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봄바람…전국 확산 ‘글쎄’
▲ 강남 개포동 은마아파트(위). 아래는 한강변 도심 아파트들과 한강변 고밀도 재건축 사업에 포함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 강남 소재 재건축 중심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맞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전체 부동산시장의 상승세를 이끌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즉 이번 상승이 ‘가격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실수요자가 많은 강남 일부 단지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재건축, 한강변 아파트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부동산 값 반등의 진원지인 강남 대치동과 도곡동은 표면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대치동에서 아파트 값 움직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말 반짝 거래가 된 이후 2월 들어 거래가 뚝 끊겼다. 지난 연말 7억 5000만 원에 거래됐던 은마 102.47㎡(31평)형은 한 달 새 1억 원 이상 올라 8억 5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매수·매도자 모두 경제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관계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발표될 때마다 낮아진다’는 언론보도에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힌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지난 연말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을 기다리며 TV와 신문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수·매도자는 물론 기자 관청 등 시세를 묻는 전화는 귀찮을 정도로 많지만 정작 돈 되는 손님은 찾아오지 않고 있다”면서 “2월 들어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개포동도 같은 분위기다. “아파트 값이 지난 1월 반짝 오른 탓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개포주공 1단지 49.58㎡(15평)형의 경우 8억 5000만∼8억 6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 연말 6억 5000만 원까지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2억 원 정도 오른 셈이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개포동 인근, 이른바 ‘대치동 빅3’로 불리던 선경·우성·미도아파트도 살짝 반등했다. 우성 1차 102.47㎡(31평)형의 경우 10억 원 아래 매물이 소진되면서 11억 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강남구에서 재건축 아파트 값이 반짝 상승하고 그 여파로 인근 아파트 값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재건축 규제완화 때문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정부는 재건축과 관련한 후분양 폐지와 소형주택건설 의무 등 7개 부문 핵심규제에 대해서 이미 법령 개정을 끝냈다. 또 용적률 완화, 임대주택 건설 의무 폐지 등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서울 강남·서초·송파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도 곧 결론이 날 전망이다.
현지 한 중개업소 사장은 “현재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평균 200% 선으로 이것이 최대 300% 선까지 올라간다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다”면서 “주변 아파트 값만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용적률 완화는 대형 호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곡렉스로 탈바꿈한 도곡주공 1차 13평형(대지지분 19평)은 지난 2003년 재건축 당시 용적률 274%가 적용돼 109.09㎡(33평)형에다가 2000만 원을 환급 받았다. 만약 개포주공이 도곡주공에 적용됐던 용적률만 받을 수 있다면 수익성은 크게 높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는 “정부가 어떤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장치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재건축 규제, 특히 용적률을 풀어준다는 것은 정부가 수익성을 담보하면서 재건축을 하라며 부추기는 셈”이라며 “아직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숨죽이고 있지만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확신만 든다면 또 다시 지난 2002∼2003년의 급등장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반짝 급등한 것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설 연휴 이후 거래가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면서 둔촌주공 3단지 112.39㎡(34평)형의 경우 최근 7억 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6억 3000만∼6억 4000만 원에 거래됐던 물건이다. 1억 5000만 원 이상 뛴 셈이다. 물론 11억 원을 훌쩍 넘었던 호시절과 비교하면 반 토막에서 살짝 고개를 든 정도지만 현지에선 바닥을 확인했다는 데 만족하는 분위기다.
규제완화로 인해 집값이 뛰는 곳은 재건축 아파트뿐만 아니다. 서울시가 한강변 층고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강변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 재개발 대상 연립·다세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층고완화 발표 전 3.3㎡(1평)당 2000만 원 선이던 광진구 자양동 소재 연립·다세대는 3.3㎡당 최고 1000만 원 이상 뛰었고 합정동 인근 연립·다세대 주택도 3.3㎡당 1000만 원 가까이 뛰었다. 재건축이 기대되는 여의도와 압구정에 위치한 중층 아파트도 100㎡(30평)형대 기준으로 1억 원에서 최고 2억 원까지 반짝 급등했다.
이 같은 모습은 외환위기로 인해 부동산 급락 후 각종 규제를 대폭 해제하는 것은 물론 특혜까지 주면서 부동산 시장 부양을 꾀했던 2000년 초반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당시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 차이는 바로 ‘선순환 구조’가 끊겼다는 것. 즉 강남권 아파트가 급등할 땐 목동과 분당을 거쳐 강북 아파트 값까지 덩달아 올랐지만 최근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번 반짝 상승기에 목동과 분당의 아파트값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경기침체로 인해 실수요자 층이 옅은 탓도 있지만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재테크를 노리기에는 중산층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아파트 값 급등기인 지난 2004∼2006년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높은 이자에 허덕인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매수세에 선뜻 동참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향후 규제 완화로 인해 집값이 오른다면 직접적인 수혜는 재건축과 한강변 아파트 등 일부 아파트에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것도 수요가 뒷받침되는 강남권 일부 지역에 한해서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경기침체로 인해 지역에 관계없이 함께 오르고 함께 떨어지는 현상은 사라질 듯하다”면서 “부동산 시장을 기준으로 과거 양극화가 20 대 80이었다면 올해부턴 10 대 90 또는 5 대 95처럼 보다 정교하게 진행돼, 오르는 곳만 오르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명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