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좇다 쪽박 ‘전공’살려 재기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여유 있는 얼굴. 그것이 김성동 사장의 첫 인상이다. 그러나 그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지난 시절 자신의 삶은 ‘불황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생 시절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책을 팔았는데 아르바이트였지만 회사 내 판매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그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휴대용 안마기기, 노래방 기기 사업으로는 제법 돈도 벌었다. “하도 영업을 했더니 나중에는 영업에 ‘영’자도 싫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을 구할 때에는 무조건 영업부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죠.”
모 제빵회사 기획부서에 합격을 했다.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몇 달 만에 영업부로 발령이 났다. 다양한 경력 덕분인지 그는 10년차 선배와 동일한 계약률을 달성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1994년, 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본사의 스카우트 제의로 회사를 옮겼다. 월급 150만 원에 차량과 모든 경비 지원까지,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새로운 분야에서 5년 동안 신나게 일했다.
▲ 이탈리아식 젤라또 아이스크림. 사진제공=띠아모코리아 | ||
대학로에 삼겹살 전문점을 냈는데 대박을 터뜨렸다. 사업 시작 3개월 만에 가맹점 40여 곳을 추가로 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운영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사업을 정리했다.
그때 찜닭 열풍이 불었다. 그도 뛰어들었다. 젊음의 거리 신촌에 차별화된 찜닭 전문점을 열었다. 카레 찜닭, 다이어트 찜닭, 뼈 없는 찜닭 등 다양한 퓨전 메뉴로 인기를 끌며 5개 점포를 추가로 개설했다. 그러나 찜닭도 거기까지였다. 경쟁점포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상황에 욕심을 부려 가공공장을 차렸더니 고정비가 상승, 수익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찜닭 전문점도 문을 내리고 말았다.
두 번의 사업 실패로 그는 큰 교훈을 얻었다. 남의 얘기나 유행을 좇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자신 있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제대로 된 선택이라는 것. 2004년, 그래서 그는 아이스크림 시장으로 컴백했다. 수중에 남은 돈은 100만 원.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17㎡(5평)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 두 사람과 함께 비수기의 단점을 보완할 아이스크림 전문점 만들기에 나섰다.
마침 이전에 아이스크림 가맹점으로 인연을 맺었던 한 창업자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움을 요청해왔다. 그가 계획한 새로운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테스트할 좋은 기회였다. 그는 경기도 분당 주택가 골목에 작은 카페 형태의 이탈리아식 젤라또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열었다. 점포는 작았지만 메뉴는 다양화했다. 아이스크림 외에 커피, 샌드위치를 추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53㎡(16평) 규모의 점포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 것.
첫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일 매출 50만~60만 원을 기록하면서 점포개설 문의가 이어졌다. 입소문만으로 12개 점포가 추가로 생겨났다.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되자 이번에는 오피스가로 영역을 확장했다. 2005년 4월, 서울 구로동에 카페형 아이스크림 전문점 ‘카페 띠아모’ 1호점을 열었다. 커피 카페가 아닌 아이스크림 카페에 사람들은 생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양한 메뉴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에 만족하는 고객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83㎡(25평) 점포의 월 매출은 20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 카페 띠아모 매장 전경. 사진제공=띠아모코리아 | ||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마무리한 뒤 찾아오는 주부들, 점심식사를 끝낸 뒤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찾는 직장인들, 방과 후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기 위해 찾는 학생들, 모두가 아이스크림 카페에서 어우러지는 고객이 된 것이다. 김 사장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주 고객은 10대 청소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 해서는 매출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30~40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단다.
때문에 그는 아이들 취향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과감히 버렸다. 성인 고객의 취향에 맞게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택하고 고객 편의에 맞춰 개방형 커피 전문점처럼 편안한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다양한 메뉴로 폭넓은 고객과 비수기 매출까지 잡으면서 그는 5년 만에 국내에 230여 개 점포를 개설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한 해에 50개에 가까운 점포를 오픈한 셈인데 선두 브랜드가 연평균 3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한 것에 비하면 성장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일본과 몽골 등에 4개의 가맹점이 문을 열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쑤저우(蘇州)의 20개 대학이 밀집해 있는 대학로에 132.2㎡(40평) 규모의 직영점을 오픈했다. 미국과 필리핀, 중국 등에 10여 개의 점포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카페 띠아모는 99㎡(30평) 이상 규모의 점포에 한해 한 달 5개 이내 매장만 개설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카페는 규모가 작으면 수익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점포가 33㎡(10평) 늘어나면 매출이 2~4배 정도 증가하므로 중대형 규모로 창업을 하는 것이 유리하죠.”
소자본 창업자를 위해 그는 회사와 창업자가 함께 투자하는 공동창업의 형태도 실시하고 있다. 그는 또 가맹점 수가 350개가 넘으면 커피 카페와 정면 대결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아이스크림 카페 타운’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그는 젤라또 아이스크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진출, ‘아이스크림 한류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