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적시적기’ 문 ‘들쑥날쑥’
문재인 의원의 정치 행보는 당이나 보좌진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본인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진제공=문재인
안철수 의원의 ‘타이밍’은 동물적인 감각을 타고났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대선 때도 절제된 언어로 적시적기를 고려하며 움직였다. 특히 ‘오후 3시 기자회견’은 트레이드마크가 됐을 정도. 안 의원 측이 오후 3시를 고집하는 것은 안랩과 같은 ‘안철수 테마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고 조간신문 마감 시간, TV 저녁뉴스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되곤 한다.
지난 대선 때 진심캠프에 출입했던 한 중견 기자는 “민주당에 비해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홍보 업무에 있어서는 밀리지 않았다. 특정 언론에게 특종을 주지 않아 섭섭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공평함을 지키며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국회 입성 이후 지역구 활동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다만 직접 정치권 현안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면서 ‘안철수의 새정치는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 신인이기에 뒷말이 나오는 것보다 주변에서 제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
반면 안 의원과 경쟁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타이밍은 들쑥날쑥하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 참여한 문 의원은 안 의원의 연구소 설립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드는 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치에 대한 시민 참여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 현안과 관련해 직접 답변한 것은 거의 처음.
이에 앞서 문 의원은 지난 21일 “노사정 대타협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장관이 통상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제안한 것은 박 대통령이 말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며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의 타이밍은 당이나 보좌진의 간섭을 받지 않는 본인 선택이 크다는 게 특징이다. 문 의원 측 보좌관들은 “대선이 끝나고 의원실에서 공보 역할을 따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지역구 활동 역시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대선까지 나온 정치인이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100% 거짓말 아닌가”라며 “문 의원은 기자들 사이에서 점차 주목도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 본인이 기자를 피하기도 하고 침묵하는 게 주변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원래 민주당 대변인실이 영양가 없는 브리핑과 메시지가 난무하기는 한다. 정이 넘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 차원에서 제어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 의원의 이른 행보를 비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제 기간이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자칫 안철수 의원과 차기 경쟁에 나선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안에서는 당직 개편 문제로 어수선한데 바깥으로만 도는 게 곱게 보일 리가 있나. 당 전면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든지 아니면 최소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게 본인에게도 좋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당직자도 “당이 깨지게 생겼는데 문재인 의원과 그 측근들은 당 현안에는 일언반구 없다. 김한길 대표 체제가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