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ㆍ인심ㆍ전략 “목숨 걸지 않으면 성공 없어요”
김밥점문점 창업은 유사 점포가 많아 특별한 전략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중소기업 간부 출신인 김 아무개 씨.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결국 창업을 결심, 특별한 기술이 없다 보니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택하기로 했다. 김 씨는 서울 송파구 오피스 상권 인근에 영업 중인 50㎡(약 15평) 규모의 국수전문점을 권리금을 포함, 1억 3000만 원을 주고 인수해 창업에 나섰다.
이전 운영자가 ‘월 식사’로 식당을 이용하는 고객 명단을 넘겨주려 하자 김 씨는 자신만의 고객을 만들 수 있다며 거절했다. 첫 달 매출은 2000만 원, 순익 360만 원 정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그런데 주변에 비슷한 국숫집이 3곳 더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은 떨어졌고, 이전 운영자에 비해 맛과 서비스가 떨어진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손님 수는 더욱 줄어들었다.
창업 1년 6개월에 접어들 즈음, 김 씨는 결국 자신이 지불한 권리금의 절반과 보증금을 포함, 5000만 원만 간신히 건지고 점포를 양도하고 말았다.
분식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메뉴인 만큼 거부감이 적고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또한 맛내기, 점포 운영 등이 다소 만만하게 느껴져 김 씨처럼 쉽게 아이템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흔한 만큼 이미 시장에는 유사 점포가 많고 마진율이 생각처럼 높지 않아 자신만의 특별한 전략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김밥전문점의 경우 특별히 찾아오는 손님보다 충동적으로, 눈에 띄어서 찾는 경우가 많아 1층에 입점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점포 비용이 창업자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적잖은 인력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 송파구에서 김밥전문점을 운영했던 전 아무개 씨는 50㎡ 김밥전문점 창업에 3억 원 정도를 투자했었다고 털어놨다. 보증금은 3000만 원인데 권리금으로 2억 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단다. 음식점을 운영해봤던 전 씨는 자리가 주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결과는 좋았다. 입지 덕에 김밥만 하루 평균 1200~1500줄을 판매했고, 월매출은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손님이 많이 찾아오니 직원 수도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순수익은 2000만 원을 넘었고, 많을 때는 45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변에 3~4개의 김밥집이 생겼지만 매출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10년 동안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했더니 갑자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전 씨는 눈물을 머금고 점포를 지인에게 넘겼다.
인테리어에 차별화를 준 분식점(왼쪽)과 형제의 분식점 운영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의 한 장면.
“24시간 김밥전문점은 사람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인건비가 많이 들어요. 테이블 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명을 고용할 경우 인건비만 1500만 원이 넘습니다. 거기에 임대료, 식자재 원가 등을 제하고 나면 겨우 빚 갚고, 생활비를 간신히 가져가는 정도가 될 수도 있어요. 맛이나 푸짐한 인심, 친절한 서비스 등 하나하나에 목숨 걸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이 분식점입니다.” 전 씨의 뼈 있는 충고다.
서울 양천구에서 김밥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 아무개 씨. 평소 김밥을 좋아하던 그는 1500원짜리 김밥에 불만을 품고 창업에 나선 사례다.
“성인 남성이 김밥전문점을 찾으면 김밥 한 줄로는 부족하거든요. 두 줄은 먹게 되는데 3000원의 만족도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3000원 내고 한 줄을 먹더라도 제대로 된 김밥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추가되는 재료값만큼 정직하게 김밥 값을 올렸다는 임 씨의 점포에서 가장 저렴한 김밥은 3500원이다. 그는 33㎡(10평) 점포에서 하루 평균 500줄이 넘는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 정도가 김밥에서, 나머지 40%는 식사 메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점포 규모가 작다보니 포장 판매 비중이 높다. 오전 포장 매출이 점심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 월평균 매출이 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임 씨는 “500~1000원 더 내더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고, 만족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인 분석과 운영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김밥집도 있다. 대전에서 기상정보를 활용한 김밥집이 등장, ‘대한민국 기상정보 대상’ 공모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김밥집은 기상방송, 기상청 홈페이지, 131기상콜센터 등으로부터 제공되는 기상정보를 활용해 날씨에 따른 김밥 매출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우천 등 날씨에 따른 단체주문의 당일 취소를 최소화하고 예상 매출에 따라 재료를 준비해 식재료 폐기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등 원가절감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또 날씨에 따른 예상 매출분에 맞는 재료구입으로 김밥을 적기에 납품하고, 고온에 따른 김밥의 변질 가능성을 대비해 고온 예보가 있는 날 재료를 바꾸거나 김밥 보관법을 고객에 제공하는 등 신선하고 맛있는 김밥 판매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김밥집은 10㎡(약 3평)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 현재 월평균 1500만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주요 상권에 위치한 특정 메뉴를 내세운 분식점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우리 동네에서도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지역 특성, 소비자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따져보아야 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만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