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흐름 속 숨은 ‘금맥’ 캔다
당시의 ‘학습효과’ 때문에 아마 최근의 금융위기도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고환율이 지속되고 저금리로 경제가 운용될 때 내 재산을 지키고 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사례들이나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배우는 것이다. 자투리 원단을 저렴한 가격에 홍콩을 경유해서 중동국가에 수출하던 A 씨는 10년여 전 엄청나게 큰돈을 벌수가 있었다. 한 달에 컨테이너 하나를 수출하던 그가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 컨테이너씩 수출을 했고 평균 마진은 원래 1000만 원 정도였으나 환차익이 더해져 4000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출도 하기 전에 먼저 결제를 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A 씨는 “돈에 치어 살았다”고 회상한다.
이후 경제가 안정되고 나니 별 재미가 없어진 그는 환율의 위력에 놀라 예금하는 패턴을 조금 바꾸었다. 사업상에도 환위험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잘만 운영하면 환차익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무역업체의 예금 중 30%는 반드시 외화예금으로 예치하고 있다. 물론 환율이 안정적이고 떨어질 때는 그리 재미를 못 보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불안정하고 오를 때는 더없는 효자노릇을 한다고 한다. A 씨 자신도 정기예금의 20%는 외화예금으로 저축하고 있다. 그러니까 가입일 현재의 환율로 환전해서 외화로 예금이 되고 만기가 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화로 환전이 되어서 찾는 것이 가능하다. 찾을 일이 없으면 자동 연장을 하고 있다.
그는 주로 달러로 예금을 하였는데 지난해 초에 홍콩의 바이어가 “달러로만 하지 말고 다른 나라 통화로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조언을 해 남들은 엔화 대출을 받을 때 A 씨는 회사 운영자금 중 일부를 1년 만기 정기 엔화예금에 가입했다. 현재로서 결과는 대만족이다. 환전수수료가 조금 붙기는 하지만 엔화가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여서 수익률이 200%를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만기에 찾지 않고 1개월 단위로 연장을 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큰 이익을 안겨주게 된 사례다.
B 씨는 반대로 큰 손해를 보게 된 케이스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그는 외환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말에 혹해 투자를 했다. 그러나 이자는커녕 원금도 거의 고스란히 날리게 돼서 한동안 그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FX마진거래(금융업체에 일정한 증거금을 맡기고 이 금액의 최고 100배까지 외환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 등을 한다는 투자회사에 3년간 모은 돈을 몽땅 맡겼다. 그런데 지난해 이 투자회사가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이 들통이 나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바람에 쪽박을 차고 만 것이다. 한때는 정치권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B 씨의 피 같은 돈을 찾을 길은 없다.
아무리 간단하다고 하더라도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분야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평범한 직장인인 B 씨가 남들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하였으니 망하는 것은 아마도 100% 예상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투자회사는 유사수신행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던 곳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사실 2007년 즈음 이웃나라 일본의 낮은 금리와 장기적 엔저현상,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에 따른 해외증권투자 증가 등의 이유로 FX거래 열풍이 불었다. 직장인 주부 정년퇴직자, 심지어는 대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익이 크면 위험이나 손해도 그만큼 크다는 평범한 진리를 잠시 잊었던 B 씨는 5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한 번에 날려버린 것이다.
B 씨의 사례를 보면 ‘절대로 돈을 모을 수 없는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했다. 우선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일정한 이자의 지급을 약속하는 것은 무조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남에게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약속하는 것과는 다르다. 투자를 하라고 하면서 고율의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그것도 모자라 터무니없는 고액의 각종 수당을 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한 달에 8%라는 이자를 배당금 명목으로 주고 다른 사람의 자금 투자를 유치하면 몇 %의 유치수당을 계속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평범한 직장인이 FX거래로 돈을 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FX거래는 선물회사들을 통해서 하지만 선물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일단 교육부터 철저하게 받고 모의거래를 해서 완전하게 이해를 한 후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제대로 알지도 못해 주식투자에서 늘 손해를 보는 B 씨가 FX거래라는 이야기에 현혹돼 욕심 부리다가 큰코다친 것이다.
일본에서 길지 않은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온 C 씨는 재작년 군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착실한 그는 일본에 있을 때 합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생활비에도 보태고, 남은 돈 30만 엔(당시 환율로 230만 원가량)을 국내로 가지고 들어왔다. 입대 전 2년 동안 군에 가니 저축을 해놓고 싶었던 그는 환전해서 저축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인터넷 자료와 경험을 찾아보고 외화예금 예치를 결정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말 전역 후 예금을 찾으려고 하니 환율이 그 사이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서 이자나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400만 원 넘게 찾을 수가 있었다. 운도 따랐지만 C 씨가 단순하게 환전해서 저축했다면 아마 30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복학하는데 등록금에 알차게 보탤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시기엔 자신의 업무나 생활이 환율에 관련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외환 관련 뉴스를 많이 보는 것이 좋다. 각 은행의 사이트만 가도 환율 전망이 있고, 각 경제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만 틈틈이 들어가 보아도 경제전망이나 경제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이라도 외화예금 같은 상품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새로운 재테크 방법은 물론이고 수익을 높이는 길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길이 보이는 법이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