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침 스캔들 일자 머리 빡빡 밀고 눈물사죄 영상 공개…이것도 마케팅?
일본의 인기 걸그룹 ‘AKB48’ 멤버, 미네기시 미나미(20)의 ‘동침 스캔들’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주간문춘>은 미네기시가 댄서 겸 배우인 시라하마 아란(19)의 집에서 나오는 사진을 특종 보도하며, 이들이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에 AKB48 소속사는 “팬들에게 큰 걱정을 끼친 미네기시를 2월 1일자로 AKB48 연습생으로 강등한다”고 발표했다. AKB48은 멤버가 남자와 사귀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캔들의 대가는 혹독했다. 이른바 동침 스캔들로 논란이 커지자 미네기시는 삭발을 감행하고 팬들에게 눈물로 사죄를 구한 것이다. 꽃다운 나이 스물한 살의 여자 아이돌이 머리를 빡빡 깎은 채, 펑펑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미네기시가 ‘동침 스캔들’이 터지자 삭발을 하고 팬들에게 사죄를 했다. 사진은 삭발 전후 사진.
이후 온라인에서는 미네기시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됐다. 무엇보다 “아이돌 역시 사람인데, 어엿한 성인인 미네기시의 연애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짝사랑은 허용되지만 그 이상은 금지’라는 규정으로 연애금지를 강요하는 소속사의 지나친 규율과 처우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20대 초반의 여성을 저렇게 만든 것은 끔찍한 ‘체벌’과 다를 바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명 소설가 아즈마 히로키(41)도 “삭발이 일본 전통의 사죄 방법이긴 하지만, 21세기에 젊은 여성이 이런 방식으로 사죄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매우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일본 아이돌 계는 엄격한 사생활을 요구한다. 아이돌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연애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사적인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공개 사과에 나서며 당분간 활동을 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이미지는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해 퇴출당하는 것이 마땅하고,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주간문춘>이 미네기시가 댄서 겸 배우 아란(왼쪽)의 집에서 나오는 사진을 특종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저스틴 비버(18)와 셀레나 고메즈(20)처럼 인기 아이돌들의 연애가 팬들의 관심사가 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아이돌의 공개 연애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기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일본에서 아이돌의 연애금지령은 앞으로도 그렇게 간단하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은 “일본에서 여자 아이돌은 ‘꿈’을 파는 상품이다. 팬에게 마치 그녀들과 연애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뛰어난 비즈니스인 것이다. 따라서 그녀들의 사생활, 성품, 이미지를 관리하고 순결하게 보이게 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애금지령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자 아이돌이 연애를 선언하는 순간, 팬의 ‘꿈’과 ‘환상’은 철저히 무너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미네기시의 ‘삭발 소동’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것이 소속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미리 짜인 각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간 사이조>는 “삭발 소동이 일어나기 3일 전부터 이미 스포츠지 1면에 미네기시의 기사가 내정돼 있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미네기시의 사죄 회견이 곧 있을 것이고, 큰 화젯거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초 사죄 회견만 예정돼 있었고, 직전에 미네기시가 충동적으로 삭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간 사이조>는 이 점에 대해 단순한 사죄 회견이었다면 ‘큰 화젯거리’라고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미네기시가 삭발을 한 것이 공교롭게도 AKB48의 다큐멘터리 영화 공개 전날이라는 묘한 타이밍과 활동정지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단지 연습생으로 격하했다는 점을 들며 이번 소동에 소속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정말로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삭발소동이 단지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참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부터 “소속사의 계산된 시나리오, 이것이야말로 연애금지 규칙을 깨는 것 이상으로 팬을 배반한 행위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연애금지령 인권침해 논란…‘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AKB48’의 멤버 미네기시 미나미(20)가 ‘동침 스캔들’로 인해 삭발 사죄를 하는 소동이 일자 일본 웹상에서는 아이돌의 연애 금지령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국제인권변호사인 이토 가즈코가 지난 2일 ‘AKB48의 연애 금지 규칙은 그야말로 인권침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토 가즈코 변호사는 “개인의 자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인권침해로 명백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또 멤버의 격하나 해고에 대해서도 무효이므로 징계처분은 인정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네기시의 삭발 사죄가 자신의 의지라고 말해도 ‘파워하라(권력 희롱)’와 진배없다고 주장했다. 파워하라는 힘 있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등 직장 내 업무상의 지위나 우위를 이용해 학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아이돌은 특수한 케이스이며, 판례가 없어 정확히 흑백을 가릴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단, 민법 제90조에 의해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면 연애금지 서약서는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