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강 장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8월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바 있으며, 세계적인 경제전문 주간지 <비지니스 위크>에 의해 ‘아시아의 미래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한 강연에는 2백20석 규모의 대형 강의실에 4백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서울 법대 1학년 전공 ‘법률 문장론’의 특별강사로 초빙받아 강단에 선 강 장관은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에서부터 자신의 이혼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질문들에 기탄없이 답변해 박수를 받았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기념촬영과 사인을 졸라 한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못했다.
또 이 달 초 강 장관이 서울지검을 순시차 방문했을 당시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자로 나온 여직원들은 “예비 남편 만나는 것보다 더 떨린다”고 하는 등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는 강 장관의 팬들이 8개의 팬클럽을 만들어 운영중인데 이 중에는 가입 회원 수가 2천여 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 아직까지 그에 반대하는 안티사이트가 생겼다는 소식은 없다. 강 장관과 곧잘 비교되는 여성 정치인 추미애 의원도 같은 사이트에 7개의 팬클럽 카페가 있으나, 회원 수는 최대 3백명 선에 머물러 있다.
강 장관의 극성 팬들은 그를 ‘아름다운 철의 여인’ 등으로 부르며 언론에 보도된 장관의 동정과 언행을 꼼꼼히 챙겨 사이트에 올리고 이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역설적이지만, 최근 송두율 교수(59·독일 뮌스터대)의 신병처리와 관련한 강 장관의 ‘실언’사건은 도리어 그의 인기와 영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강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서울지검 출입기자들과 점심 식사를 겸해 간담회를 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송 교수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제의 ‘폭탄 발언’을 했다.
“설령 송 교수가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김철수라고 해도 그보다 훨씬 높은 남북 고위관계자들이 왕래하는 마당에 처벌할 수 있겠느냐”라고 한 것이다. 그는 식사 뒤 “장관으로서의 소신이나 견해를 밝힌 게 아니라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것을 전제로 한) 가정법 질문에 가볍게 가정법으로 답변한 것이 오해를 샀다”고 해명했지만 각 일간지들은 장관의 애초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치권, 특히 야당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대한민국의 법무장관이 실정법을 어긴 사람을 그런 표현으로 얼버무리고 나가는 것은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가볍게 질책만 하고 넘어갔다. 당 차원의 대응도 대변인이 나서지 않고, 정책위원회와 부대변인이 각각 성명과 논평을 내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를 두고 법무부 관계자는 “요즘 여야 관계로 미루어 야당이 당연히 강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예상 외로 잔잔하게 넘어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는 “그동안 강 장관이 국회에 깍듯하게 해온 것도 플러스가 됐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국민적 인기 때문에 야당이 함부로 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강 장관이 이처럼 상한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정작 그를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린 채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은 자신에 대한 언론 등의 지나친 관심을 무척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방송에 내보낼 줄은 몰랐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5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언론매체의 잦은 등장 등을 정치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 참모로서 대중매체를 만나 홍보해야 할 임무도 있다”면서도 “누군가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진짜 정치에는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