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투자계획서 노림수는 ‘내국인 출입’
세계적인 카지노 업체 샌즈그룹이 마카오에 개장한 ‘샌즈 코타이 센트럴 카지노’. 샌즈그룹은 국내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최첨단 신도시인 인천 영종도는 대형 카지노 업체가 진출을 노리는 대표적인 타깃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출을 희망하는 카지노 업체만 세 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카지노·호텔 그룹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와 인도네시아의 리포그룹 합작법인 ‘시저스&리포’, 일본 파친코 기계 제작업체인 오카다홀딩스의 자회사 2곳(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오카다홀딩스코리아) 등이 그것. 이외에도 다국적 자본업체인 ‘에잇시티’, 일본 파친코 대부 한창우 씨가 설립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등도 영종지구에 투자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시저스&리포,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등의 카지노 업체는 지난 1월말 정부에 대대적인 투자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시저스&리포사는 영종도 미단시티 8만 9000㎡에 2조 2250억 원을 들여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짓는다는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2015년까지 1단계로 800실의 특급호텔과 컨벤션, 1만 2000석과 4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역시 3조 50억 원을 들여 3500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컨벤션을 짓고 자가용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제트 터미널, 골프장 등을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현재 서류를 심사 중이다. 아직까지는 어느 업체가 사업을 진행할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샌즈그룹과 MGM, 윈(Wynn) 등 세계 3대 카지노 업체의 진출 움직임이 포착된 바 있다. 특히 샌즈그룹은 지난해 셸던 아델슨 회장이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마이클 레빈 부회장이 서울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을 면담하는 등 국내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MGM의 짐 모린 회장과 윈의 수뇌부 또한 수차례 국내를 방문해 복합 리조트 투자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 카지노 업체의 국내 진출 계획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겉으론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지만, 검은 속내를 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이미 포화 상태고 서울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진출을 도모하는 속내는 뻔하다. 투자를 약속할 테니 (외국인전용 카지노장에) 내국인을 들여보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 카지노 자본의 국내 진출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지식경제부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난 2012년 9월 ‘사전심사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사전심사제는 외국인 투자자가 경제자유구역에 카지노를 개설할 때 필요한 선행 투자비용을 3억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낮춘 것으로 카지노 진입 장벽을 그만큼 낮춘 것이다.
인천 경제정의실천연합 최혜자 사무국장은 “외국의 경우 카지노를 유치하려는 사업주에 대한 정보를 정보기관이 샅샅이 살펴볼 정도로 카지노 허가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데 급급해 진입장벽을 낮춘 셈인데, 결국 카지노계 큰손들에게 무릎을 꿇는 모양새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먹튀’ 문제와 특혜 시비도 대두되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사전심사를 통과한 업체가 허가조건을 맞춰 카지노 허가권을 획득한 후 이를 되팔아 한국을 뜰 경우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자유구역이라 세제 혜택도 받으니 카지노 업체로서는 최적의 투자처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사전심사제를 시행함에 있어 부작용을 완화할 여러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다 위에서도 카지노 유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선상 카지노업의 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도관광진흥조례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개정안의 골자는 선상 카지노가 허용되는 여객선을 기존 1만 톤급에서 2만 톤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전년도 외국인 수송 실적’을 삭제한다는 것. 이제까지 전년도 외국인 수송 실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박에게 선상 카지노업이 허가됐지만 그 조건을 대폭 완화한 셈이다.
물론 선상 카지노도 원칙적으로는 내국인 출입이 금지될 예정이나 명확한 계획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제주도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제주를 모항으로 하는 한중일 국제카페리 운항을 업체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오는 4월에 입법이 완료돼야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수익성과 운항 계획 등을 따져보고 있는 단계다”라고 전했다.
