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낸 칼… 몸통 가를까 칼집 넣을까
▲ 조석래 회장은 검찰의 효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 “비자금 같은 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 ||
지난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광주를 방문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역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로부터 검찰의 효성 비자금 수사 관련 질문세례를 받았다. 조 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대통령 사돈기업에 얽힌 비자금 수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초 일본 현지법인을 이용한 효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그대로 가라앉는 듯했던 효성 비자금 논란은 최근 전직 효성건설 직원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재점화하고 있다.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음에도 잊을 만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효성 비자금 논란의 실체를 추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문무일 부장검사)는 최근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효성건설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각종 비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05년 회사 돈 16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전직 효성건설 자금담당 직원을 구속해 조사를 벌이는 중인데 윗선과의 공모 여부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큰아버지. 이렇듯 효성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기에 관련 수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재계의 관심이 큰 것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효성이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수입하던 부품 단가를 부풀려 한국전력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2월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제보를 받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던 것인데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9월의 일이었다. 수사가 지연된 데 대해 당시 검찰에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BBK 수사 등으로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사돈기업 수사에 대한 검찰의 부담으로 비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후 수사당국의 별다른 언급 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았던 효성 비자금 의혹이 효성건설 수사 착수로 인해 다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배경이 눈길을 끈다. 검찰은 비자금 의혹 규명을 위해 효성건설 임직원들의 계좌추적에 나선 상태. 대통령 사돈기업에 대한 부담이 작지 않은 만큼 확실한 정황이 포착됐을 가능성이 검찰 주변과 재계에서 거론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효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고위직 출신 제보자의 존재가 검찰 주변에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선 조석래 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 시기가 노무현 정권 때(2007년 2월)였던 만큼 비자금이 실제로 존재할 경우 일부가 참여정부 인사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검찰이 주목했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내년 2월로 전경련 회장 임기가 끝나는 조석래 회장의 재선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효성 측은 “구속된 직원 개인비리일 뿐”이라며 “있지도 않은 비자금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친노 성향 기업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이뤄지면서 기획사정설이 제기되자 효성 비자금 수사를 통해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수사결과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그동안 대통령 사돈기업이라 더욱 주목받았던 효성 비자금 구설수들을 일시에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도 제법 많다. 이 대통령 사위 조현범 부사장 또한 주가조작 혐의로 계속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터라 효성가에 대한 검찰 칼끝이 어디로 갈지 재계 관계자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