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아무리 쪼여도 ‘안방’은 냉골
▲ 글로벌 경제 위기 속 중국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도시이주노동자 2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중국의 한 취업박람회장에 몰려든 구직자들 모습. AP/연합뉴스 | ||
세계 증시는 지난해 10월 27일까지 하락을 거듭하다 이후 조금씩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업실적과 경제지표 발표에서 악화된 실물경기가 드러나면서 하락세로 다시 돌아섰다. 이로 인해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유럽 증시 등은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증시는 이러한 세계 증시의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 증시는 전 세계 증시가 바닥을 찍던 지난해 10월 27일 1723.35포인트(p)를 기록했다. 이후 세계증시가 상승하는 것과는 반대로 하락을 거듭, 11월 4일에는 1706.70p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세계 증시가 실물경기 침체에 하락세로 돌아설 때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2100p 선을 회복했다. 11월 4일 저점과 비교하면 25%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주식형 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에서 1.05%(2월 2일 기준)를 거뒀다. 북미주식형펀드(-11.20%)나 유럽주식형펀드(-6.74%), 유럽신흥국 주식형펀드(-26.50%) 등과 비교할 때 우수한 성적이다. 또한 브릭스(BRICs) 4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비교해 보아도 풍부한 자원과 강력한 내수시장을 가진 브라질(4.14%)을 제외하고 인도(-1.16%), 러시아(-34.70%)보다 좋은 수익률이다.
중국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상하이 종합지수 상승률보다 낮게 나타난 것에 의문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겠지만 이는 국내 중국 펀드가 중국보다는 홍콩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중국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과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중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펀드인 ‘PCA차이나드래곤A셰어 주식A-1클래스A’와 ‘PCA차이나드래곤 A셰어주식A-1클래스C’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27.6%와 27.3%를 기록하고 있다. 역시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인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자(H)C-i’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8.9%에 달하며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자(H)-A’와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자(H)-C’도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8.8%와 18.4%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 증시와 주식형 펀드가 10월 이후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중국 정부의 잇단 경기 부양책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향후 2년 동안 4조 위안(약 811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밝혔다. 이는 중국 GDP의 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대부분 국가들이 GDP 2% 내외 수준의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올해 들어서는 석유화학업 등 9개 업종 지원방침은 물론 농업은행 부실채권 규모 축소, 부동산 거래세 인하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는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자금난 기업의 사회보험료 징수기준 완화, 의료 및 실업 등 4대 보험 단계적 인하, 대졸자 창업시 창업지원, 농민공공(비농업에 취업하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농민) 재취업지원, 내수 진작을 위한 보조금 지급확대,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개혁 및 가격인하 등도 내놓았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유럽 5개국 순방 중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간담회에서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며 “새롭고 시의적절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며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되기 전에 시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경기부양책을 거듭 내놓으며 중국 증시가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는 증시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상승세로 인해 지수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있는 만큼 증시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정부가 증시가 하락하려는 기색을 보일 때마다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하락을 막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강점”이라면서 “해외 증시 중에서 올해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곳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및 넒은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과 브라질 두 곳으로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최근 중국 경제 실물지표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장밋빛으로만 보이는 중국 대륙을 향해 불길한 먹구름이 솔솔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경기 지표는 사상 최악을 달리고 있다. 중국의 수출입은 지난해 11월 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로 떨어지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2월에는 -11.1%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1월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7~-19.7%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수입 하락도 지속되면서 지난해 12월 -21.3%에서 1월에는 -38~-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9년 만에 가장 낮은 6.8%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1∼3월)에는 5%대까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농촌으로 돌아간 실직자가 2000만 명에 달한다는 집계도 나오는 등 경제상황은 악화일로다.
펀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상승세와, 정반대로 악화되는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해볼 때 상당기간 중국 펀드에 투자할 투자자가 아니라면 최근 반등장세로 중국 펀드 손실률이 줄었다면 환매에 나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한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2차 금융위기와 경기둔화, 부동산 하락 등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업도 증가해 소비나 경기둔화가 이어지면서 이머징(Emerging·신흥) 국가의 경기 사정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국채 발행도 적고, 내수부양도 하고 있어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투자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최근 경기 상황을 보면 낙관만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외 펀드 비과세가 올해 말로 끝나는 점을 고려해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반등장세에서 그동안의 손실률을 줄인 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최근 불황에도 국내 경기 하향이 중국보다 양호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경기 회복 속도가 중국보다는 우리나라가 훨씬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초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중국 증시가 상승세일 때 중국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국내 주식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