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가는 길 ‘안전운행’ 선택
8일 정홍원 국무총리 지명자가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수위를 나서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언론에 오르내린 10여 명의 총리 후보군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1순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보다 더 유력했던 한 후보는 ‘작은 부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기본 검증단계에서 탈락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유력후보 A 씨는 세간에 청렴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검증을 해보니 치명적인 ‘약점’이 세 가지나 드러나 탈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솎아내기 과정을 거쳐 정 후보자가 최종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정 후보자는 지명 며칠 전 미리 통보를 받았는데 이때 박 당선인 측의 집중적인 검증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치명적 비리나 의혹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청문회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정 후보자는 1944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잠시 교직에 몸을 담기도 했다. 교사라는 안정적 직장을 버리고 다시 성균관대 법대에 진학,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한다. 정 후보자는 검사 시절 후배 검사들로부터 ‘검사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신망이 높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대검찰청 강력부 과장 및 감찰부장, 부산지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등의 검찰 요직을 거친 특별수사통이었다. 이후 2011년 6월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을 역임하다가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한다.
당시 정 후보자는 친이계의 상징적 인물이던 이재오 의원에 대한 공천을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발에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였다. 이 ‘사건’은 정치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치 초년병인 그가 2008년 총선 친박공천 학살의 주역이었던 이재오 의원 공천을 관철시킨 것을 두고 ‘정무적 판단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일각에서는 ‘박심’을 어긴 항명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오히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이재오 의원 공천에 동의했기에 정 후보자가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시각이 더 많았다. 그때부터 정 후보자의 말에 상당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당시 친박계는 공천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정 후보자의 벽에 부딪히자 상당한 반발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영남지방의 경우 공천이 거의 확정된 사람들도 정 후보자가 깐깐하게 구는 바람에 공천확정에 상당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빽’이 잘 안 통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가 박근혜 위원장의 절대 신임 아래 공천 로비를 상당부분 차단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 후보자와 박근혜 당선인의 인연이 이번 총리 인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친박계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식물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지만 의외로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 때 친박계의 거센 저항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소신 공천을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1등공신이기도 했지만 그 뒤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자리 욕심을 내지 않는 선비라는 말이 그 때 나왔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박 당선인도 정 후보자가 자기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몸 바칠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가 책임총리는 아니더라도 실세총리까지는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평소 자리 욕심이 없다는 것은 검사 시절에도 알려진 바 있다. 법무부 법무연수원장 때인 2004년 5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시 동기인 이범관 광주고검장과 함께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는 결단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이런 소신은 평소의 남다른 독서열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정 후보자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 특히 애착을 갖는 것은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역사소설 <국운>이라고 한다. <국운>은 한때 절판됐다 <료마가 간다>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정 후보자의 <료마가 간다>라는 책 사랑은 향후 총리로서의 국정운영 예상을 일부 엿보게 한다. 책 내용이 권력을 쥐고 최 정점에 섰을 때 그 자리를 탐하지 않고 홀연히 떠난다는 것인데 이는 지난해 총선 때 그가 공추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별 직책을 맡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 것을 연상시킨다.
그가 ‘무욕의 칼’을 휘두를 경우 총리직 수행에도 큰 힘이 될 것이란 평가다. 특히 박 당선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내각을 관할할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또한 여권 권력구도가 친박계 중심에서 영입소신파와의 양대 산맥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정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외부에서보다 친박계의 조직적 저항이나 ‘항명’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지나온 길을 볼 때 그가 절대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듯하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당선인이 정홍원을 뽑은 이유가 아닐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국가안보실장에 김장수 지명 배경 대북정책 대표적 ‘매파’ 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최대석 전 인수위원과 일종의 ‘라이벌 관계’였다.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대북 정책을 두고 이견차를 노출하며 갈등을 벌였다는 얘기도 있었다. 최 전 위원의 갑작스런 낙마에 김 내정자와의 ‘권력갈등’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왔었다. 물론 확인된 바는 없지만 그만큼 두 사람은 대북정책 비둘기파와 매파의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박 당선인이 김 내정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가 강경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박근혜 정권의 대북 강경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결구도로만 치달을 경우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