대구=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내국인들, 외국인카지노에 소송 거는 까닭 거액 잃자 ‘본전 생각’ 세븐럭카지노는 최근 내국인에게 소송을 당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소송을 제기한 A 씨는 “지난해 5월 미국 국적을 포기해 미국 여권이 취소됐기 때문에 지난 1월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수 없는 신분이었으나 카지노 측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카지노에 출입토록 하는 등 관광진흥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그는 내국인 신분으로 35억 원을 잃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인데 세븐럭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A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위 사례와 같이 내국인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 2011년 10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드나들면서 수억 원을 날린 김 아무개 씨가 P 카지노와 직원 두 명을 상대로 2억 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이었던 김 씨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카지노의 ‘은밀한 협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김 씨는 “박 씨와 정 씨(카지노 직원)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다고 속였지만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거주여권을 발급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얘기하는 거주여권은 가짜 볼리비아 영주권을 이용해 만든 ‘위조 여권’이었다. 김 씨는 이 여권으로 P 카지노에 29차례 출입해 8억 7000만 원을 잃었다고 밝혔다. 당시 법원은 이러한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P 카지노와 직원들에게 관광 진흥법 위반,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업체 직원들이 계획적으로 도박 중독자를 카지노로 유인해 위조영주권을 구해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고객이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간 것보다 업체 측 행위의 불법성이 더 큰 만큼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씨에게는 여권법 위반이 적용돼 벌금형에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 2012년 12월에도 이와 유사한 소송은 반복됐다.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6억 4000만 원을 잃은 한국인 김 아무개 씨가 카지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김 씨 역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마케팅 직원들이 브로커를 자청해 볼리비아 영주권을 얻어주고 거주여권을 발급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카지노 측은 카지노 출입이나 도박이 김 씨의 ‘자유의사’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 씨에게 외국 영주권을 얻어주며 도박을 부추겼고, 출입이 금지된 카지노 입장을 눈감아 줬기 때문에 회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카지노가 김 씨에게 1억 9300여만 원을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김 씨에게도 여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제까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내국인의 소송에서는 카지노가 손해를 배상하는 판결이 반복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카지노를 불법 출입해 거액을 잃자 ‘본전 생각’에 카지노 업체를 물고 늘어지는 행태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 또한 도박판의 씁쓸한 단면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신출귀몰’ 사설 카지노 실태 환전 수수료만 하룻밤 1억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퇴출된 이들은 사설 카지노를 찾기도 한다. 널브러져 자는 강원랜드 카지노객들. 본래 사설 카지노는 인적이 드문 단독주택이나 야산, 비닐하우스 등 은밀한 장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강남과 같은 대도시 주거공간까지 파고들어 대범하게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한때 사설 카지노를 즐겨 찾았다는 이 아무개 씨는 “월 400만 원 정도의 월세로 나온 강남 대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빌려 카지노 시설을 설치한다. 시설이라고 해봤자 별 거는 없다. 실제 카지노처럼 테이블을 설치하고 딜러를 고용하는 게 전부다. 다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6개월 이상 한 자리에서 도박판을 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련된 사설 카지노로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은 가정주부에서부터 상습도박꾼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다 같은 판에서 노는 것은 아니다. 사설 도박장도 크게 두 가지로 판이 나뉘는데 거액의 판돈이 오가는 곳에는 도박을 전문으로 하는 ‘꾼’들과 베팅 금액에 구애받지 않는 자산가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 자산가들의 경우 현직 딜러들이 일정 금액의 커미션을 받고 사설 카지노장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단다. 과거 사설 카지노를 운영했던 김 아무개 씨는 “꾼들이 모이는 판은 기본이 백(만 원) 단위다. 판이 커지면 한 번에 수억 원이 오간다. 딜러가 개입하는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최소·최대 금액을 정해 도박판을 벌인다”며 “그들이 사용하는 칩을 환전해 줄 때 해당 금액의 5~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는데 하룻밤에 1억 원을 벌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워낙 판이 크다보니 종종 ‘사기도박’으로 집단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첨단기계가 동원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미리 패를 읽는 식으로 사기도박을 벌인다. 이들은 절대 같은 판에 등장하지 않는데 가끔 눈치를 채는 사람들이 있어 사단이 난다. 하지만 그들도 다 불법으로 도박한 사람들이라 경찰에 신고는 못하고 협의를 보고 끝낸다”고 설명했다. 반면 ‘잔챙이’들이 모이는 사설 카지노는 강원랜드 출입기간(15일)이 초과됐거나 블랙리스트로 오른 이들이 주로 찾는다. 여기에는 속칭 ‘방수제비’로 불리는 호객꾼도 개입한다. 앞서의 이 씨는 “방수제비들도 한때 사설 카지노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사람으로 가산을 탕진해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을 모집하고 일정 수당을 받으며 도박을 한다. 술집여성부터 가정주부,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이는데 경찰에 적발되는 사설 카지노는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다만 도박꾼들이나 운영자들은 단속이 돼도 다른 장소를 찾으면 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