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버텨내도 하반기엔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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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왼쪽)은 소망교회에서 쌓은 30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 ||
강만수 장관은 재신임이 발표된 당일 한국은행과 손잡고 환율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즉,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외환을 풀어서라도 환율안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 환율을 끌어내리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매수세가 붙어 다시 환율이 올라가는 ‘환율전쟁’이 발생하는 등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물론 시장에서조차 강 장관을 압박하는 형국인데도 이 대통령이 그를 재신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표면적으로는 사람을 자주 바꾸는 것을 싫어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문제가 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한 달에 한 번씩 장관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경질불가론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8일 이 대통령은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과 관련한 인책론에 대해 “이번에 세게 훈련했는데 뭘 또 바꾸느냐”면서 “바꾸면 또 새로 (훈련)해야 한다. 내가 기업 CEO 할 때도 느낀 건데 사람이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지는 게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강 장관을 고집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을 쓰는 용인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 장관이 소망교회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30년 소망교회 인연이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을 인간적으로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강 장관은 지난 2005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고 지난 2006년 대선 경선 캠프가 꾸려지면서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747’(연평균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 등의 경제 공약 개발을 주도했다. 대선 때 선대위 정책조정실장과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강 장관에 대해 잘 알고, 강 장관도 이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 입장에선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내부적으로는 ‘강만수라는 상징성’이 이 대통령에게 적잖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비록 환율문제가 겹치긴 했지만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았다. ‘촛불민심’이 거센 것도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급등하는 물가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업률 등 경제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상처를 입었던 쇠고기 문제와 달리 경제 문제만큼은 강 장관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때문에 강 장관의 경질에 대한 목소리도 더 큰 셈이다. 즉, 모든 책임이 강 장관에게 돌아가면서 이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자유로워지게 됐다.
이와 반대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넘어 이 대통령에게 화살이 직접적으로 쏟아졌다. 만약 정 전 장관이 강 장관처럼 상징성 있는 인물이었으면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쇠고기 문제에 노출돼 상처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강 장관이 복잡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받았다. 이 대통령이 그를 지켜주면서 ‘강만수=이명박’이라는 공식이 성립, 사실상 공동운명체가 돼 버렸다. 강 장관이 만약 ‘실기’를 할 경우 경질론이 비등했음도 그를 재신임한 이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강 장관의 운신 폭은 좁아지게 됐고 이 대통령도 경제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강 장관의 운명은 유가와 환율에 달려 있다. 현재로선 고유가 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환율 안정도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하반기 경기도 좋지 않다면 결국 강 장관이 옷을 벗을 수밖에 없을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현재 상황을 봤을 때 하반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때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수밖에 없고, 만약 이번에 새로운 장관이 선임된다면 불과 6개월도 안 돼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와 강 장관이 한시적으로 재신임됐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강 장관의 운명은 한두 달간의 유가와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