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고수들 역전 재역전 ‘흥미진진’
덕이초 최우성(왼쪽)과 응암초 김지명의 결승 대국. 강나연 동양온라인 기자
대국 시작은 아침 10시 30분. 최우성은 어머니와 함께, 김지명은 충암도장 양우정 실장과 함께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처음 경험하는 ‘결승전 TV 대국’을 앞두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대국 전 예상은 “아무래도 최강부에 있는 김지명이 낫지 않겠느냐”와 “차이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단판 승부는 모른다”로 갈렸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두 가지 예상이 결과적으로는 다 들어맞은 것. 초반은 흑을 든 김지명의 페이스였다. 최우성이 흑세를 삭감할 타이밍을 놓친 후 뒤늦게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호되게 몰렸다. 대마가 잡힐 뻔했고 잡혔으면 물론 끝. 그러다가 김지명이 한두 수 추격의 고삐를 늦춘 틈에 삭감부대가 별 출혈 없이 탈출에 성공하면서 흐름은 백에게 기우는 듯한 분위기가 되고, 이번에는 김지명이 무리를 범했다. 패를 할 필요가 없는 대목에서 패를 걸고, 대마 사활을 묻는 팻감을 썼으나 최우성은 초읽기의 와중에서도 자신 있게 패를 해소했다. 이제 대마가 살면 백의 승리. 그러나 다음 순간 최우성이 수순 하나를 빠뜨렸고, 안타깝게도, 살 수 있었던 대마가 잡히면서 승부가 결정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 바둑뿐인 것 같아요. 아이가 하겠다니까 밀어주고는 있지만… 바둑의 길이랄까, 프로기사가 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설령 된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 경우를 보면 그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된 다음부터가 더 어렵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그래서 과연 어려운 길을 가라고 해야 하는 건지, 차수권 사범님하고 계속 의논도 하고, 여러 모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최우성 어머니)
이날도 일요신문 신상철 대표는 대국 시작 전부터 검토실을 지켰고, 결승 후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우승-준우승 어린이에게 상장과 트로피를 안겨 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큰 꿈을 이루기 바라며, 이제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으니 아시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두 어린이는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학생바둑대회’ 한국 대표 선수로 출전한다. 대표 선수는 모두 8명으로 나머지 6명은 최강부 3~4위, 유단자부 1~4위에 입상한 선수들. 아시아대회는 해마다 한-중-일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며 내년부터는 대만이나 동남 아시아 선수도 참가해 대회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이광구 객원기자
백 - 응암초 김지명 흑 - 덕이초 최우성
<1도> 흑1로 하변 세력을 키우는 데도, 백은 2로 상변 큰 곳을 차지하면서 여유를 보이다가 흑3-5로 계속 확장하자 그제야 백6으로 삭감하러 왔는데, 이게 너무 깊어 ‘초반, 백 고전’의 시발이 되었다는 것.
<2도>는 실전진행. 흑1의 모자 한 방이 백은 일단 아프고 답답하다. 사방이 흑의 철벽이다. 이게 무사할 수 있을지. 백은 <1도> 흑1 때, 두 말 없이 <3도> 백1로 가야 했던 것. 여기가 초반의 급소요, 대세의 분기점 같은 곳이었다. 이랬으면 서로 짱짱한 바둑.
<1도> 백6으로는, 타이밍을 놓쳤으니, 욕심 내지 말고 <4도> 백1 정도로 부드럽게 들어갈 자리였다고 한다. 백1 정도면 심하게 공격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 흑도 C로 씌우는 것은 자칫 실속이 없는 수가 된다. 그리고 백1이 무사하다면 하변 흑진은 좌하 A, 우하 B 등 뒷문이 열려 있고, 백1부터 D로 붙이는 수, 아예 백A의 연결을 보며 백E로 쑥 들어가는 수 등이 사실은 보기보다 그렇게 겁나는 집은 아니라는 것.
