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물 만난 고기 ‘류’ 넘을 산 즐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들은 선발 투수진이 두텁지 못하다. 추신수는 시즌 초반만 잘 적응한다면 새로운 환경이 오히려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통상적으로 타자와 투수가 처음 상대하게 되는 경우, 투수쪽이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추신수에게 새롭게 만날 투수들에 대한 철저한 연구는 올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만 잘 넘긴다면, 추신수에게 새로운 환경은 오히려 득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일단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들은 선발진이 두텁지 못하다. 지난 시즌 3.62의 선발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3위에 오른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포함 5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크리스 카펜터가 또 다시 어깨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 여기에 16승을 거두며 카펜터의 공백을 메운 카일 로시와도 결별하면서 선발진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담 웨인라이트가 건재하지만 지난해 후반기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낸 랜스 린이나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제이크 웨스트브룩은 딱히 부담스런 상대들은 아니다. 오히려 5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쉘비 밀러나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트레버 로젠달 등 젊은 영건은 추신수가 조심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밀워키는 선발진의 약화가 가장 두드러진 팀이다. 지난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잭 그레인키를 떠나보낸 밀워키는, 9월 초 웨이버 공시를 통해 랜디 울프를 내보낸 데 이어 이번 겨울 션 마컴과도 결별하며 선발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요바니 가야르도는 여전히 1선발을 책임지겠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9승에 불과한 마르코 에스트라다가 2선발을 맡게 된다는 점은 밀워키 선발진의 현재를 대변해주고 있다. 뒤를 이를 윌리 페랄타, 마이크 피어스, 마크 로저스는 20대 중후반의 젊음을 가지고 있지만, 세 선수의 메이저리그 통산 승수 합은 불과 14승으로 아직 메이저리그 검증을 거치지 못한 선수들이다.
왼쪽부터 밀러, 로젠달, 로드리게즈
‘질보다 양’을 선택한 시카고는 이번 겨울 에드윈 잭슨·베이커·비야누에바·펠드먼의 선발 자원을 영입했다. 하지만 잭슨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전력 보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또한 추신수는 잭슨에게 통산 타율 .364로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후반기 2.5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한 강속구 투수 제프 사마자만 조심한다면, 컵스전 역시 추신수가 딱히 불편함을 느낄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같은 지구 내에 추신수의 약점으로 꼽힌 좌완 선발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두 명을 보유한 피츠버그를 제외하면 밀워키는 좌완 선발 없이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세인트루이스의 하이메 가르시아와 컵스의 트래비스 우드 정도가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 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투수 모두 우완 일색인 가운데 경기 종반 각 팀의 좌완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대처만 잘 이뤄진다면, 추신수는 지난 시즌에 비해 한결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뛰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꼴찌 후보인 콜로라도까지 좌투수에게 강한 타자들이 즐비해 쉽지 않은 데뷔시즌이 예상된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애리조나에는 폴 골드슈미트가 있다. 애리조나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골드슈미트는,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20홈런을 달성하며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케 했으며, 좌투수를 상대로 .343의 타율과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새로 팀에 합류한 마틴 프라도와 코디 로스, 그리고 지난해 81년 만에 한 시즌 두 차례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애런 힐 역시 류현진이 조심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샌디에이고에는 지난해 첫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낸 체이스 헤들리가 있다. 스위치히터인 헤들리는, 우타석 타율(.265)은 그리 높지 않지만 16.8타수당 1홈런을 때려내며 21타수 당 1홈런을 때려낸 좌타석에 비해 장타력만큼은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좌투수 스페셜리스트인 크리스 데노피아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337이며, 지난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인상적인 활약을 한 로간 포사이더는 내셔널리그에서 좌투수를 100타석 이상 상대한 타자 중 4번째로 높은 .387의 고타율을 자랑했다.
