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갑·을·병·정 당신은 어디입니까?
유통업계에서는 ‘을’이 ‘갑’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한 전통주류 제조업체의 대리점 주인이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 동료에게 보낸 유서에는 본사의 밀어내기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jn***는 “막걸리도 업체가 난립해서 경쟁이 치열하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관행 없어져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so***는 “갑의 횡포 이 기회에 싹쓸이 해버려야”라고 주장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농심이 판매 목표 물량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본사 영업 사원이 제품을 이른바 ‘삥시장’에 넘기고 대리점에 차액을 부담시켰다는 기사가 올라오자 트윗이 쏟아졌다. la***은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오나요”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ko***는 “밤에 출출하다고 농심라면 인증샷 올리는 분들! 뭐 느끼는 것 없나요”라며 비판했다. 농심라면 쪽은 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형마트가 ‘슈퍼 갑’이라는 기사도 반응이 뜨거웠다. 민변 소속 김철호 변호사가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남양유업에 판매 여직원 파견을 요구하며 인건비 120만 원을 남양유업에 떠넘겼다. 남양유업은 인건비의 65%를 다시 대리점 주인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xt***는 “우리 사회 갑을병정(甲乙丙丁)에서 여러분 각자는 대부분 어느 위치일까요”라고 반문했다. ho***는 “우월적 지위(갑)를 이용해 힘없는 자(을)에게 밀어내어 강매, 울며 겨자 먹기로 땡처리한 것이 바로 대형마트(갑)의 ‘1+1’”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인사팀 직원이 여자대학교 취업 특강에서 수강생의 외모를 평가하고, 특정 학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자 학생들이 ‘갑의 횡포’라며 들고 일어선 사례도 나왔다. hy***은 “크고 작은 권력에 취하신 분들이 도처에 계시네요. 힘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닌데”라며 비판했다. he***은 “최소한 100 대 1 경쟁률에서 사람을 뽑으니 나머지 탈락하는 취업생은 사람같이 안 보였던 모양이지”라고 촌평했다. un***은 “이분은 <직장의 신>에 나올 만한 분이군요”라고 적었다.
트위터리안은 이밖에도 새로 발생하는 사건을 ‘갑을관계’로 해석하며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네이버가 공정위의 조사를 받자, 한 트위터리안은 “드디어 슈퍼공룡 갑 네이버가 수사를 받는군요”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자동차 대기업에 대해 을의 위치인 1차 협력업체들이 2·3차 협력업체에 대해선 또 다른 갑의 위치를 차지하며 횡포를 부린다’는 뉴스가 올라오자 공감하는 댓글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공무원과 국민’의 갑을관계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정치인의 주장도 화제가 됐다.
계속 ‘갑을관계’를 드러내는 사건이 터지자 ‘갑을관계’를 분석하는 글도 눈길을 끌었다. oh***는 “갑을관계를 권력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갑은 영원히 갑, 을은 영원히 을로 살아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라고 썼다. su***는 “그나저나 이제 봇물 터지듯 갑을사건이 터질 텐데 뭘 먹고 살지?”라며 소비자로서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bu***는 <잔인하지 않은 사람들의 잔인한 사회>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했다. “우리는 ‘1%=갑’을 비난하면서도 그와 같아지고 싶어 하고, ‘99%=을’을 동정하면서도 그와 같아질까 두려워한다”라고 적었다. ka***는 “을의 처지에 있는 분들이 협박받아서 더 움츠러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적었다. ha***는 “갑을(甲乙)관계에서 본다면 ‘을’의 대표적인 분들이 비정규직 종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ki***는 “갑을전쟁? 웃기는 소리다! 갑과 을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전쟁불가다!”라고 주장하면서 “갑들에겐 ‘김 그리고 장’이 있지만, 을들은 싸울 시간조차 없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표준 근로계약서에서 ‘갑을(甲·乙)’이란 표현을 없앤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대응 글이 줄을 이었다. ei***는 “갑을관계가 문제가 되니까 ‘갑을’이라는 표현만 없애나. 기막힌 해결책이다”라고 비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올라왔다. vi***는 “사고가 자꾸 터지니 ‘갑을병정(甲乙丙丁)’ 쓰지 말고 ‘무기경신’으로 씁시다. 나중에 또 진상 짓 터지면 ‘임계갑’을 쓰고 또 터지면 ‘병정무기’ 쓰고 하면 되지 뭐…”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