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돈 쏟아붓고 ‘하늘’까지 도와야
과거엔 주거환경을 결정하는 요소로 가장의 출퇴근 편리성에 우선순위를 두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출퇴근 방법이나 시간이 비슷하고 시장이나 대형마트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도 대부분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A 씨에겐 운도 따랐다. 그가 매입한 조용한 주택가의 빌라 주변에 특목고가 들어오면서 가격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시세가 매입가보다 60% 정도 오른 것. 최근 A 씨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른 가격만큼 좀 더 좋은 교육환경으로 옮겨보려고 하는 것. 마음 같아서야 강남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그건 무리고 3년 전에 빌라를 살 때와 같은 조건의 집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B 씨는 아예 처음부터 좋은 환경을 찾아서 집을 옮겨 다니다 좋은 집을 운 좋게 장만한 케이스다. 산골의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학맥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그동안 사회생활이 힘들었다고 생각해온 그는 자녀들만이라도 좋은 학맥, 인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B 씨는 자녀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에 소위 말하는 부자 동네로 이사를 했다. 그동안 살던 서울 변두리 지역 작은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자신은 월세로 간 것이다.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았지만 B 씨는 아직 내 집도 있고 직장에서도 큰 탈 없이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변두리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가격이 거의 두 배나 상승하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는 기존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주변에 큰 면적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후 아이들은 성장해 모두 대학에 입학했고 그는 다시 전에 살던 동네로 이사를 했다. 물론 이제는 중대형 아파트로 말이다. B 씨는 지금 부동산 재테크에도, 자녀교육에도 모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C 씨는 실패한 경우에 속한다. 3년 전 여유자금이 1억 원 가까이 있었던 그는 부동산업자의 권유로 뉴타운 예정지역의 연립주택을 매입했다. 그 부동산업자는 “이번에 총 네 채의 연립주택이 매물로 나왔다. 나도 하나 장만하니 투자 차원에서 월세를 끼고 한 번 사보자”라고 권유했다. 당연히 부동산업자의 지인들도 같이 매입한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실력도 있던 업자의 말인 데다 여윳돈도 있다 보니 C 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그래서 지금은 잘 짓지도, 팔리지도 않는다는 반지하 연립을 매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완전히 거래가 끝난 다음부터 생기게 마련. 뉴타운 예정지역이라서 재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C 씨가 매입한 연립은 뉴타운이 들어선다 해도 재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놀란 C 씨가 주변의 다른 부동산업소에 문의하였더니 역시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연립주택 자체가 건축법상에 현행 도시계획에 맞추어 최대한 크게 지어진 것이 때문에 다시 짓는다고 해도 면적이 늘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옆에는 아주 큰 성당이 있고 반대편에는 13층짜리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으며 다른 쪽은 8m 도로고 도로 반대편은 철도 부지였다. 그러니까 사방이 막혀서 특별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불가능한 건물이었다. 처음에 권유한 부동산업자를 찾아가서 항의하니 본인도 이렇게 재건축이 불가능한지 몰랐으며 자신도 매입을 했으니 속이려 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고의는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C 씨의 손실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그대로 보유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언제 개발의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 속상한 일이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월세로 입주한 세입자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월세 납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 그렇다고 힘들게 살아가는 세입자에게 무조건 나가라고 하기도 인간적으로 어려운 데다 다시 세입자를 들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입주한 세입자도 2개월 만에 간신히 구한 터라 C 씨는 지금 속앓이만 하고 있다.
D 씨는 지방 소도시의 토지를 매입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금융기관의 임원까지 지내고 퇴직한 그는 퇴직 전 직장 후배의 권유로 상여금을 모아서 지방 소도시의 변두리에 토지를 매입했다.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도 아니어서 언제든지 팔아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퇴직 후 한참이 지나고 그 땅 중 일부는 매각이 아니라 도시계획에 따라서 수용돼 보상을 받는 한편 나머지는 싼 값에 현지인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보유하고 있는 토지 한복판으로 도로가 나다 보니 나머지는 쓸모없는 ‘조각 땅’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소도시 주변의 개발계획으로 토지가격이 상승해서 퇴직 후 노후자금으로 충분하겠다는 생각했지만 막상 도로부지 편입으로 받은 보상액은 보유기간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게다가 도로로 한복판을 잘리고 나머지 자투리땅은 거의 매입가격 정도에 매각을 했으니 D 씨는 자신이 투자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언뜻 쉬워 보이지만 아주 어렵다. 투자자 자신의 판단력이나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의 확고한 의지나 투자에 대한 자신감, 지식이 없다면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토지와 관련해 200가지가 넘는 규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충분한 지식이 쌓여 있지 않다면 부동산 투자는 실패하기 쉬우니 유념해야 한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