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여건 불만이 41만 명 집회로 확산…한국 청년들 경제문제 집회로 연결할 가능성 낮아

프랑스 본토의 학생 시위는 지난 9월 중순 파리 외곽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 교직원들이 인력 부족에 항의하며 파업에 나선 뒤 이튿날 학생들이 교문을 봉쇄하면서 확산됐다.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노후 시설에 대한 불만에 대입 선발제도에 대한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10월 1일에는 고등학교 1027곳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22곳이 봉쇄됐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하루 동안 1949명이 연행됐다. 이후 대학생과 노동조합 등이 가세하고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예산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10월 24일 전국 집회에는 프랑스 내무부 추산 41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파리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고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하는 등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프랑스 청년들의 불만은 교육환경 악화뿐 아니라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흔들리는 데서도 비롯됐다. 가정 형편에 따른 교육 기회 격차와 대학 진학 과정의 불평등이 이러한 불만을 키웠다. 한국에서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가 계층 대물림을 심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 2000원으로 300만 원 미만 가구(19만 2000원)의 3.4배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각각 84.9%와 52.8%로 32.1%포인트(p) 차이가 났다.
부모의 경제력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엘레나 반 스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사과정 연구원이자 하버드대 사회학 펠로는 일요신문에 “20~30대는 진로와 대학·대학원 진학, 거주지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시기”라며 “부모의 경제적 지원은 대학원 진학이나 무급 인턴십처럼 초기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대출을 받거나 당장의 경제적 안정은 보장되지만 장기적인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업구조 변화가 청년들의 일자리와 소득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프랑스는 제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5% 수준에서 2022년 9% 수준까지 줄었다”며 “한국도 화학과 조선,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이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집중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은 기술집약적인 분야여서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기업의 영업이익과 임금, 성과급이 소수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2024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부문의 취업유발계수는 최종수요 10억 원당 2.9명으로 전년 3.6명보다 낮아졌다. 같은 해 전 산업 평균인 7.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첨단 제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수요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은 셈이다. 청년 고용지표도 악화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11만 3000명 증가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4만 7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4.0%로 1.1%p 하락했다.
산업구조 변화와 교육·자산 격차로 인한 부의 양극화가 겹치면서 경제적 불만이 집단적 저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주호 팀장은 “자산과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프랑스처럼 격렬한 시민불복종 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행동보다 각자도생·경제활동 이탈에 무게
반면 한국에서는 경제적 불만이 누적되더라도 프랑스와 같은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프랑스에서는 주거비 부담도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이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사회적 불만이 프랑스처럼 집단행동으로 폭발할 만큼 누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자산을 이전받아 혜택을 보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이 갈리면서 청년 세대 전체가 하나로 묶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은영 소장은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집단행동 여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유럽에서는 주거 문제를 시민의 권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거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하다”며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차이가 교육체제와 시민 참여 문화에서도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교육체제에서 순응하는 주체를 길러냈다. 반면 프랑스는 어릴 때부터 시민 참여와 정치 참여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있다”며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한국은 순응하는 주체, 프랑스는 참여하는 주체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단행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킨 역사적 경험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앞선 세대가 시위를 통해 사회를 바꾼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한국도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있지만 소득 불평등과 같은 경제적 문제를 집단적 투쟁으로 해결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경제적 불만을 집단행동으로 연결할 동력이 약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청년들의 분노가 한국에서는 온라인 공간으로 향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청년들도 실업과 소외 등 프랑스 청년들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국 청년들은 이런 증오심과 분노를 사이버 공간에서 분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한국의 재정 여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정적자 비율은 프랑스 5.1%, 한국 2.5%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랑스와 한국은 재정 적자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한국도 청년들은 어렵지만 전반적인 공공서비스 수준은 낮지 않고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행동이 어려운 사회에서 경제적 불만은 구직 포기와 경제활동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연성 교수는 “경제적 모순이 더 누적되면 프랑스처럼 폭발할 수도 있고 일본처럼 갈 수도 있다”며 “일본에서는 장기불황기에 청년들이 거리로 나오는 대신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이미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집단적인 저항은 아니지만 개인 수준의 소극적 저항이 하나의 세대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