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 주고 무슨 일 시켰나 응답하라! 로펌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앤장’ 근무 당시 전관예우 없었냐?”는 질문에 답하던 도중 눈을 찡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경우처럼 ‘공직→로펌→공직’으로 이어지는 ‘신 회전문 인사’는 과거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을 인선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예전에는 퇴직 판·검사들이 개인법률사무소를 차렸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대부분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 진출하고 있다. 로펌으로 진출한 전직 공직자나 판·검사들은 거액의 수임료를 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010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4개월 동안 김앤장에서 받은 돈은 2억 4500만 원. 한 달 평균 6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또한 2004년 법무연수원장에서 퇴직한 뒤 2006년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2년간 근무할 동안 6억 7000만 원을 챙겼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11년 부산고검장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년 4개월 동안 15억 9000만 원의 급여를 받아 전관예우와 관련한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회전문 인사들의 로펌 재직 당시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은 “이번 인사청문회는 법원·검찰에서 퇴임 후 변호사가 된 뒤 2년간 수임한 사건 내역을 보고받고 있는 법조윤리협의회가 ‘전례가 없다’며 수임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전관예우 여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특히 황교안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수차례 자료요청 끝에 총 수임건수만 확인했다. 2011년 박한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김앤장 측에 수임자료를 요구했지만 역시 제출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전관예우 의혹 검증 차원에서 유국현 김앤장 형사분야 대표변호사를 증인으로 세웠다. 하지만 김앤장 측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근무할 당시 체결한 동업약정서 제출은 거부했다. 김앤장 측은 영업상의 비밀을 이유로 댔다.
이에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은 ‘변호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인사청문회 또는 국정감사 등을 위해 국회의 요구가 있는 경우 법조윤리협의회가 관리하고 있는 공직퇴임변호사 등의 2년간 수임액을 포함한 수임자료의 국회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한 법조윤리협의회 회의록도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에 제출을 하도록 해 법조비리 조사업무 등에 대한 활동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를 제도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해부터 전관예우가 금지되는 법이 나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형사사건 수임만 제한을 했다. 공직자들이 자기업무 관계 업체로 취직하는 것은 지금도 제한이 되어있다”며 “하지만 판·검사 출신들은 여기에 빠져 있어서 이들이 로펌에 가는 것이 현재의 문제로 얘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공직자들의 로펌행을 완전히 막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지만 현재의 공직자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다”며 “그 다음 로펌에서 공직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은 인사권자의 임명의 문제라서 제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도적인 검증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공직 퇴임 변호사가 받는 거액의 수임료가 단지 변호사 본연의 업무 대가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정안은 위임인 개인정보 보호의 부분도 고려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전관예우 여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고, 기초적 단계”라고 강조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