어쨌거나 위에서 말했듯 하변 백 대마는 무사히 벗어났고, 그러자 흑이 좀 급해졌다. <5도>는 백1로 중앙을 견제하자 흑2-4로 뭔가 변화를 구한 장면이다. 백5가 강수. 백A로 받을 기분은 아니다. 백A로 받아도 흑B 같은 게 남으니까.
흑6으로 받아 패. 흑8로 패를 쓰고 흑10으로 되따낼 때 백11로 젖힌 것은 패를 키워 한번 해보자는 것. 흑도 여기서 C 따위로 받고 있을 수는 없다.
<6도> 흑1로 끊어 이제는 천지대패. 흑이 믿은 것은 3의 팻감인데, 백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백4! 엄청난 두 개의 연속 빵때림이다. 흑은 하변 백 대마를 잡지 못하면 이길 수 없게 되었는데, 대마는 잡힐 돌이 아니었던 것.
그런데 잡혔다. 흑13-15 때 백16으로 이은 것이 패착. <7도> 백1로 여기를 먼저 내려섰으면 잡힐 수가 없었다. 복기하는 자리에서 <7도> 백1을 알게 되자 최우성은 얼굴을 조금 붉혔다. 굉장히 분했을 텐데, 남자답게, 울지는 않았다…^^. 대마가 살았으면 흑은 해 볼 데가 없었으니 <5도> 흑6으로는 그냥 <5도> 7에 잇고, 그러면 어차피 백도 A에 잇는 정도니 거기서 흑도 C로 지키는 정도로 길게 가야했던 것. 두 어린 선수의 장도를 빈다.
이광구 객원기자
<2도>는 실전진행. 흑1의 모자 한 방이 백은 일단 아프고 답답하다. 사방이 흑의 철벽이다. 이게 무사할 수 있을지. 백은 <1도> 흑1 때, 두 말 없이 <3도> 백1로 가야 했던 것. 여기가 초반의 급소요, 대세의 분기점 같은 곳이었다. 이랬으면 서로 짱짱한 바둑.
<1도> 백6으로는, 타이밍을 놓쳤으니, 욕심 내지 말고 <4도> 백1 정도로 부드럽게 들어갈 자리였다고 한다. 백1 정도면 심하게 공격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 흑도 C로 씌우는 것은 자칫 실속이 없는 수가 된다. 그리고 백1이 무사하다면 하변 흑진은 좌하 A, 우하 B 등 뒷문이 열려 있고, 백1부터 D로 붙이는 수, 아예 백A의 연결을 보며 백E로 쑥 들어가는 수 등이 사실은 보기보다 그렇게 겁나는 집은 아니라는 것.
어쨌거나 위에서 말했듯 하변 백 대마는 무사히 벗어났고, 그러자 흑이 좀 급해졌다. <5도>는 백1로 중앙을 견제하자 흑2-4로 뭔가 변화를 구한 장면이다. 백5가 강수. 백A로 받을 기분은 아니다. 백A로 받아도 흑B 같은 게 남으니까.
흑6으로 받아 패. 흑8로 패를 쓰고 흑10으로 되따낼 때 백11로 젖힌 것은 패를 키워 한번 해보자는 것. 흑도 여기서 C 따위로 받고 있을 수는 없다.
<6도> 흑1로 끊어 이제는 천지대패. 흑이 믿은 것은 3의 팻감인데, 백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백4! 엄청난 두 개의 연속 빵때림이다. 흑은 하변 백 대마를 잡지 못하면 이길 수 없게 되었는데, 대마는 잡힐 돌이 아니었던 것.
그런데 잡혔다. 흑13-15 때 백16으로 이은 것이 패착. <7도> 백1로 여기를 먼저 내려섰으면 잡힐 수가 없었다. 복기하는 자리에서 <7도> 백1을 알게 되자 최우성은 얼굴을 조금 붉혔다. 굉장히 분했을 텐데, 남자답게, 울지는 않았다…^^. 대마가 살았으면 흑은 해 볼 데가 없었으니 <5도> 흑6으로는 그냥 <5도> 7에 잇고, 그러면 어차피 백도 A에 잇는 정도니 거기서 흑도 C로 지키는 정도로 길게 가야했던 것. 두 어린 선수의 장도를 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