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서 물이 콸콸콸~
물 부족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식수가 나오는 광고 간판.
하지만 이마저도 기후 변화로 인해 여의치 않게 되자 현재 리마 전체 인구 가운데 120만 명은 아예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신 오염된 우물을 사용하거나 수돗물보다 스무 배는 더 비싼 사기업의 식수를 사 마셔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리마의 UTEC 대학 연구진들이 광고 에이전트와 힘을 합쳐 기발한 광고간판을 하나 세워 화제다. 일명 ‘스마트 간판’이라고 불리는 이 간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물 나오는 간판’이라는 데 있다. 이름 그대로 간판 아래 달린 수도꼭지를 돌리면 깨끗한 물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물을 생산해낸다니 놀랄 일.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으며, 이렇게 생산되는 물의 양은 매일 100리터 정도다. 설치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생산한 물의 양은 9450리터에 달한다.
세계 최초의 ‘물 나오는 간판’인 이 ‘스마트 간판’은 UTEC 연구진들이 리마의 공기 중 습도가 평균 83%에 달한다는 데서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이를테면 공기 중에 수없이 떠다니는 물방울을 어떻게 하면 마실 수 있는 식수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한 것.
광고 에이전트 회사인 ‘마요 드래프트 FCB’와 손잡고 개발한 이 간판의 작동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모두 다섯 개의 장치로 이뤄져 있으며, 먼저 공기 중에서 습기를 빨아들인 후 광고판 안에 설치된 냉각기의 에어 필터를 통과시킨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물은 다시 탄소 필터를 통과한 다음 중앙의 오수 탱크로 모여 마실 수 있는 물로 저장된다.
지역민들에게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이 광고간판의 또 다른 기능은 말 그대로 홍보기능이다. 페루의 젊은이들에게 장차 UTEC에 지원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마요 드래프트 FCB’의 알레한드로 아폰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미래의 학생들에게 엔지니어들이 일상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