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이 좋아요… 왜? 쫄깃하니까”
삼성 선수단 중 가장 어린 심창민. 인터뷰할 때는 나이답지 않은 넉살이 넘쳐흘렀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삼성 라이온즈는 9개팀 중 최강의 불펜진을 자랑한다. 오승환 안지만 권오준 권혁 등이 중심을 이루는 불펜진에 만 스무 살의 나이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 자체가 화제를 모을 정도다.
“정말 대단한 투수들만 모여 있다. 삼성 투수들은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가기도 힘들고, 1군에서 2군으로 내려가면 다시 1군 복귀도 어렵다. 그렇다보니 1군에 있는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한다. 2군으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말이다. 지난 달 23일 어깨 염증으로 잠시 2군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활하며 마음이 불안 초조했었다. 혹시라도 감독님이 콜업시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결국 6월 4일 목동 넥센전에 올라가긴 했지만, 그 10여 일의 시간이 1년은 더 지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1군에 데뷔했던 기억도 새로울 것 같다.
“대구에서 인천 문학경기장까지 가면서 전날부터 가는 동안 내내 눈을 붙이지 못했다.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행히 1군 무대에 ‘심창민’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경기였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결코 다시 내려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룸메이트가 대선배 오승환 선수다. 불편하지 않나.
“작년에는 배영수, 차우찬 선배들과 룸메이트를 이뤘는데 올 시즌부터는 시범경기 때부터 계속해서 오승환 선배님과 한 방을 쓰고 있다. 특별히 불편한 건 없다. 워낙 닮고 싶어 했던 선배였기 때문에 내가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승환이 형은 평정심의 대가다. 어느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표정을 지으신다. 그 점이 제일 부럽다. 얼마전 NC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너무 속상한 나머지 승환이 형에게 ‘형은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형의 대답이, ‘난 마운드에서 생각 안 해. 대신 게임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만 봐’라고 하시더라. 역시 오승환 선배였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당연히 처음이다. 그날은 제구가 잘 안 됐다. 팔 각도가 안 나올 정도로. 힘 조절에서 실패하면서 이택근 선배의 몸을 맞히고 말았다. 물론 이틀 전 이성열 선배의 팔꿈치를 맞히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고의적인 투구가 아니었다. 그럴 이유도 없지 않은가. 이택근 선배님이 공에 맞고 마운드를 향해 걸어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선 순간 ‘왜 오시지? 내가 일부러 맞힌 것도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진갑용 선배님이 막으면서 몸싸움이 일어나긴 했지만, 솔직히 많이 놀랐다. 이성열 선배님의 팔꿈치에 공이 향했을 때는 진심으로 죄송했다. 자칫하면 부상 위험이 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후 이성열 선배님께 죄송하다는 사과 문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6월 6일 경기는 고의성도 없었고, 설령 선배의 몸을 맞히는 공을 던졌다고 해도 마운드에서 만큼은 허리를 굽히고 싶지 않았다. 내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7명의 야수를 생각해서라도 난 그 자리에서 당당해야만 했다.”
―대부분 투수들은 선발 보직을 원한다. 그런데 선발보다는 불펜을 희망했다는 게 사실인가.
“나름의 장단점들이 있다. 선발투수는 경기의 핵심 선수이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이 크다. 반면에 중간계투는 선발보다는 ‘쫄깃쫄깃한’ 상황을 만끽할 수 있다. 주자가 나가 있고, 적은 점수 차의 승부에서 마운드를 지키다 경기 막판 마무리 투수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내려오는데 그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지금은 내가 뭔가를 원하기보다는 팀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화 징크스가 있더라.
“1군에서 첫 패를 당한 팀이 한화였다. 그 후로는 이상하게 한화만 만나면 ‘털린다’(웃음). 자꾸 의식하니까 더 말리는 것 같다.”
6월 6일 삼성과 넥센의 벤치클리어링. 심창민이 이택근을 공으로 맞히면서 양팀 선수들이 몰려나왔다.
“천적보다는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가 있다. 바로 SK 최정 선배다. 최정 선배가 타석에 들어서면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상대 전적이 나쁜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 선배만 나오면 부담이 생기더라.”
―오승환 선수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해외진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마무리 투수로의 보직 변경이 가능하다고 보나.
“그거야 류중일 감독님께 여줘봐야 하는 부분 아닌가. 승환이 형이 오랫동안 우리랑 함께 계시길 바라지만, 그 형의 인생이 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다. 형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축하와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마무리 투수로의 보직 이동은 그 다음 문제다.”
삼성 선수단은 입단 4년차까지 자신의 명의로 된 승용차를 구입할 수 없다. 그래서 심창민은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는 아버지 차를 빌려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보통의 선수들이 휴식일에 술로 기분 전환을 하는 대신 자신은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힐링을 한다고 설명한다. 여자친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심창민은 더 이상의 노출은 안 된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은 꼭 기사화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가 (안)지만이 형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기사에 꼭 좀 써주세요. 창민이가 지만 형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요. 지만 형, 정말 좋아요. 의리 있고, 멋있고, 상남자고…. 형이랑 안 친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웃음).”
대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