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적셔주마 ‘삼색 유혹’
▲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 CF를 찍은 손예진(왼쪽부터)과 롯데칠성음료의 게토레이, 코카콜라의 파워에이드 모습. | ||
이온음료의 ‘절대강자’ 포카리스웨트는 1987년 처음 국내에 출시됐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로 들어온 게토레이와 한동안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1990년 후반부터 지난해까지 업계 1위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지금은 게토레이보다 두 배 이상 팔리고 있다. 현재까지 50억 병 이상 팔렸다고 한다.
국내 음료시장 1위인 롯데칠성음료와 세계 탄산음료 1위인 코카콜라의 이온음료를 제치고 포카리스웨트가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동아오츠카 측은 “경쟁제품과의 차별성”이라고 말한다. 게토레이 파워에이드와는 달리 무색소이기 때문에 보다 깨끗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 또한 경쟁사들이 스포츠음료라는 것을 강조한 반면 포카리스웨트는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동아오츠카는 “타사 제품보다 소비자들의 생활에 더 깊게 파고들었던 것이 1등 비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포카리스웨트에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2004년 이후 매출액이 감소했던 것. 이는 비타민 음료 등 이온음료를 대체할 ‘마실 거리’가 속속 등장했기 때문. 또한 “이온음료가 충치를 일으킨다”는 말이 나온 것도 원인이었다. 특히 ‘포카리스웨트=알카리성음료=건강음료’라는 공식을 내세우며 시장을 장악했던 포카리스웨트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동아오츠카에서는 “전체적으로 음료시장이 어려웠던 때”라며 “충치와 관련된 것도 속설에 불과하다”라고 해명했다.
어려움을 겪던 포카리스웨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15%의 성장을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이것은 지난해에 실시한 ‘생활필수 포카리스웨트 캠페인’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게 동아오츠카의 설명. 이 캠페인은 ‘목욕 후나 음주 후 등 수분이 필요할 때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 좋다’라는 게 핵심내용이다. 단지 갈증해소 차원이 아닌 생활필수음료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포카리스웨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광고다. ‘톱스타 등용문’이라고도 불리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그동안 심은하 고소영 손예진 등 많은 여배우들이 신인시절에 출연했다. CM송 ‘나나나나~’도 소비자들에게는 친숙하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조사 결과 가장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난 손예진을 다시 모델로 캐스팅했다”며 1위 수성을 자신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게토레이는 이온음료의 효시다. 지난 1967년 미국에서 만들어져 국내에는 1987년에 들어왔다. 현재 전 세계 이온음료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도 매출액은 600억 원대로 포카리스웨트의 절반 수준이다. 점유율도 마찬가지.
게토레이는 탄생배경이 흥미롭다. 당시 미국에는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게이터’라는 풋볼 팀이 있었다. 이 팀의 문제점은 후반이 되면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것. 이것을 본 한 대학의 연구팀이 운동에너지를 보충해 줄 수 있는 음료 개발에 매진했고 결국 ‘게이터를 돕는다’라는 뜻을 가진 게토레이를 만들어냈다. 우연의 일치일까. 게토레이를 마신 게이터는 마침내 첫 승을 거뒀다. 게토레이에서는 이를 두고 “게토레이의 전설이 시작됐다”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게토레이가 가장 완벽한 이온음료”라고 주장한다. 업계 1위인 포카리스웨트보다 “기능면에서는 훨씬 우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포카리스웨트에는 너무 많은 탄수화물이 들어가 있어 체내 전달이 느리다는 것. 이에 대해 동아오츠카는 “아주 미미한 차이기 때문에 전달속도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롯데칠성음료에서도 “게토레이의 탄수화물 함유량인 14g이 최적이다”며 “그 이상이나 이하는 경기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게토레이도 광고를 빼놓으면 섭섭할 듯하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 등 해외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게토레이 광고모델로 나왔다. 국내 광고에서도 야구선수 최희섭 이대호 등을 볼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 비해 국내 실적이 저조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곧 국내에서도 최강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탄산음료의 최강자 코카콜라는 1994년 파워에이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경쟁제품인 포카리스웨트나 게토레이보다는 다소 늦은 출발. 그래서인지 현재 점유율도 10%가량으로 두 제품에 비해 뒤처진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억 원대.
파워에이드는 이온음료 중에서도 “가장 스포츠와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 이것은 “파란색이어서 시각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란 게 업계 인사들의 말이다. 또한 “병의 디자인이 가장 세련됐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현재 파워에이드는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이온음료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한국코카콜라는 “비록 점유율은 낮지만 기능 면에서는 제일 우수하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파워에이드는 이온음료의 핵심기능인 ‘갈증해소’에서 “경쟁 제품보다 떨어진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순간적인 갈증은 없어지지만 단맛이 남아 갈증이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파란색이 스포츠와는 어울리지만 “일상생활에서 ‘갈증해소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코카콜라 측은 “홍보가 덜 된 측면이 있다”면서 “스포츠선수들이 파워에이드를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현재 파워에이드는 게토레이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도 다가가기 위해 소비자에게 친근한 광고를 선보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