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 둘다 만신창이
“‘폭주 언론’ 매일경제를 고발한다”, 지난 5일 한경 1면에 실린 제목이다. 한경은 1면 머리기사를 비롯해 총 4건의 기사를 통해 매경을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 “매경이 지난 수십 년간 광고나 협찬을 거부하는 기업에 사소한 잘못도 트집 잡는 보복성 기사를 서슴지 않았다”며 “특히 지난 2011년 종편 MBN 출범 당시 자본금을 충당하기 위해 출자를 거절한 수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을 돌아가며 기사로 ‘맹폭’했다”고 폭로했다. 관련기사는 연속 기획으로 기획돼 두 매체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양대 경제지로 꼽히는 매경과 한경이 험한 표현까지 써가며 왜 이런 난타전을 벌이고 있을까. 한경 측은 그 시작이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30일 한경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검증을 통해 각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과거 사례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MBN 대표이사 회장을 거론했다. 기사에는 장 회장이 2002년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됐지만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했다는 내용과 함께, 장 회장을 제목과 사진에 노출했다.
매경은 장 회장이 기사에 언급된 것에 대해 즉각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매경의 한 관계자는 “한경이 장 회장의 의혹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경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적격성 논란이 기사의 핵심이고, 자연스럽게 과거 사례를 설명하면서 장 회장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 후 매경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2일 매경은 “주가조작 놀이터 증권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전 한국경제TV PD 김 아무개 씨가 수뢰 혐의로 구속되고, 방송에 출연한 증권전문가가 방송 전 미리 사둔 주식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주가조작을 해 수십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올린 사건을 1면 머리기사 포함, 총 4건의 기사로 실으며 한경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자본시장의 독버섯’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매경의 한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뒤 한경에서 우리에게 ‘한국경제TV’를 이니셜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 나아가 기사를 안 내리면 장 회장의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며 “한경이 기사로 거래를 하려는 못된 버릇이 있다”고 까지 말했다.
한경 측에선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매일경제>가 PD의 개인비리를 마치 한국경제TV의 조직범죄인 것처럼 과장하고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둘 사이의 감정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매경의 종편 MBN 출범 당시 비리 문제까지 들춰지기 시작됐다. 한경은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매경이 MBN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의 납입과 투자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권 때리기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경은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매경이 보도한 삼천리, 신한금융지주, 국민은행, LG그룹, 효성 등과 관련된 기사를 예로 들면서 “이들 기업이 MBN 투자를 꺼렸다가 ‘보복 기사’로 곤혹을 치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매경의 한 관계자는 “한경의 이번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을 비롯한 모든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두 매체의 싸움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 언론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매경과 한경이 양대 경제지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회사 규모로 보면 매경이 훨씬 크다”며 “난타전이 계속된다면 한경이 버텨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각자의 영업 전략은 물론 치부까지 서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감정싸움은 길게 가면 손해를 보는 건 양측 모두이다”라고 덧붙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장도 “이런 악의적 폭로전은 저널리즘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종편 탄생의 비밀 등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언론사의 불법 사실들이 두 매체의 폭로전을 통해 밝혀질 것 같다. 폭로 중 위법 사실들이 확인된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할 부분은 고발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