안세영이 최초다.
아시안게임 역사에서 배드민턴은 1962년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간 여자 단식에서 16개의 금메달은 제각각 16명의 선수들이 가져갔다. 이 같은 흐름은 안세영이 깨뜨렸다. 한국 배드민턴에도 새 역사였다. 남녀 단식을 통틀어 최초 2연패 기록을 썼다.
단식에서만큼은 무실게임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단체전에서는 4강 일본전에서 야마구치에게 한 게임을 내줬다. 단식 경기에서는 32강부터 결승까지 5명을 만나 10게임을 내리 따냈다.
안세영은 지난 8월 세계선수권, 9월 초 중국 마스터스부터 최근 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3개 대회 연속 단식 경기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2-0 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경기에서 32게임을 내리 따낸 것이다.
안세영 외에도 배드민턴 종목에서 다수의 메달이 나왔다. 안세영 경기 직전에는 여자 복식 결승전이 열렸다. 이소희-백하나 조는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리승수-탄닝 조를 만나 1시간 51분간 이어진 접전 끝에 2-1(26-28 21-18 21-18) 역전승을 거뒀다.
이외에도 김원호-서승재 조가 남자 복식에서, 유태빈이 남자 단식에서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유태빈의 동메달은 한국 남자 단식이 따낸 16년 만의 메달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총 7개 종목 중 5개 종목에서 메달을 가져오며 ‘효자 종목’ 노릇을 했다. 그 중심에는 안세영이 있었다.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이끌어냈다.
갖가지 기록을 쏟아냈으나 안세영의 시선은 벌써 ‘다음’을 향한다. 그는 대회 2연패에 기뻐하면서도 경쟁자의 능력을 인정하며 ‘공격력 향상’을 목표로 이야기했다. 승률 98%의 빈틈이 없어 보이는 강자이지만 안세영은 더 강해질 방법을 찾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