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왜 손놓고 있나”
민주당은 지난 8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두고 열린 가운데 방청객들의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진성준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트위터와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분석한 자체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검찰이 명확하게 사건을 규명하고, 정확한 수사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경찰은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거짓말 이후 기념비적 거짓말을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오늘의 유머는 평판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추천과 반대만 눌러도 되는 시스템”이라며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 화면 잘 받는다’는 취지의 글이 5개의 반대로 베스트 글에 등록되지 못하는 식이다. 검찰은 후보와 관련된 반대 표시 부분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부 교수도 “이번 사건은 국정원 직원 몇 명이 아닌 국가기관이 기획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선거개입 사건”이라며 “심리정보통이 능동적이고 계획적으로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 활동을 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절대적으로 일치한다. 검찰이 이를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겨레> 정환봉 기자는 “민변의 조사결과에서 보면 추천하는 그룹, 글 쓰는 그룹 등 8개의 그룹이 드러났다. 이 그룹의 범위와 규모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져야 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가 끝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방청석으로부터 강도 높은 질문이 쏟아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자신을 주부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국정원에서 대선에 개입한 게 밝혀지면 부정선거인데 대선을 새로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미국에서 전화연결로 질문을 던진 한 교포는 “국정원장의 단독 주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윗선을 밝혀내기 위한 이후 민주당의 행동과 노력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토론회장 곳곳에서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방청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당시 ‘1억 5000만 원 굿판 의혹’을 제기했던 원정 스님도 방청객으로 자리했다. 원정 스님은 “국정원 사건은 내란죄라서 긴급체포건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에서는 지금도 18대 대선 원천 무효에 대해서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확실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진상조사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 의원이 질문에 응하며 “대통령 임기는 보장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에 연관됐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하자 “민주당 뽑아준 우리가 봉으로 보이냐”, “이건 박근혜 인정하자는 소리밖에 더 되냐”는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이것은 토론회가 아니다”라는 고성이 오가며 어수선하게 토론회가 끝을 맺었다.
배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