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센’ 집안 이야기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 최준필 기자
<고령화 가족>은 영화 <파이란> <역도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을 탄생시킨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받은 그가 그동안 잔잔한 감동으로 관객들을 울렸다면 이번에는 다소 센(?) 영화로 관객 앞에 섰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강렬하다. 어릴 적부터 온갖 사고를 도맡으며 감방에도 몇 번 들어갔다 온 백수 첫째 아들 한모(윤제문 분), 집안의 유일한 대졸 출신이지만 영화 데뷔작부터 대실패하고 아내까지 바람나 이혼 위기에 놓인 반백수 둘째 아들 인모(박해일 분), 두 번째 이혼 후 다른 남자와 재혼해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결혼환승전문 셋째 딸 미연(공효진 분), 담배와 욕설 등 온갖 반항기를 동반한 미연의 중학생 딸 민경(진지희 분)은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뭉친 조합이다.
이미 중년인 오빠 둘과 중학생 자녀가 있는 막내딸은 얼굴만 마주치면 욕설에 몸싸움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를 묵묵히 받아주는 엄마(윤여정 분)는 복작거리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상이다. 저녁마다 고기를 구워 나르는 엄마의 따뜻한 모정이 없었더라면 이 철없는 남매들의 동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가족의 출생의 비밀이 말다툼 속에서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속사포처럼 폭로된다. 알고 보니 서로 피가 반반씩 섞이거나 아예 섞이지 않은 남매였던 것. 이미 30~40년을 함께 살 부비며 살아온 그들에게 출생의 비밀은 ‘경악’할 만한 일이었고 갈등은 깊어진다.
영화는 112분 동안 웃음과 감동 사이를 롤러코스터 타듯 교묘히 오간다. 과도한 설정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가 타인에게 말 못했던 이야기와 닮아있다. 결말로 갈수록 가족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실력파 배우인 윤제문 박해일 공효진 윤여정이 이끌어내는 감정선에는 힘이 있다.
이상한 가족구성으로 이뤄진 <고령화 가족>이 만들어놓은 롤러코스터를 타다보면 결국 내 가족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송해성 감독이 <고령화 가족>을 꺼내 보이며 한 말이 진하게 남는다. “흔히들 가족 얘기는 뻔하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모든 집안의 속내를 들춰보면 결코 뻔하지 않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