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의원
지난 2월 22일, 민주통합당 당무위는 차기 전당대회 성격 및 지도부 임기와 관련한 비대위의 결정사항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결정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①전당대회는 5월 4일 킨텍스에서 개최할 것 ②전당대회는 정기 전당대회로 개최하며 지도부 임기는 2년으로 할 것 ③일반인 모바일 투표를 폐지하고 대의원 현장투표 50%, 권리 당원 모바일투표 30%, 여론조사 20%로 할 것 ④단일성 집단체제 실현을 통해 당 대표에 권한을 실어 줄 것 등이다.
일단 임기 2년 정기 전대위 개최가 확정됨으로써 차기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다. 또한 ‘단일성 집단체제’를 채택해 당 대표를 최고위원과 구분해 선출한다는 점도 차기 당 대표의 고유 권한을 강화했다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모바일 투표’ 실시는 비주류 측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폐지가 결정됐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벌써 당 대표직을 두고 여러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는 김한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다.
우선 김한길 의원은 비노 진영을 대표한다. 김영환 김동철 의원이 이끄는 쇄신파 진영을 비롯, 비노 진영의 전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길 의원은 이미 지난해 ‘원내대표’ 선출 당시 유력한 후보로 분류됐었다. 쇄신파 진영의 핵심인사인 안민석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 당일인 지난해 12월 28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쇄신파는 원내대표 경선 이전에, 김한길 원내대표 추대를 주장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당직자는 “쇄신파 진영의 몇몇 인사가 이미 김한길 카드를 밀기 위한 별도의 모임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먼저 선수를 치겠다는 계산이다”고 설명했다.
김한길 의원은 당 대표 출마에 마음을 굳힌 상태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는 “김한길은 지고는 못사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 지도부 경선에서 이해찬에게 졌지만, 본인은 절대 졌다고 생각 안 한다. 모바일 투표만 아니었으면 본인이 당연히 이겼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에게 있어서 모바일 투표는 ‘친노의 장난질’과 다름없다. 그가 지난해 가장 먼저 최고위원직을 던지고 나왔던 것도 ‘이해찬 뒤치다꺼리할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 전대는 그에게 있어서 그간 울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고 설명했다.
비노 진영에 김한길이 있다면, 친노 진영에는 김부겸 전 의원이 있다. 지난 과거 김 전 의원은 ‘비노 인사’로 분류됐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친노 진영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다. 앞서의 당직자는 “천정배 신계륜과 같은 친노 인사들이 직접 당 대표 경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결국 계파색이 옅으면서 친노 진영에 우호적인 김부겸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영남 출신에다, 지난 총선 ‘나 홀로 대구 출사표’로 ‘사즉생’을 실현한 김부겸은 ‘국민 통합’이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전 의원
두 사람 모두 이번에 결정된 ‘경선 방식’을 두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각자 나름대로의 손익계산을 따질 것이다. 핵심은 ‘모바일 투표’ 실시 여부였다. 일단 일반인 모바일 투표 실시가 폐지됐기 때문에 이 점은 비노 진영의 김한길 의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인지도와 경력 면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을 앞서기 때문에 20%에 해당하는 여론 조사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의 당직자는 “결국 ‘모바일 투표’는 ‘세’ 싸움이다. 여전히 친노 진영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투표’는 김한길에게 ‘독’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결정된 일반인 모바일 투표 폐지는 분명 김한길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시점을 기존에 논의되던 3~4월이 아닌 5월로 늦춘 것은 김부겸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의 당직자는 “전당대회 개최를 5월로 늦춘 것은 김부겸 전 의원에게 유리하다. 친노 진영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4월 한 달 동안, 새로운 ‘권리당원’ 확보에 나설 것이다. 어차피 50%를 차지하고 있는 대의원 투표는 현장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투표율이 절반도 안될 것이다. 역시 핵심은 권리당원의 모바일 투표다. 친노 진영이 ‘세’를 밀어붙여 권리당원 확보에만 성공한다면 게임은 끝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이는 친노 진영의 전략일 수 있다. 비노 진영이 주장한 ‘모바일 투표 폐지’를 받아들이면서 시간을 벌어 또 다른 형식의 ‘세 규합’에 나서겠다는 전략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한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한 후보감으로 분류되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 모두 경선에 나서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김한길은 전 지도부 인사다. 본인은 중도 사퇴를 했다고 ‘책임 소재’ 면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김부겸 역시 지난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던 인사다. 오히려 대선 패배의 책임 측면에서 보면 더 무겁다. 결과는 어찌 됐건 ‘그 나물에 그 밥’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력한 두 주자 외에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강기정, 이목희, 정동영 등 전·현직 의원들이 ‘경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