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다 짜놨더니 새판 짜야 할 판”
요즘 과천 관가에서는 선거가 각종 정책의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재정상태 등을 살펴보면 감세를 억제하고, 각종 정부 지원책을 줄여나가야 하지만 선거가 앞으로 다가오면서 모든 일이 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29일에는 올 하반기 재·보궐 선거가 이뤄진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오는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친박계인 심재엽 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강릉에 내려가는 등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총동원체제다. 특히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대패한 한나라당은 결사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상당수 방안들은 폐기 위기에 몰렸다.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나 술·담배 관련 세금 인상은 슬슬 물 건너가는 분위기고, 당초 올해 11월 끝마칠 예정이었던 서민 일자리 지원사업은 내년까지 연장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심지어 야당의 반대에도 여당의 지원을 받아 통과된 4대강 살리기 예산이 이제는 여당의 비판을 받는 양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지방사업에 지원되어야 할 예산이 4대강에 투입되면서 지방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이 커지자 재정부는 지난 7월 말 예정에 없던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내놓았다.
재정부는 이 자료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서민지원과 미래 성장동력 관련 사업 축소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여타 재정사업 투자는 별개 문제’라면서 ‘여타 재정사업은 부문별 여건에 맞춰 지원할 계획이며, 서민생활 지원은 민생안전대책 등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래대비 투자 등도 중장기 정책 방향에 따라 확대·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다른 재정사업 예산이 줄어도 이는 4대강 사업 때문은 아니다’라는 뜻이지만 각 지역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