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된 것은 지난 2011년 2월로 이제 만 2년여가 됐다. 프로포폴은 다른 마약류와 달리 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이라 프로포폴 불법 투약에 대한 사법 처벌에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투약 자체는 불법이 아닌 탓에 치료 목적이 아닌 투약 사례를 찾아내야만 불법으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역시 새로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의 불법 투약 수사는 새로운 영역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사법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에이미의 경우 가방에서 프로포폴 빈 병이 발견됐던 터라 검찰이 비교적 쉽게 사법 처벌을 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연예인들의 경우에는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연이어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관련 수사를 진행한다는 괴담이 나돌았음에도 별다른 수사 성과가 없었던 것 역시 이런 이유다.
결국 검찰은 13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던 연예인 네 명을 기소했다. 13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성진 부장검사)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 등을 불구속 기소했고 현영은 약식 기소해 벌금형 처벌을 내렸다. 현영의 경우 약식 기소를 받아들여 벌금형 처벌을 받으면 모든 사법 처벌이 끝이 나지만,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 등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유무죄를 가리게 된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제보와 인지 수사를 통해 강남 소재의 몇몇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강남 소재의 몇몇 병원을 압수 수색한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료기록 등을 바탕으로 혐의가 있는 연예인들을 소환 조사했다.
다른 마약류와 달리 프로포폴은 체내에 그 성분이 남아 있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에서 반응이 나타난다고 처벌할 수 없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약했을 경우 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내에 머무는 시간도 다른 마약류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검찰은 병원 진료기록 등을 바탕으로 이들이 얼마나 자주 프로포폴을 투약했는지에 수사의 포커스를 뒀다. 또한 의료진의 진술도 해당 연예인의 혐의 확인에 일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지난 2011년 2월부터 박시연은 185차례, 이승연은 111차례, 장미인애는 95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상적인 치료 목적의 투약으로 보기에는 빈도가 너무 잦다고 보고 있다.
반면 현영은 42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상습 투약했지만 비교적 투약 횟수가 적고 최근에는 전혀 투약 기록이 없어 프로포폴을 이미 끊었다고 판단돼 약식 기소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일부 병원이 진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부분도 있었으며 일부 진료 기록을 파기한 정황도 있었다. 또한 일부 연예인은 가족 명의로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렇지만 수사 과정에서 해당 의사가 사망해 검찰이 곤란에 빠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불구속 기소된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 등은 조사 과정에서 거듭 불법 투약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소환 조사를 즈음해 언론에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도 이들은 치료 목적의 합법적인 투약만 이뤄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비슷한 입장이다. 가장 빈번하게 투약한 박시연은 보도 자료를 통해 “박시연 씨는 치료와 미용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의사의 처방에 따른 절차였다”라며 “오늘 발표된 검찰의 기소 조치 처분에 당사와 박시연 씨는 유감의 뜻을 감출 수 없으며, 사실과 다른 부분들에 대한 혐의를 벗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미인애 소속사 역시 보도 자료를 통해 “검찰 조사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부 미용을 위해 병원을 찾았고 의사 처방에 의해 마취제로 프로포폴을 맞은 것이 분명한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향후 재판에서 진실을 밝혀 결백을 증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어렵게 이들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검찰이 혐의를 입증했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 검찰이 입증한 혐의와 증거 등을 토대로 진행될 재판을 통해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들의 유무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가장 대대적으로 진행된 수사이며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기소돼 대중의 관심도 높다. 해당 연예인들이 유명 로펌과 손을 잡고 재판을 준비할 것으로 보여 만만치 않은 법정에서의 반격이 예상되기도 한다. 과연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검찰이 마약류로 지정된 지 2년여밖에 안 돼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법원 역시 해당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판결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