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없는 연수원’ 두고 하나 더?
강화 국회연수원의 사용 목적 96%가 휴양인 것으로 밝혀져 비판이 일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13일 강화도는 날씨가 풀려 제법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강화도는 날씨가 화창하면 개성공단에 세워진 철탑이 보일 정도로 북녘과 가까운 곳으로, 국회연수원 역시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에 위치해 있었다. 국회연수원은 지난 2002년 준공 당시부터 국회 직원들의 휴식처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강화연수원은 알려진 것처럼 ‘호화 콘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숙소동 4개와 강의동 1개, 족구장, 그리고 전망대로 연결된 산책로가 전부였다. 강의동은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대규모 연수 목적으로 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연수보다는 휴양을 위해 마련된 공간처럼 보였다.
국회사무처의 주장대로 연수원 시설이 낙후된 것도 아니었다. 통나무집 형태의 숙소동은 인근에 지어진 관광객용 펜션 못지않게 근사했고 관리도 잘 된 편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관리인은 “때마다 한 번씩 언론에서 이곳을 온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직원들 휴양 목적으로 쓰이는 것도 맞지만 세미나도 활발하게 열린다. 세미나가 없는 기간에만 가족단위로 이용한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리인은 “원래 강화연수원은 지하 1층, 지상 3~4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기로 계획됐지만 흐지부지됐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강화연수원은 본래 1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숙소동 7개와 강의동 4개 등 좀 더 큰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매년 예산이 깎이면서 대규모 연수로 쓰기엔 부족한 규모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가 바뀔 때마다 계획이 바뀌니 돈이 낭비되는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고성군에 들어설 제2 연수원은 부지면적만 42만 7811㎡(약 13만 평)로, 강화연수원의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2016년까지 지출되는 예산은 총 430억 원. 당초 계획은 2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었지만 대폭 삭감된 액수다. 제2 연수원은 숙소 115실에 교육시설, 업무시설뿐 아니라 수영장과 체육시설까지 갖춰질 예정이다.
문제는 매번 이해관계에 따라 연수원 규모와 위치 등을 조정해 온 국회의원들이 정작 연수원이 만들어져도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강화연수원 내 마련된 국회의원 전용(D) 숙소동의 경우 2012년 이용건수가 17건에 불과했다. 이 역시 다른 숙소가 찼을 경우 직원들이 임시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의 관리인도 “직원들이 많이 찾지 국회의원들은 별로 안 온다”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내 의정연수원 관계자는 ‘국회연수원이 사실상 직원들 휴양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른 기관들도 다 비슷하게 사용된다. 서울시도 연수원이 3개나 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확인 결과 서울시 역시 충주시 수안보와 강원도 속초, 충남 서천에 연수원이 있다. 최근 완공된 수안보연수원은 인근에 스키장, 온천, 리조트 등이 들어서 있어 주말마다 예약을 잡기 쉽지 않을 정도. 지난해 9월 개원한 경기도교육연수원은 6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됐다.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실 측은 “제2 연수원은 기본설계가 끝난 상태고 이미 몇 번이나 무산 위기를 넘겨가며 확정된 만큼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8년 제2 연수원 건립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고성에서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군은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기증한 금송을 뽑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소속 한 보좌관은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들 의정 활동으로 내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업을 따내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는 “그동안 국회는 세미나를 계획할 때마다 규모가 작고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강화연수원이 아닌 서울 시내 호텔을 빌려 진행했다. 기존에 있는 강화연수원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거액을 들여 제2 연수원을 짓겠다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강화연수원 사용에 관한 자료를 요청할 때 매년 들어간 공사비에 대한 부분도 요구했으나 관련 자료가 폐기됐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거저먹는 ‘특위수당’ 논란 남북관계특위 회의 한번에 2600만원 꿀꺽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제19대 국회의원 시급은 약 6만 7000원이다. 최저시급 4850원의 14배가 넘는다. 물론 이 금액엔 명절상여금과 차량유지비, 사무실운영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일 상임위원장직을 맡았다면 월 1000만 원의 판공비가 별도로 주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임위 내에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할 경우 별도의 운영비가 책정된다. 지난해 활동한 비상설 특위는 총 8개로 한 특위당 2100만~3000만 원이 운영비로 지급됐다. 지난해 7월 활동을 시작한 ‘남북관계특위’의 경우 단 한 차례 회의를 가졌음에도 운영비가 2600만여 원이나 지급된 채 활동이 종료됐다. 이 운영비가 어디에 쓰였고 어느 의원에게 얼마가 지급됐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사무처 측은 “특위 운영비는 위원장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실장은 “특위 구성만으로 수천만 원의 별도 운영비가 지급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관련 세부지침 없이 위원장 권한으로 운영비를 분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라며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국회사무처가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