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노스탤지어의 산물… 쌈닭의 시대는 갔다”
특히 나꼼수의 멤버인 김용민 씨가 “나꼼수와 일베가 동급? 경향 가만있지 않겠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이어서 “경향신문이 오늘 일베와 나꼼수를 대칭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허위, 날조된 주장으로 소수자, 약자, 역사적 피해자를 매도한 일베와 나꼼수가 진영은 달라도 비슷한 DNA라는 식의 주장인 셈이지요”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또 우파 논객인 변희재 씨가 “일베와 나꼼수의 차이는, 일베란 공간은 진실에 다가가려는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반면, 나꼼수는 김용민, 주진우 등 거짓선동꾼들이 작정하고, 조작, 날조 허위사실을 전파하여,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거죠”라고 주장하면서 불이 붙었다.
우익 사이트 일베는 최근 5·18 광주민주화 운동 폄훼 글, 5·18 사진전 훼손 인증 사진 등을 사이트에 올리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기사에 따르면 일베와 나꼼수의 닮은 점은 ▲인터넷을 통한 급속한 확산과 광적인 지지 ▲손쉽게 적을 규정하고 적을 기준으로 피아 판별 ▲스스로를 정치적 각성의 장, 언론이 알리지 않는 진실의 보고로 여김 ▲주의주장에 근거한 정보의 유통 ▲개개인의 무력함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실현의 장을 들었다.
차이점으로는 △일베의 적은 진보세력, 나꼼수의 적은 보수 정권 △일베는 게시판 기반 평등주의, 나꼼수는 팟캐스트 기반 일방향적 전달 △일베는 오프라인 모임 금기, 나꼼수는 대외활동 및 정치세력화 시도 △일베는 철저히 익명성에 기반, 나꼼수는 유명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나꼼수와 일베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je***는 “경향신문은 일베와 나꼼수를 통한 사회 분석에서 ‘유희’에 방점을 뒀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 생각되지만, 백번 양보해 일베와 나꼼수를 비교해야 한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에 방점을 뒀어야 했다. 우리 사회는 웃음보다는 눈물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차이점에 주목했다. sa***는 “나꼼수 현상은 공과가 있다. 권력에 대한 비판 폭로 풍자와 일베충의 정신병자 짓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칼럼니스트 한윤형 씨는 “나꼼수가 보수정권을 제도권, 기득권으로 상정하고 불신한다면, 일베는 민주화세력이 사실을 왜곡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게 평가하자면 정부 측이 왜곡한다는 나꼼수 측 생각이 더 설득력 있다고 평했으나 전반부만 기사화 됐다”라고 자신의 말을 보완했다.
경향신문의 비교가 틀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많았다. fa***는 “경향의 일베와 나꼼수 비교기사는 충분히 말 되는 기획. 다만 음모론, 유희성이라는 표면적 공통점에 안주해버렸다는 아쉬움. 주체의 기저에 놓인 공통적 태도(‘애국’ ‘피해자 되기’ ‘소비자 되기’ 등)가 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출됐는지까지 분석이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했다. ph***는 “일베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팩트를 일부는 왜곡하고 나머지는 그렇게 믿으며, 심각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장난이나 놀이로 생각하고 있는 듯. 나꼼수도 일종의 놀이였다”라고 비교했다.
경향신문의 분석을 인정하면서도 윤리적으로 일베를 비판한 글도 올라왔다. ko***도 “일베와 나꼼수가 서로 거울 저편의 영상이라는 건 사실이다. 행태적 짝패. 파시즘의 잠재적 자양분이자, 원기소다. 그러나 내게 윤리심문관의 자격이 주어진다면, 일베를 훨씬 더 심하게 질책하겠다. 문제는 나꼼수 일부 멤버와 일부 열성팬들의 아둔함. 한숨!”이라고 썼다.
기사의 분석이 도식적이지만 김용민 씨의 반발로 그런 한계가 가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so***는 “기사가 나름 참신한 기획임에도 표피적이고 도식적인 비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김용민 씨의 비이성적인 반발이 경향 논조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으니 이거 원… 자기충족예언적 기사도 아니고…”라고 적었다.
색다른 시각도 올라왔다. a_***는 “보수 측에서 나꼼수를 반영한 건 종편의 정치평론 채널들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썼다. wo***는 “나꼼수나 일베나 현실에서 소멸해버린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를 복원하려는 노스탤지어의 산물인 것. 쌈닭의 시대는 갔다”라고 평가했다. un***은 “새뮤얼 존슨은 ‘애국은 불한당의 마지막 피난처다’라고 말했다. 이게 일베 현상을 정확히 요약해 준다고 봐요”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