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울렁증’ 날려야 FA 대박 난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탔던 추신수가 좌투수 상대로는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순국 순스포츠기자
추신수는 올 시즌 좌완을 상대로 .149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좌완을 상대로 극도로 부진했던 지난해의 .199보다도 낮은 수치이며, 추신수가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2008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추신수의 좌완 상대 타율은 6일까지 좌완을 상대로 50타수 이상 소화한 메이저리그 전체 177명 가운데 173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또한 올 시즌 좌완 상대 홈런이 전무하며 2루타 2개가 장타의 전부인 추신수는 좌완 상대 장타율 .179에 그치며 전체 174위를 기록하고 있다. 추신수가 좌완을 상대로 기록한 마지막 홈런은, 지난해 7월 1일 현재 한화에서 뛰고 있는 다나 이브랜드에게 뽑아낸 것으로 벌써 약 1년 전의 일이다.
추신수는 당초 좌완에게 약점을 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추신수의 좌완 상대 타율은 .272로 그가 좌타자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수준급의 성적이었다. 2009년엔 좌완을 상대로 6개의 홈런을 때려냄과 동시에 OPS .825를 기록하기도 했다.
추신수의 좌완 상대 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분기점은 역시 2011년의 몸에 맞는 볼 사건이었다. 그 해 6월 25일 추신수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에서 좌완 조나단 산체스의 89마일 직구에 맞고 왼 엄지손가락이 골절된 바 있다.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이 곧장 추신수를 찾아 온 것은 아니었다. 추신수는 엄청난 재활 속도를 자랑하며 예상보다 빠른 8월 중순 라인업에 복귀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기까지 추신수는 복귀 후 좌완을 상대로 .375(16타수 6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논할 수 없는 호성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추신수는 개막전부터 좌완 투수의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으로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킨 데 이어, 시즌 4번째 경기에서 좌완 크리스 세일의 95마일 직구에 다시 손가락을 맞았다. 다행히 손가락에 맞기 전 추신수 어깨에 살짝 스치면서 직구 속도가 다소 줄어들었고, 그 전에 부상당한 부위를 조금 비껴가면서 큰 부상은 면할 수 있었다.
추신수의 좌완 상대 부진은 그때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추신수의 심리를 이용한 상대 좌완 투수들은, 추신수에게 몸 쪽 직구를 셋업 피치로 사용한 뒤 바깥쪽 흘러나가는 변화구로 추신수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후 지난해 스스로도 밝혔듯이 몸 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추신수는 좌완 상대 타율이 .199로 수직하강 했다.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시즌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좌완 상대 타율은 치명적인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특히 5월 이후 좌완 상대 타율은 0.074(27타수 2안타)로 자동 아웃 수준이다. 출루율을 비롯한 모든 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며, 본인은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유독 좌완 상대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다각적인 차원에서 추신수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좌타자가 좌완 투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다. 우완이 던지는 몸 쪽 공은 대각선으로 날아오지만 좌완이 좌타자에게 던지는 몸 쪽 공은 몸 쪽에서 몸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궤적 자체가 까다롭게 올 수 밖에 없다. 3번 타순에 조이 보토가 버티고 있어 추신수가 나가면 거의 득점이 이뤄진다는 사실에 상대 투수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집중 견제를 받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팀의 4번 타자 루드윅이 돌아오고 브랜든 필립스가 2번 타순에 배치되면 그에 대한 견제도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FA 대박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만난 좌투수 극복이라는 새로운 물음표를 추신수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