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폭약’ 담아 해외서 터트린다
▲ 왼쪽부터 이건희 가면 퍼포먼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비자금 관련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 | ||
“정상적 방법이 안 되면 레지스탕스 활동이라도 하겠다.”
지난 4월 7일 김 변호사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김 변호사의 이 말은 ‘삼성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삼성특검을 “면죄부특검”이라며 비난해왔다. 이날도 그는 삼성특검의 수사진을 “오합지졸”로 깎아내리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변호사의 이러한 발언이 나오자 언론과 삼성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김 변호사가 다른 방법으로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 변호사는 4월 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국가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뜻이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또 무슨 내놓을 것이 있지 않느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자질구레한 거, 사람에 관한 문제들 내놓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겠죠”라며 애매한 답변을 했다. 보다 핵심적인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김 변호사의 ‘레지스탕스 발언’은 비밀리에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를 염두에 둔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현재 김 변호사 입장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무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특검 수사가 종결되면 김 변호사가 기소될 것이란 말도 흘러나오고 있고 수사가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특검 피로감’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변호사는 이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마지막 승부수로 띄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이 영상물에 대해 “지난해 10월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삼성 비자금 의혹을 총정리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 변호사는 자신이 기소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했으며 해외에서 방영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검찰과 특검에서 공정한 수사가 힘든 이상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내려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기록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는 왜 이 다큐멘터리를 국내 방송사가 아닌 해외 방송사에 제공할 것이라고 알려졌을까. 이것은 그동안 김 변호사가 국내 언론을 바라보던 부정적인 시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대부분의 언론을 “삼성을 비호한다”며 비난해왔다. 지난 4월 7일 특검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어차피 방송엔 이미지만 나갈 텐데 삼성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붙이려면 보도하지 말아 달라”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따라서 김 변호사는 다큐멘터리를 국내 방송사에 제공해봤자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해외 방송사는 영국 BBC, 일본 NHK 등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커뮤니티인 유튜브에 영상물을 올릴 가능성도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전 아무개 PD는 KBS 등을 거쳐 프로덕션을 설립하기도 했던 베테랑. 전 PD가 김 변호사의 다큐멘터리를 맡게 된 것은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전 PD와 김영희 변호사는 같은 대학 출신으로 평소 친분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지방에서 촬영 활동 중인 전 PD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 관련 영상물을 찍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진행 상황 등 자세한 것은 말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영희 변호사도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느냐”며 답변을 피했지만 영상물에 대해 계속 질문하자 “생각만큼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둘 다 김 변호사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것은 인정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