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참한가, 실력도 빵빵해 훗~
야구팬들 사이에 ‘여신’으로 불리는 야구 전문 아나운서들. 왼쪽부터 배지현, 최희, 공서영.
KBS N SPORTS의 간판 야구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아이럽)을 진행 중인 최희 아나운서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을 때다. 후배 기자가 “여신을 만나신다니 좋~겠습니다”하며 농을 던졌다. 농에는 농으로 응수하랬다고, 기자가 “공서영, 배지현 아나운서와도 함께 볼 것”이라고 하자 후배 기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신들의 신전으로 가시는군요”하며 부러워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요즘 여성 아나운서, 그것도 야구 관련 프로그램 아나운서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팬카페는 기본이고, 웬만한 지상파 아나운서의 지명도를 훨씬 넘어선다. 광고시장에서도 섭외 1순위다.
최희 아나운서.
“방송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아이럽’을 맡게 됐어요. 처음엔 ‘전 정말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하며 사양했어요. 그땐 방송에도 자신이 없었고, 야구도 거의 모를 때였거든요. 결국 김석류 선배 후임을 맡긴 했는데, 방송국 갈 때마다 ‘오늘 경기가 다 우천취소됐으면 좋겠다’고 빌었어요(웃음).”
‘아이럽’ 진행을 시작하고서 최 아나운서는 외모보단 전문성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야구프로그램을 보는 분들은 대개 골수 야구팬이세요. 조금만 실수해도 프로그램 전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야구공부였어요. 시중 서점에 있는 야구서적은 모조리 사서 읽고 공부했어요. 모르는 게 있으면 해설위원님들께 여쭤보고, 그 자리에서 배웠어요. 구장에 갔을 때도 안면몰수하고 감독님,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질문했어요. 지금도 야구공부는 틈날 때마다 하고 있어요. 수십 년 야구해설 하신 하일성 위원님께서도 ‘야구 몰라요’하시는데 저 같은 아나운서가 야구를 이해하려면 평생 공부밖엔 답이 없다는 생각이에요.”
최 아나운서의 노력 때문일까. 야구팬들은 그의 야구지식과 관련해선 악성댓글을 달지 않는다. 방송에서 선수 이름을 잘못 말해도 가벼운 실수 정도로 받아들인다.
XTM 공서영 아나운서는 ‘야구 마니아’란 평을 들을 만큼 야구 이해도가 높다. 한 베테랑 여성 아나운서는 “정통 아나운서 코스를 밟지 않은 아이돌 가수 출신 공서영이 빠르게 메인 MC로 성장한 것도 야구를 잘 알고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사실이다. 공 아나운서는 전 직장인 KBS N SPORTS에서 일하기 전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원체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야구선수들도 많이 알았다. 황재균은 “공서영 누나는 내가 스무살 때부터 알던 누나”라며 “그땐 아나운서가 아닌 그저 ‘야구빠’에 지나지 않았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야구마니아인 공 아나운서도 시련은 있었다.
공서영 아나운서.
SBS ESPN의 배지현 아나운서는 2011년 데뷔한 3년 차 스포츠 아나운서다.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재원인데다 2009년 슈퍼모델로 뽑힌 바 있어 SBS ESPN 아나운서가 됐을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당연한 이유로 배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외모에 치우치게 마련이었다. 그런 편견을 없애려고 배 아나운서는 2년 전부터 야구기록강습회에 나갔다.
“전 어렸을 때부터 야구팬이 아니었어요. ‘왜 야구팬으로 크지 않았을까’ 후회까지 했다니까요. 다른 아나운서에 비해 기본적인 야구용어도 몰랐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비시즌마다 야구기록 강습회를 쫓아다니며 야구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겨울에도 야구기록 공부에 푹 빠져 살았고요.”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배 아나운서와 야구프로그램을 함께했는데 야구에 대한 깊이가 상당해 깜짝 놀랐다”며 “나도 잘 모르는 수준높은 야구기록을 이야기해 속으로 ‘시청자들이 아나운서가 해설위원보다 더 야구를 많이 안다’고 생각할까봐 진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야구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메인 MC나 스포츠 중계 현장 리포터 역할을 도맡았던 여성 아나운서들은 최근 들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1세대 여신 가운데 지금도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여신들의 롤 모델’로 불리는 김민아 아나운서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지상파 MBC의 메인 MC를 맡았다. 김 아나운서는 풍부한 스포츠지식과 순발력 넘치는 진행으로 “스포츠전문 아나운서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배지현 아나운서.
동료 여성 아나운서들은 “최 아나운서가 스포츠 캐스터로 나서며 ‘여자는 캐스터로선 부적합하다’는 방송가의 금기를 깼다”며 “최 아나운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덕분에 향후 많은 여성 아나운서가 캐스터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최 아나운서는 지상파 아침방송과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며 넓은 활동영역을 자랑하고 있다.
최 아나운서는 “여성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스포츠방송 영역은 한정돼 있다. 한정된 방송을 두고 여성 아나운서들끼리 경쟁하는 것보다 다양한 방송에 도전하는 게 우리들의 밥그릇을 키우고, 후배 여성 아나운서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송에서 시청자와 만나고 싶다”는 포부를 털어놨다.
공 아나운서와 배 아나운서는 “우리가 최 아나운서처럼 스포츠 캐스터로 뛰는 건 무리”라고 겸손해하면서 “스포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MBC SPORTS+ 이정천 부국장은 “야구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평균시청률이 1%을 넘을 때가 잦다”며 “프로야구 시청률보다 높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부국장은 “방송사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시청률 싸움이 원체 치열하다보니 여성 진행자의 비중도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요즘 시청자들은 여성 진행자의 얼굴보단 입에 집중하는 만큼 조만간 야구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어느 여성 아나운서의 전문성이 뛰어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여신들이 꼽은 최고 여신은? 김민아 아나 포스부터 남달라 김민아 아나운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MBC 스포츠 플러스 김민아 아나운서는 똑 부러진다. 야구에 대해 많이 안다. 경력도 제일 오래됐다. SBS ESPN 배지현 아나운서는 사랑스럽다. 슈퍼모델 출신이라 몸매도 예쁘다. 최희 아나운서는 여자가 봐도 정말 예쁘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사람이 예쁘다. 주변 사람들도 다 좋아한다.” 배지현 아나운서도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 중에 누가 제일 예쁘냐는 질문에 “외모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힘들고, MBC 스포츠 플러스 김민아 아나운서가 연차가 많아서 그런지 포스도 있고 일에 대한 열정도 제일 많은 것 같다. 만나면 털털하게 후배들도 잘 챙겨준다. 그래서 나는 김민아 아나운서를 닮고 싶다”는 얘기를 전했다. 왼쪽부터 최희, 배지현, 공서영 아나운서. 사진제공=아레나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