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노 대 반노’의 대결로 변질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체회의에 참석한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 ||
최근 여권이 갈라지면서 ‘야당’을 선언한 민주당도 어느 정도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제3당인 통합신당은 사실상의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로 인해 국감장 곳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코앞에 닥친 내년 총선을 감안할 때 이번 국감이 일종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관련된 굵직한 국감 이슈들이 내년 총선전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친인척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공세의 초점이 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친인척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겠지만 지난 5월부터 김문수 의원이 파헤쳐 온 사안보다 더 깊이 들어갈 점이 솔직히 없어 보인다”고 자평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써먹을 수 있는 카드는 이젠 권양숙 여사밖에 없다. 얼마 전 이강두 정책위의장도 이번 국감의 초점을 권 여사에게 맞출 것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김문수 의원이 권 여사에 대해 제기한 부동산 의혹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이 인지하고 있던 사안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권 여사에 대한 여러 의혹이 나돌았다”며 “그 중 인신공격성을 띤 음해성 소문들도 있었지만 이번 부동산 의혹의 공개를 시작으로 앞으론 권 여사 관련 소문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번 국감 기간 동안 권 여사 관련 소문 중 적어도 한두 가지는 수면 위로 더 올라오게 될 것”이라 밝혔다.
▲ 강금원씨 | ||
노 대통령 주변 인사 문제들 중 정가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의 사안은 바로 노 대통령의 지인인 강금원씨 소유 회사(창신섬유)의 모포 군납 입찰을 둘러싼 의혹이다. 지난 9월22일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은 창신섬유의 모포가 군납되는 과정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창신섬유 군납 모포는 지난해 규격미달의 불량품으로 판명받았음에도 2003년도 계약분 입찰에서 경쟁사를 따돌리고 전량을 낙찰받았다는 것. 강 의원은 이 같은 사례로 보아 ‘국방부가 대통령과 강금원씨의 친분 관계를 의식해 노골적으로 봐줬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당시) 품질조사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국방부 담당 직원을 징계했다”며 “창신섬유에 대해 어떠한 호의도 베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강금원씨 회사 모포 군납 문제는 강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제기한 바 있다. 그땐 노 대통령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흔들리는 불안한 대통령 후보였는데도 결국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월에도 김문수 의원이 다시 (모포 문제를) 거론했다가 결백을 주장하는 강금원씨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라며 “그런데도 강 의원이 재차 문제를 제기한 것은 동료 의원의 피소를 염두에 둔 지원사격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가에선 이번 국감의 하이라이트로 청주 ‘몰카’사건을 꼽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은 문제가 된 K나이트클럽 사장 이원호씨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의 관계를 넘어서 노 대통령과 이씨와의 관계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심규철 홍준표 의원은 “이원호씨가 노 대통령과 밀착돼 있었다는 물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이번 사건 국감을 준비하는 한 의원은 “이원호씨가 살인교사를 했다는 정황을 입수했으며 국감 상황을 봐 가면서 공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원도 “이원호씨가 권양숙 여사에게 도자기를 선물하고, 노 대통령 자제 결혼식에도 참석했으며 청남대 행사에도 참석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이 같은 의혹들이 국감장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 양길승씨 | ||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양 전 실장이 뇌물과 향응을 받았느냐 하는 것이 사건의 본질인데 검찰은 엉뚱하게도 몰카 관련 내부고발자를 수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인상”이라며 단단히 벼르는 모습을 보여 국감장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다른 한편으론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해온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김도훈 전 검사가 앞으로 국감장에서 꺼낼 발언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전 실장의 경우 민주당 동교동계에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양 전 실장도 청와대에 의해 자신이 희생양으로 내몰린 것이라 여길 것”이라며 “원래 우리 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었던 양 전 실장이 진실을 밝히고 내년 총선에서 신당 후보와 맞붙는다면 재미있는 승부가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도훈 전 검사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발언 여부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희비가 교차할 것이란 지적 탓이다. 김 전 검사는 “이원호씨 뒤를 봐주는 검찰 내 비호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검 유성수 감찰부장은 “김 전 검사가 언론플레이에 능하다. 김 전 검사도 구린 데가 있다”라고 받아쳐 왔다. 10월6일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을 앞두고 법사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김도훈-유성수 대질신문’ 추진 이야기도 나도는 중이다. 홍준표 의원은 “두 사람이 국감장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면 진실에 접근하지 않겠나”라며 은근히 두 사람의 입심 대결을 부추길 뜻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