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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의원(왼쪽)과 이한동 전 총리 | ||
대통령 선거 5개월, 후보지명까지 마친 민주당의 때늦은 신당 타령이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신당론이 확산되고 마침내 한화갑 당 대표까지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쯤이면 이인제 의원 말대로 민주당의 신당 운동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정당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신당은 12월의 대통령 선거 준비를 겨냥한 것이어서 늦어도 10월 전반기까지 창당을 마무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정치의 나라라면 2개월 만의 창당은 불가능한 일, 그러나 한국은 정당 급조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만치 급조 창당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고 창당기술자들이 있으니 안될 일도 아니다.
자 그럼, 신당은 어떤 모습, 어떤 규모일까. 신당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까.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는 어찌 될까. 좀 성급한 감은 있지만 어차피 예측이 안 되는 럭비공 같은 한국정치, 궁금증을 현 시점에서 풀어보자.
신당의 모습은 왜 신당창당인가에서 그림이 나온다. 신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반 이회창 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7월31일 마침내 신당창당을 선언하면서 밝힌 신당창당의 배경, 이게 신당 구상의 출발이자 전부이기도 한다. 따라서 신당의 그림은 반이회창연대다. 김종필의 자민련, 김윤환의 민국당, 박근혜의 미래연합, 여기에 엊그제 총리자리를 나온 이한동 의원, 월드컵 바람을 타고 있는 정몽준 의원 등이 민주당이 꼽고 있는 반이회창연대의 정파고 사람들이다.
현재 이들 정파 모두 신당구상에 동참하고 있는 것일까. JP의 자민련이나 민국당 모두 앞길이 막막한 처지, 신당말고는 출구가 없다. 당연히 신당에 지팡이를 짚고라도 따라나설 정파다. 김종필 총재는 신당 산실의 막후로 지목된다. 그뿐 아니다. 그는 이미 민주당 쪽 신당추진 기수의 한 사람인 이인제 의원과 깊게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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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4일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고 있는 노 후보. | ||
박근혜 의원도 “민주당이 단순히 후보만 바꿔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말로 신당 참여의 신호를 띄웠다. 이한동 의원도 “백지 위에 그림 그리는 모습의 신당 구상에 공감하는 바 크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입장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몽준 의원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도 유별나게 초당파를 강조한다. 그런데 대선에 나설 정치인에게 초당은 없다. 따라서 초당론은 현재의 어느 정당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 당연히 신당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 이 정파를 묶어낼 지도부, 특히 대선을 승리로 이끌 후보로는 누구를 선택할까. 후보를 점치기 위해선 우선 신당 추진의 중심은 누구인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어떤 길, 어떤 대우를 받게 될 것인가 등 문제를 먼저 풀어봐야 한다.
단기간에 세를 확산하고 있는 신당의 기세는 놀랍다. 대체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이 운동의 신호를 올린 민주당의 원내모임 ‘중도개혁포럼’은 DJ친위부대, 그래서 신당운동엔 청와대의 힘이 실려있다는 풀이도 있다.
노무현 후보는 어찌될까. 현재론 노 후보 자신의 말이 오락가락이다. “내가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면 언제라도 꿈을 접을 각오가 돼 있다. 신당 얘기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민주당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얘기도 공감한다.”이 말을 액면대로 받아 해석하면 동참태세다.
그러나 “후보사퇴를 전제로 한 신당창당에는 반대한다. 경선은 민주당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은 신당반대론이다. 그의 진의는 민주당의 확대지, 백지 출발의 신당은 아닌 후자로 해석해야할 것이다.
그렇지만 노 후보는 당을 장악하고 있지 않다. 당은 노 후보의 의사를 넘어 백지 출발을 선언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공식으로 신당을 선언하면 그 순간 민주당 후보는 의미를 잃는다. 결국 노 후보는 친위그룹을 이끌고 민주당을 지키는 제3후보의 길을 갈 것인지, 후보를 던지고 신당에 합류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할 사태에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때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신도 아직은 결정하지 못한 상태가 아닐까.
이제 신당의 대통령 후보다. 신당은 민주당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데서 출발하는 것. 따라서 노무현 후보는 예비후보에서 배제된다. 당연히 이인제 의원도 같은 입장, 이래서 일단 민주당의 두 사람을 배제한다면 신당의 예비후보는 신당에 합류하는 사람들, 대체로 세 사람이 손꼽힌다.
이들 세 사람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인기순위론 정몽준 박근혜 이한동 순. 그러나 인기란 뜬구름 같은 것. 그 순위가 순식간에 뒤집히기도 하고 치솟던 인기가 어느 날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지기도 하는 민주당의 후보지명, ‘이인제 죽이기’‘노무현 띄워 올리기’가 그 본보기다.
후보 선택 중요기준의 또 다른 하나는 개헌공약 이행이다. 신당 창당 명분중의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이다. “부정부패 그리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국민분열 정치라는 두 가지 병폐의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으므로 이를 넘어서려면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선 전 개헌은 어렵기 때문에 양대 정당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추진한다는 것(민주당 정치특위의 개헌논리).” 따라서 신당의 후보는 개헌을 공약해야 한다. 그리고 공약한 후보가 당선 후 공약을 지킨다면 16대 국회 임기 말 이전까지 개헌을 실현하고 17대 국회가 구성되면 총리임명권을 국회로 넘기고 행정권을 나눠야 한다.
그러나 권력이란 집착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것. 후보 때의 마음과 당선 후의 마음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안전장치 등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대체로 친위부대가 없고 YS나 DJ처럼 지역패권이 없고 지역패권을 만들 조건도 갖추지 아니한 사람, 정치적 야심도 좀 덜해 뵈는 사람, 그런 것들이 고려될 것이다.
이런 전제를 깔고 신당의 예비후보를 미리 채점해 본다면 득표에선 역시 여론조사의 인기가 기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후보선정에서 위력을 발휘한 영남후보론도 노 후보의 실패로 퇴색하긴 했지만 영남표 공략이란 조건이 퇴색된 건 아니다. 이 부문에선 정몽준, 박근혜가 우위.
다른 조건, 개헌공약 이행부문에선 이한동 예비후보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회창 후보와 견줄 때의 경력 부문의 경쟁력, 그리고 신당참여 정파 내에 동일한 연령대의 라이벌이 없어 정파간 합의도출 등 부문에서도 이한동 예비후보가 선두에 있다. 그러나 뭐라 해도 당선가능성이 후보의 절대조건, 문제는 현 상황에서 보면 신당 쪽 예비후보의 누구도 승산은 밝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