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정상한 동생 몸 불려 형에 도전
▲ 신준호(왼쪽), 신격호. | ||
신준호 회장이 90.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롯데우유는 지난 5월 1일 비타민 음료 ‘V12’를 출시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V12는 롯데우유가 선보인 첫 음료제품. 식품업계에서는 롯데우유의 V12 출시를 사업 확장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우유에서도 “유제품만 생산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음료시장 진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롯데우유가 비타민 음료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 “롯데우유가 하는 일을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솔직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롯데우유가 분리될 때 음료사업에는 진출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동의를 했었는데 V12를 출시한 것은 “도의상 잘못됐다”는 것.
또한 이 인사는 롯데우유의 신제품 출시를 ‘기습 공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전에 아무런 양해도 없이 롯데칠성음료보다 먼저 비타민 음료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롯데우유가 음료시장에 뛰어들면서 롯데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와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에서도 V12와 유사한 형태의 비타민 음료 ‘라이프 워터’를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양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우유에서는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롯데그룹 측의 ‘뒤통수론’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분리 전 음료사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신사협정’과 관련해서는 “들어본 적 없다”라고 밝혔다. 롯데우유는 올해까지 롯데라는 상호를 쓸 수 있지만 같은 롯데라는 이름을 걸고 경쟁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꼈는지 향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고 V12도 브랜드 위주로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준호 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선건설도 최근 사업을 확장하면서 롯데건설과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대선건설은 주로 중국 내 사업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도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경우 롯데건설과의 입찰 경쟁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특히 신준호 회장은 여러 차례 “우유에서 번 돈으로 건설을 하겠다”라고 밝힐 정도로 건설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덩치에선 한참 차이가 나지만 대선건설과 롯데건설의 ‘국지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지난 3월 신영자 부사장이 컴백하자마자 실적이 호전되며 ‘황태자’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시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롯데쇼핑의 실적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라이벌 신세계를 제쳤다. 지난해 실적에서 신세계에 뒤처지며 무너졌던 자존심을 다소 회복한 것. 덕분에 최근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롯데쇼핑 실적이 호전되자 그룹 내부에서는 ‘역시 신영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신 부사장의 등기이사 복귀 날짜만 보면 신 부사장과 1분기 롯데쇼핑 실적은 무관해 보인다. 그럼에도 신 부사장에 대한 호평이 나오는 것은 곧 경영을 총괄해온 신동빈 부회장에 대한 내부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 부회장으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각에선 신영자 부사장과 신동빈 부회장, 두 남매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라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롯데쇼핑 측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롯데가의 두 2세 CEO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듯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