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A학점, 정치는 D학점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해 7월 25일 평양 릉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 팔짱을 끼고 걷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내조 ★★★★★(5점)
영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지도자에 대한 내조다. 리설주는 지난해 7월 6일, 첫 등장 이후 꾸준히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행보에 동행했다. 다만 아직 동행만 할 뿐, 본인의 발언을 남긴 흔적은 없다. 묵묵히 공식 행보에 동행하며 별다른 발언 없이 내조에만 충실했던 미국의 로라 부시(미국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와 무척 흡사하다는 평가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퍼스트레이디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김일성 전 주석의 본처이자 ‘인민의 어머니’로 불렸던 김정숙이 지난 1949년 사망하기 전까지, 몇 차례 김 전 주석의 현지지도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그 후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들은 결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리설주의 묵묵한 공식석상 행보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리설주의 행보는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역시 부인의 내조를 받는 한 가정의 남편’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줬다는 평가다.
# 대국민 이미지 ★★★★☆(4점)
퍼스트레이디는 자국민에게 ‘국모’로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임기 내내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이지만, 소탈한 매력으로 자국민에게 다가갔던 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분명 남편의 안 좋은 이미지를 본인의 매력으로 상쇄시켰던 좋은 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중화권 사업가는 홍콩 외신을 통해 “북한 주민 사이에서 리설주에 대한 평은 좋은 편”이라며 “단정하고 품위 있는 그의 이미지 덕분으로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익명의 한 소식통 역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김정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리설주에 대해 욕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15일, 평양 경상유치원 방문 현장에서 그는 아이들을 다독거려가며 온화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한 가정집에서 손수 설거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는 이미지 각인을 위한 의도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 정치력 ★☆☆☆☆(1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출신이다. 지금은 본인 스스로 정치적 행보를 걷고 있지만, 힐러리는 남편 클린턴의 대통령 재직시절, 정치적 멘토를 자처했다. 이러한 퍼스트레이디의 정치적 능력은 단순한 내조에 그쳤던 지난 과거 모델과 달리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덕목이다.
독자적인 정치적 능력을 볼 때, 리설주는 아직 낙제점을 벗어날 수 없다. 현재까지 리설주는 당·정·군 통틀어 어떤 공식 지위도 임명되지 못했다. 독자적으로 공식행사에 나서 발언을 남긴 흔적도 없다. 비록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과거 김일성 전 주석과 결혼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막강한 정치력을 과시했던 후처 김성애의 경우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 국제 감각 ★★★☆☆(3점)
국가 원수 영부인의 국제적 감각은 필수 항목이다. 리설주는 아직 외국 정상 부부 회담 등 공식 외교 행사에 참석 적이 없다. 다만 그는 지난해 7월 25일, 김 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릉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류훙차이 평양주재 중국 대사 부부와 접견한 경험이 있다. 당시 그 자리에서 리설주는 유창한 중국어로 류훙차이 대사 부부와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3월, 금성학원 졸업 후 중국 베이징음악대학에서 단기 유학한 바 있다.
지난 2월 28일, 리설주는 미국 농구 NBA 스타 데니스 로드맨과의 접견 자리에서도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리설주는 대학 졸업 후 유럽 등 서방국가에 장기 체류한 경험이 있어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리설주는 금성학원 재학시절 남한 인사들과 수차례 접촉한 바 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외교행사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지난 1년간 그의 행보를 지켜봤을 때, 외국어 능력과 해외 체류 경험 등 기본적 소양은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 패션 감각 ★★★☆☆(3점)
프랑스의 카를라 부르니, 미국의 미셸 오바마는 옷 잘 입는 영부인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영부인들의 뛰어난 패션 감각은 ‘패션 외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대외적 이미지 각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켓발사 축하연에 참석한 북한 여성 대부분이 추운 날씨에도 오픈토(발가락이 보이도록 앞 코가 오픈된 구두)를 착용하고 나타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오픈토는 공식석상에서 리설주가 자주 착용했던 신발. 이처럼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리설주 스타일’ 따라 하기가 한창이라는 후문이다. 일단 리설주 역시 패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공식석상에서 리설주의 스타일도 매번 눈에 띄게 달라졌다. 리설주는 무릎 위에 오는 스커트와 과감한 원색을 사용한 옷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 컨설턴트 장소영 장이미지 대표는 “리설주 스타일을 세련됐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사회적 배경이나 정서를 감안해보면 화제가 될 수도 있다”며“리설주는 나이 들어 보이는 스타일링을 한다. 나이는 어린 반면 권위적으로 보이려 포장하다 보니 인위적 흔적이 스타일에서 엿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리설주가 착용한 고가의 사치품들. 리설주는 지난해 7월 첫 공식석상에서 180만 원 상당의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클러치 백을 들고 등장했다. 이 백은 시아버지 김정일이 며느리 리설주에게 선물하기 위해 직접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30일 김일성 동상을 방문했던 당시, 그가 착용했던 목걸이도 480만 원 상당의 티파니 제품으로 전해진다.
장 대표는 “리설주의 명품 가방이나 목걸이, 시계도 인위적인 포장으로 비친다”며 “그가 들었던 디오르 백만 해도 북한 근로자의 연봉과 맞먹는다. 품위나 순기능을 따지고 보자면 리설주의 명품 착용이 곱게 보일 수만은 없을 것”이라 평가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