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사로잡는 힘 살아있네~
장미란의 2부작 예능 <행진> 촬영 모습. 사진제공=SBS
장미란은 15년 동안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1월 바벨을 내려놓았다. 그가 선수 타이틀을 떼고 택한 첫 번째 활동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1박2일’ 출연이다. 설 특집에 참여한 장미란은 차태현 엄태웅 이수근 등 ‘1박2일’ 출연진과 강원도 삼척으로 여행을 떠났다. 대본도 없이 출연자들이 상황을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참여한 장미란은 재치 있는 말솜씨와 에피소드를 만들어 단 1회 출연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중학생 때 역도를 시작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는 장미란의 고백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연예인과는 또 다른 스포츠스타의 진솔함을 드러내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장미란은 운동선수 시절에도 재치와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보여 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방송 제작진은 장미란 섭외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장미란은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대회가 끝난 직후에는 특히 예능부터 교양 프로그램들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도 받았다.
장미란이 ‘예능 재능’을 드러낸 첫 번째 프로그램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출연한 MBC <무릎팍 도사>였다. 솔직한 발언으로 진행자인 강호동까지 사로잡은 장미란은 이후에는 운동에 전념하느라 TV 출연은 자제했다. 그 사이 출연제의를 받을 때마다 장미란 측은 ‘훈련에 여유가 생기면 꼭 출연하겠다’고 약속해왔다. 장미란의 한 측근은 “대회나 훈련에 집중하느라 특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다른 방송보다 더 자제했다”며 “출연을 거절할 때마다 제작진에게 ‘나중에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뤄둔 약속들을 은퇴한 이후에 하나씩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완벽히 적응한 장미란을 두고 가장 놀란 건 제작진이다. <행진>의 한 제작관계자는 “처음에 장미란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익숙하지 않다고 굉장히 걱정을 했다”며 “막상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앞선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대단한 친화력을 발휘했다.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 출연진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밝혔다. 연출자를 비롯해 스태프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은 장미란이 <행진> 촬영을 통해 얻은 새로운 별명은 ‘귀요미’였다. 운동을 할 당시엔 ‘로즈란’으로 불렸던 그다.
장미란의 예능 출연은 언제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지만 그의 본격 방송 진출 여부는 현재로서는 점치기 어렵다. 장미란은 비인기 종목 선수와 꿈나무들을 돕기 위해 세운 ‘장미란 재단’을 통해 후배 육성에 힘을 쏟을 계획. 더불어 학업(용인대학교 박사 과정)에도 집중하하겠다는 게 그의 뜻이다.
그렇다고 TV 진출 가능성이 낮은 건 아니다. KBS 예능국의 한 PD는 “최근 리얼리티, 토크쇼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연예인이 아닌 다른 분야의 유명인들에게 눈을 돌 리고 있다”며 “장미란은 국민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겸비했고 특히 친근함을 주는 이미지로 프로그램 제작진이 가장 욕심을 낼 만한 스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레전드 박찬호도 최근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일본 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몇 차례 ‘1박2일’에 출연해 유머감각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준 박찬호는 국내 야구계로 돌아와서는 TV 출연을 자제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12월 은퇴 이후에는 TV에 적극 나서며 방송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작은 SBS 힐링 프로그램 <땡큐, 스님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였다. 배우 차인표, 혜민 스님과 함께한 박찬호는 친화력을 앞세워 야구선수로 활동해온 시간을 진솔하게 돌이켜 눈길을 끌었다. 그의 본격적인 방송 진출은 3월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해설자로 시작된다. 종합편성채널 JTBC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박찬호는 야구 전문 프로그램 외에도 예능·교양 등 다양한 장르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어뒀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