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권이 보낸 ‘독한 선물’?
▲ 조석래 효성회장 | ||
효성 비자금 의혹은 현재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는 조석래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란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새 정부 초기 대통령 사돈기업에 대한 검찰 조사 수위가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관가의 미묘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효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재계 일각에선 지난 노무현 정권 초기 대기업을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둘러댔던 수사당국의 행보가 거론되고 있다. 정권 초기를 맞는 검찰이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사정당국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문제 있는 대기업 손보기’가 관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노 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난 2003년 SK의 최태원 회장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로 구속수감돼 재계를 잔뜩 긴장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조석래 회장은 지난 4월 14일 경제사절단장 자격으로 미국에 건너가 15일부터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일정을 수행했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대통령 사돈 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파고드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렇다 보니 지난 노무현 정부 세력과 조 회장 사이에 있었을 법한 ‘불편한 기류’가 효성 비자금 논란의 도화선이 됐을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조 회장은 당시 유력 대선주자인 사돈 이명박 후보를 연상시키는 듯한 “차기는 경제대통령이 돼야…”란 발언을 해 갖가지 정치적 해석을 낳은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006년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수사 당시 효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인지했으며 지난해에도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효성의 또 다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 정권 말기에 효성 관련 정보들이 수사당국에 계속해서 건네진 것이다.
국가청렴위가 검찰에 효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지난 2월의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였지만 검찰 수사를 요구할 정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를 모으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청렴위가 효성 관련 의혹을 장시간 파헤친 배경에 당시 청와대와 이 후보 그리고 조 회장 간의 역학관계가 깔려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해외 비자금 조성의 경우 국내에 비해 조사할 부분이 많고 과정도 복잡해 장시간을 요구한다”고 밝힌 만큼 사건 확대 여부를 당장 가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검찰이 효성 수사 관련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점 또한 수사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효성 비자금 수사에 군 장비 납품 비리 건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마일즈(MILES·육군 다중 통합 레이저 훈련체계) 사업 장비를 군에 공급한 R 사가 위장거래로 납품 단가를 부풀려 이득을 취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R 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주 아무개 씨는 효성 총수 일가와 인척 관계다. 군이 R 사에 연구개발을 승인한 기술의 특허를 효성 총수 일가 인사가 소유한 것 또한 관심거리다.
효성 측은 “검찰 수사는 금시초문이다. 진짜 혐의가 있다면 벌써 압수수색이라도 들어왔을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청렴위에 접수된 효성 관련 제보 출처가 ‘효성 내부자’일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아 눈길을 끈다. 비자금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삼성·현대차 사건이 내부자 제보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