왼쪽부터 포지, 골드슈미트, 헤들리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 추신수 ‘수직상승’ 기회 메이저리그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한다. 아무리 부진해도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꾸준한 기회를 받게 되고(물론 마이크 트라웃과 버논 웰스의 경우처럼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맹활약을 펼친다 한들 같은 포지션에 월등히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다면 벤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이는 구단주와 단장의 역할이 중시되는 메이저리그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선수 구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들은, 고액 연봉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더라도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꾸준한 기회를 부여하려 한다. 금전적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이 보다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또 다른 이유다. 올 시즌 연봉 순위 1위는 2800만 달러(약 303억 원)를 수령하게 될 알렉스 로드리게즈다. 하지만 양키스의 계륵이 되어버린 그는, 올 시즌 엉덩이 부상으로 빨라야 시즌 중반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양키스가 더욱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은, 아직도 그와 5년간 1억 1400만 달러(약 1200억 원)의 계약이 남아있다는 점 때문이다. 올 시즌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총 1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팀 별 로는 양키스와 다저스 이외에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가 3명씩 보유하고 있으며, LA 에인절스와 미네소타, 뉴욕 메츠 등이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 10년간 2억 달러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은 바 있는 조이 보토와 알버트 푸홀스도 조만간 ‘2000만 달러의 사나이’에 합류할 전망이다. 한때 ‘1000만 달러’라는 숫자는 슈퍼스타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시장 규모의 팽창과 연봉 인플레 현상은 구단과 팬들에게 돈에 대한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고 있다. 올 시즌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무려 99명에 이른다. 어느덧 ‘고액 연봉자’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10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추신수와 류현진의 연봉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현재까지 카일 로시를 비롯한 FA 미계약자와 아직까지 연봉이 정해지지 않은 3년차 미만의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없는 선수 등을 제외한 올 시즌 연봉이 확정된 선수는 총 530명이다. 이 가운데 올 시즌 737만 5000달러(약 79억 8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추신수는, 팀 내 6위 전체 13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린 뒤 FA 시장에 나간다면, 그 순위는 수직상승 할 수 있다. 신시내티에서는 조이 보토가 1900만 달러(약 205억 원)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브론손 아로요와 브랜든 필립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6년간 3600만 달러(약 389억 원)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의 올 시즌 연봉은, 333만 3333달러(약 36억 원)로 팀 내 19위 전체 275위에 불과하며, 팀 내 선발 경쟁자 가운데 가장 적은 연봉이기도 하다. 다저스에서는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약 2100만 달러(약 227억 원)로 가장 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고, ‘먹튀’의 기로에 놓인 칼 크로포드와 다저스의 중심 맷 캠프가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6년간 1억 4700만 달러(약 1,591억 원)의 대박 계약을 맺었으며 돈 때문에 다저스에 왔다는 잭 그레인키의 올 시즌 연봉은 1900만 달러(약 205억 원)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
류현진 ‘말춤’ 춘 까닭 다저스 입성 신고합니다~ 류현진이 때 아닌 춤사위를 벌였다. 류현진은 4일(한국시간) 캐멀백 랜치 훈련장에 마련된 클럽하우스 안에서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춤을 췄다. 올 시즌 새로이 다저스 팀원이 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신고식 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새로이 발을 들여놓는 선수들의 신고식은 빅 리그의 오랜 관행이다. 1994년 박찬호의 경우 동료들이 그의 양복을 찢어놓는 것으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신고식의 관행을 알지 못했던 박찬호는, 동료들의 장난을 자신을 차별하는 것으로 착각해 불같이 화를 낸 일은 익히 알려져 있는 일화다. 류현진은 신고식을 치르기 전날, 의상에도 신경 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박찬호에 비하면 무난한 신고식을 치른 류현진은, 최근 팀원들과도 급격히 친해지는 모습이다. 통역을 거쳐야 하지만 동료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등 표정도 한결 밝아졌으며, 신고식을 치르기 전날에는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브랜든 리그와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의 붙임성 좋은 성격을 드러내듯 다저스 팀원의 한 명으로 녹아들어가고 있는 류현진. 메이저리그 신고식의 일환이었지만, 그의 ‘말춤’은 동료들과 한결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