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돕는 친이계 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왜 ‘느닷없이’ 노원병 출마를 결심했을까. 현재 정치권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당초 노원병은 안 전 교수가 직접 출마하기보다 측근이 대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안 전 교수는 비자가 만료되는 4월 초 귀국, 선거를 지원하는 선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생각됐다. 지난 11일 인천공항에 안 전 교수를 마중 나온 측근들은 ‘누구와 상의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이 직접 결심한 일”이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일각에서는 여권 진영의 입김이 안 전 교수 출마를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안 전 교수가 출마를 공식화한 날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문제가 청와대 정무라인에게 보고된 시점과 겹친다. 안 전 교수에게 관련 정보가 전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안 전 교수는 비행기 티켓을 끊기도 전에 출마 의중부터 캠프 인사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비주류로 전락한 친이계가 안 전 교수 측 ‘비선라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귀국 당일 직접 마중을 나온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노원병은 결코 쉬운 선거가 아니다. 잘 부탁한다”며 기자들과 안부를 나누기도 했는데, ‘부산 영도로 가라는 이야기가 많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 정치를 하려고 나온 건데 부산 영도는 기존 지역구도로 끌려들어가는 측면이 있다. 내가 그런 의중을 전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김 전 의원 외에도 친이계로 분류되는 J, K 의원 역시 안 전 교수 진영과 사적으로 만나거나 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J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K 의원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친박계 한 전직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야당 편인지 여당 편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안 전 교수의 출마선언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요일(12일)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대승적으로 한쪽 안을 받아들이고 1년 뒤 재개정을 약속하는 조건부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안 전 교수 말을 들으니 이 사람 대단히 ‘정치 초짜’라는 생각과 함께 여당 쪽 기획자가 붙어서 돕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 측은 “이번 선거에서 안 전 교수는 어떤 방법으로든 이기는 쪽을 택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전 교수 출마는 김종훈 낙마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황 소장은 “새누리당이 안 전 교수와의 대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친박계 정무라인이 무능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야권 비노계뿐만 아니라 여권 친이계, 그리고 청와대 초기 개혁 드라이브에 불만이 쌓인 기득권 세력까지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