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만 그럴싸…‘날림 책’ 넘친다
박근혜 당선인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교보문고에서 시판 중인 박근혜 당선인 관련 출판물을 살펴보면 2011년에 7종이 출판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후 18대 대선이 있던 해인 2012년에 박 당선인 관련 서적이 30종으로 늘어난다. 한 달 평균 1.25종이 출판된 것이다. 2013년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박 당선인 관련서적이 10종 이상 출판됐다. 한 달에 5종꼴로 작년에 비해 3배가 늘어난 수치다.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서적도 최근 3개월 동안 12종이 출판됐다.
이같이 ‘박정희 가문의 특수’를 노린 책이 쏟아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날림 책’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M 사에서 2013년 1월 출간한 박근혜 당선인 관련 서적은 똑같은 내용으로 2011년 당시 다른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다. 제목과 표지는 변했지만 어디에도 개정판이라는 표시는 없다. H 사와 또 다른 H 사에서 출판된 박근혜 당선인 관련서적도 신문의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박근혜 당선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정운영에 대한 저자의 아이디어 수준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수준이다.
출판계에서 이런 식으로 한탕식 특수를 노리는 꼼수는 공공연히 있어왔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특수를 노린 한 출판사는 <레미제라블> 전집을 ‘교양문학’이 아닌 ‘실용어학’으로 한국문헌번호센터에 등록을 해서 값을 후려치기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똑 같은 책을 ‘업종’만 변경한 뒤 가격할인을 해 큰 이익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현재까지 나온 박 당선인 관련 서적들은 한두 권을 제외하곤 수준이 형편없다”라고 말했다. “한 출판사의 예를 들자면, 고령의 유명인사들 명단을 100명정도 뽑아 데이터를 모아놓는다. 그 유명인이 유명을 달리하면 바로 책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책을 살펴보면 내용이 짜깁기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 팔린다. 현재 시판 중인 박 당선인이나 박 전 대통령 관련 서적도 이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평가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박 당선인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아동용 서적이 무분별하게 출판되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박 당선인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아동용 서적은 1월 한 달 동안에만 4권이 출판됐다. 한기호 소장은 “어린이 서적은 역사책에 비해 각색하기가 쉬워 객관성을 잃기 쉽고 책이 출판되기까지의 과정도 간소한 편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금 나온 박 당선인 관련 서적은 오래 지켜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기 전 이미 준비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정치인 관련 서적이 양서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 경험이나 정책에 대한 제시나 검증이 책에 드러나야 한다. 정치평론가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리하고 집필한 책이 나와야 하는데 대부분 권력과 유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기계발 관련 서적을 기획하는 출판사에 종사 중인 임 아무개 씨는 “유명인사를 소재로 한 책들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독자는 그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 현재로서 제대로 된 서적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의 자존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MBC‘박정희 재평가 사진집’에 돈 댄 의혹 1억 5000만 원 선심?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서적. 최준필 기자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은 국감을 통해 이와 관련된 문제를 집중 추궁할 생각이었지만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기파랑)와 관련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현재 이 책은 출간돼 시판 중이다. 국감에서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와 관련한 의혹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배재정 의원 측은 “(문방위) 국감이 계속 파행을 거듭했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며 “시간이 부족했다. 김재철 사장과, 최필립 이사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MBC가 정수장학회의 요청에 따라 기부금을 증액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이 MBC의 경영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지난 1일 발표된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결과를 보면 감사원은 방문진에 대해 ‘MBC 경영을 관리·감독하면서 결산의 중요 변동사항 등에 대한 사전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MBC에서 제출한 결산 보고안을 이사회에 그대로 상정하는 등 형식적으로 승인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배재정 의원 측은 “정수장학회는 순수한 자본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MBC에 요청하는 식이다. 방문진이 MBC가 예산을 집행하는 데 관리 감독을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에게 그 정도 금액을 지원해 달라고 할 정도면 ‘기파랑’의 안병훈 대표 정도가 아니겠느냐”며 지원을 요청한 인물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안병훈 대표는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으로 퇴직금으로 기파랑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기파랑 측은 “정수장학회는 꾸준히 관련도서 지원사업을 해왔고 우리 실무진 측도 절차에 따라 지원금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에서 이례적으로 1억 5000만 원의 기부금이 증액됐고 그것이 기파랑에게 지원됐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는 “실무진들은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는 잘 모른다. 도서지원사업은 통상적인 업무다. 사진집의 특성상 제작비가 많이 들어 여러 통로를 통해 지원금을 알아보고 절차에 따라 진행한 일”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