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다단계’로 뉴페이스 낙점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전 의원(오른쪽). 비서실장 임명이 유력했으나 정무수석에 낙점됐다. 일요신문DB
이번 인선 결과를 놓고 대다수 언론에선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라인이 대거 인선됐다”는 내용의 분석을 내놓고 있는 양상. 이번에도 ‘친정’에서조차 ‘물음표’가 나올 만큼 인선 과정이 밀봉된 채 진행됐다고 한다. 인수위에 소속되지 않은 이른바 새누리당 외곽 인사들 역시 “인선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티끌만큼의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주요 내각 장관직 후보자들 못지 않게 청와대 수석 내정자 6인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파격인선은 둘째 치고 이례적으로 청와대 수석진들의 평균 연령이 내각보다 더 높은 데다 기수로도 선임인 사례가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내정자(외시 6회)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외시 10회)보다 선배다.
또한 대부분 정통 친박 인사와 인수위 출신들로 구성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익명의 한 새누리당 외곽인사는 “박 당선인이 충성도 높은 올드(old)한 어르신들로 성벽을 치고, 여제(女帝)로 군림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평했다.
수석 내정자들 중엔 의외의 자리에 배치돼 시선을 모은 인물이 있다. ‘박근혜 입’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정현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정현 전 의원을 휴대폰에 ‘박근혜 비서실장’이라고 등록해놓았는데….” 익명을 요구한 인수위 소속 한 관계자는 “비서실장 영순위로 물망에 올랐던 이 전 의원이 뜻밖에도 정무수석에 내정됐다”며 “평소 ‘파이터’로 유명한 이 의원을 소통이 중요시되는 정무수석 자리에 앉힌 것도 일종의 파격이라면 파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이 전 의원은 친박 인사와 별로 친분이 없는 데다 친박 인사들 사이에서 말 못할 견제까지 받았다. 이 전 의원이 시기상 정무수석에 늦게 임명된 것도 이런 내부적인 파워게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호남 출신인 이 의원을 정통 친박 인사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 의원을 발탁하는 데 막판까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비화는 또 있다. 세간에는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 출신으로 호남지역에서 총대를 멨다가 수차례 고배를 마신 점을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해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 전 의원에게 보기 드문 신뢰를 갖게 된 시기는 5년 전, 새누리당 17대 대선후보 본선에서다. 당시 이회창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박근혜를 밀어주자”며 수차례 설득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박 대통령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는 것. 이후 박 대통령은 최측근들로부터 이 전 의원을 겨냥하는 비방을 들어도 이 전 의원을 저버리지(?) 않고 각별하게 챙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이 전 의원의 ‘인맥’ 중에선 의외의 인물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이 전 의원은 18대 대선 직전 한 전 민주당 대표를 박 대통령 본진으로 끌어들이며 일약 돌풍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이었다. 또한 이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는 비서진들끼리도 친한 사이여서 대선 당시 각 당의 은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후문도 있다.
최순홍 미래전략수석 내정자
이를 두고 인수위 측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이 최 전 국장과 학창시절 안면은 있던 사이라고 들었다. 당시 서로 친분은 없었지만 박 대통령이 최 전 국장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최 전 국장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린 부분이 엘리트를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기호를 단박에 만족시켰다는 게 일부 최측근의 전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식 파격 인사의 핵심 아이콘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인선되는 과정에서 최 전 국장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도 있다. 최 전 국장이 지난해 박 측 대선캠프 과학기술 특보로 활동하면서 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칭찬을 줄곧 했다는 것. 실제로 최 전 국장의 자녀들이 김 장관 후보자의 자녀들과 같은 축구팀에서 활동하는 등 양가 사이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외곽인사 김 아무개 씨는 “박 대통령은 상대에게 한번 신뢰를 주면 웬만해선 변심하지 않는 편이다. 친분을 쌓은 기간은 짧지만 대선캠프 시절 신임을 단단히 얻은 최 전 국장이 박 대통령에게 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호평’을 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내막이 최근 각종 논란에도 김종훈을 장관으로 미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격 인사를 두고 새누리당 의원 일부는 2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밀실인사였지만 결국은 인맥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유승민 의원이 이준석을 비상대책위원으로 데리고 왔듯이 당선인의 신망을 얻은 뉴페이스들이 ‘다단계’하는 것처럼 또 다른 인맥을 박 측에게 추천하면서 거미줄 라인이 형성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김포그니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