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보다 올랐네… 딱, 거기까지!
▲ 사채시장의 일번지로 불리는 명동. 기업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전주들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생한 기업 정보가 들어온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재테크와 관련 우리 주변에서 재조명되는 안 될 직업군이 있다. 바로 ‘명동 사금융 시장 사람들’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이들에게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리대금업자’ ‘일수꾼’ 등이었다. 물론 세월이 변하면서 그런 이미지는 상당히 바뀌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야말로 온몸으로 재테크를 체득하고 실천해 온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돈에 관해서는 ‘남 다른 감각’을 지녔다는 ‘명동 사금융 시장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명동 사금융 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종사하고 있는 A 씨는 주식에 투자해도 좀처럼 ‘깨지는’ 경우가 없다. A 씨의 주력이 어음할인이다 보니 기업에 관한 정보는 보통사람보다 한참 빠르다. 어떨 때는 남들보다 3개월 전에 정보를 입수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증권가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한 기업의 자금 정보를 접하는 것이다. 즉 현재 자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앞으로의 자금 전망은 어떻게 될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무슨 호재에 호들갑스럽게 움직이는 개미(개인투자자)나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들보다도 정확하게 주식에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주식에 ‘올인’을 할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주변의 동료나 참모들이 말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정보를 이용, 물량을 더 확보함으로써 주식의 단가를 낮춰 이익 극대화 작업을 한다. 이러다가도 주가가 본인이 생각한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주식을 팔아치운다. 물론 전체적으로 매도 물량을 조절, 주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면서 말이다.
이런 방법 말고도 우량한 주식만 매입하는 방법도 활용한다. 여기서 ‘우량한 주식’이란 ‘초우량’ 주식을 말한다. 증권사나 증권 전문 사이트들이 권하는, 그저 적당히 우량한 주식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대략 연중최저가나 120일 최저가 이하로 하락하는 초우량 주식을 매입한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주식인 삼성전자가 자신이 설정한 금액 이하로 하락하기 시작하면 매입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반등해 자신의 수익률이 15%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나누어 매도를 한다. 이렇게 하면 은행금리의 세 배 정도는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5~6% 사이임을 감안했을 때 얘기다.
연말까지 보유하면 배당까지 받을 수 있어서 초우량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 A 씨의 지론이다. 이렇듯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A 씨가 주식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드물다.
B 씨는 부동산에 투자를 해서 이익을 본 케이스다. 명동 사금융 시장에서 일하다보니 B 씨에게는 주변에서 투자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보니 B 씨에게는 건물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을 보러 가자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강남에 유명한 기획부동산 업체에서도 B 씨를 찾아와 투자를 권유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B 씨는 건물이나 아파트, 상가 같은 것이 아니라 토지에 투자한다. 지리적으로 아무리 유망한 위치에 있는 부동산이라도 자신의 자금을 무리하게 동원하지 않는다.
그 저가의 토지가 지금은 수십 배로 상승, B 씨는 부동산만으로 수백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대부분이 명동 사금융 시장에 들어올 초기 무렵 주변에서 “제발 사 달라”고 하는 토지만 매입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이런 토지 중에서도 본인이 판단하기에 소도시라도 일정한 거리 이내에 있는 토지만 매입했다. 이런 토지가 신도시 개발 바로 인접지역이거나 신규 편의시설 예정지와 맞붙으면서 가격이 천정부지가 된 것이다. 지금은 서로 자신에게 팔라고 찾아와서 귀찮게 한다고 한다. B 씨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장기간 투자와 무리한 자금동원 금지를 철칙으로 하고 있다.
C 씨는 소규모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재테크로 삼고 있다. 물론 앞의 두 사람과 좀 다른 방법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산 규모에 따른 재테크라는 차원에서 생각해볼 만하다. C 씨는 주로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스파게티 전문점과 다른 체인점을 몇 개 운영하고 있다. 물론 관리는 자신과 부인이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다.
체인점을 하는 이유는 프랜차이즈 형태여서 정해진 방법대로 하기 때문에 관리가 간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입을 밝히지는 않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짭짤하다고 한다. 명동에 있는 이런 점포들 중에서 명동 사금융 시장 사람들이 운영하는 점포를 심심치 않게 발견 할 수 있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명동고수’들의 재테크 방법에는 일정한 방법과 원칙이 있다. 우선 ‘분수를 지킨다’는 것이다.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 그 이상의 이익에 대해 욕심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주식도 15% 수익률이 목표면 그 정도로 만족한다. 그 이상의 이익은 자신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출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규모에 비해서 과다하지 않게 이용한다. 심지어는 직불카드만 이용하는 이도 있다. 절대로 빚이 되는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은 ‘돈을 쫓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돈이 지나갈 만한 길목에서 미리 장기적으로 그물을 치고 기다린다. 돈이 반드시 그 길목을 지나간다면 10년, 20년 전이라도 미리 그물을 치고 기다리는 것을 택한다. 당장에 급해서 이리저리 쫓아다니지 않는다. 규모가 다르거나 환경이 달라서 그렇지 보통사람들이 하는 재테크 방법도 이와 달라서는 안 될 듯하다.
한치호 ㈜중앙인터빌 상무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